정치모아

공급은 '확실히', 세금은 '노코멘트'…대통령실이 시장에 보낸 혼란스러운 신호

 대통령실이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시장의 혼란과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후속 정책의 방향성이 '공급 확대'에 있음을 분명히 못 박았다. 김남준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이번 대책이 부동산 가격의 급격한 상승을 억제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고 설명하며, 기존에 발표했던 공급 대책들은 한 치의 차질 없이 추진될 것임을 거듭 강조했다. 이는 최근 발표된 대책이 수요 억제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 공급 부족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일각의 비판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정부의 정책 기조에 변함이 없다는 점을 시장에 명확히 전달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특히 대통령실은 정책 수장들의 발언을 인용하며 공급 확대 의지를 재차 확인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 대변인은 김용범 정책실장이 개인 SNS를 통해 10·15 대책의 배경을 설명한 것 자체가 "공급 대책을 마련해서 확실히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라고 평가했다. 정책 책임자가 직접 나서서 여론전에 나선 것을 두고, 단순한 해명을 넘어 공급 중심의 정책을 일관되게 밀고 나가겠다는 강력한 시그널로 해석해달라는 주문이다. 이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단기적인 시장 안정화 조치를 넘어, 장기적인 수급 균형을 맞추는 데 핵심 목표를 두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나아가 이재명 정부는 이번 부동산 문제를 단순한 주택 가격의 등락이 아닌, 한국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와 연결 짓고 있음을 시사했다. 김 대변인은 "부동산이 유일무이한 투자 수단이 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고 언급하며, 특정 자산으로의 쏠림 현상이 경제 전반에 미치는 부작용에 대한 정부의 고민을 드러냈다. 그 대안으로 주식시장 등 투자처를 다변화하는 방안을 제시하며, 이를 통해 자금이 생산적인 분야로 흘러 들어가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현 정부의 궁극적인 목표임을 덧붙였다.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넘어 경제 체질 개선까지 염두에 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장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보유세 인상 가능성에 대해서는 철저히 말을 아끼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김 대변인은 보유세 관련 질문에 "현재 시점에서 따로 말씀드릴 것은 없다"고 선을 그으며, 김용범 정책실장의 기존 발언들을 참고하는 수준에서 이해해달라고 한발 물러섰다. 이는 공급 확대라는 큰 틀의 원칙은 고수하되, 세금이라는 가장 예민한 카드는 여론의 추이와 시장 반응을 살피며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공급 정책에 대해서는 확신에 찬 메시지를 내놓으면서도, 증세 문제에 대해서는 여지를 남겨두며 정책적 유연성을 확보하려는 모습이다.

 

'25년 만의 위업' 다저스, 돈다발 아닌 '투혼'으로 일군 기적

 LA 다저스가 연장 11회 혈투 끝에 토론토 블루제이스를 꺾고 25년 만에 월드시리즈 2연패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7차전 초반 0-3으로 끌려가며 패색이 짙었지만, 끈질긴 추격 끝에 5-4로 경기를 뒤집으며 정상에 올랐다. '악의 제국'이라는 비난 속에서도 다저스는 돈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그들만의 가치를 증명해냈다. '디 애슬레틱'의 베테랑 기자 켄 로젠탈은 "7차전에서 실제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보라"며 다저스의 우승이 단순한 자금력의 결과가 아님을 강조했다. 은퇴를 앞둔 클레이튼 커쇼 역시 "돈으로는 선수들의 정신력과 투지, 그리고 남들이 하지 않을 일을 기꺼이 하려는 의지를 살 수 없다"고 말하며 팀의 헌신적인 노력을 높이 평가했다.7차전은 다저스 선수들의 투혼이 빛난 한 편의 드라마였다. 커리어 처음으로 사흘 휴식 후 등판한 오타니 쇼헤이가 3회 3점 홈런을 맞고 조기 강판됐지만, 동료들이 그의 뒤를 든든히 받쳤다. 6차전 세이브를 기록했던 타일러 글래스노는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연투에 나서 2.1이닝을 책임졌고, 블레이크 스넬은 2019년 이후 처음으로 구원 등판하며 힘을 보탰다. 특히 전날 6이닝을 던졌던 시리즈 MVP 야마모토 요시노부는 구원 등판을 자청해 2.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승리 투수가 되는 기염을 토했다. 이는 2001년 랜디 존슨 이후 24년 만에 나온 진기록으로, 팀을 위해 모든 것을 쏟아붓는 선수들의 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가장 극적인 순간은 베테랑 내야수 미겔 로하스의 방망이에서 터져 나왔다. 10월 1일 이후 한 달 넘게 안타가 없던 로하스는 9회 극적인 동점 홈런을 쏘아 올리며 팀을 위기에서 구했다. 수비에서도 9회 말 1사 만루 상황에서 어려운 타구를 처리하며 실점을 막아내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주전 유격수 자리를 무키 베츠에게 내주고도 묵묵히 팀을 도왔던 그의 헌신이 마침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맥스 먼시는 "출전 기회가 없을 때도 항상 팀을 도울 방법을 찾던 선수"라며 "그의 동점 홈런을 보니 눈물이 날 것 같다"고 말하며 동료의 활약에 감격했다.다저스의 우승은 단순히 거액의 스타 선수들만의 힘으로 이룬 것이 아니었다. 트레이드로 영입한 구원투수 윌 클라인, 마이너리그 자유계약 선수 출신 맥스 먼시, 저비용으로 계약한 앤디 파헤스, 하위 라운드 지명자인 저스틴 로블레스키와 에밋 시한 등 이름값은 낮지만 묵묵히 제 역할을 다해준 선수들의 활약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로젠탈은 "다른 팀들이 다저스처럼 돈을 쓸 수는 없을지 몰라도, 그들의 열정과 끈기, 하나의 목표를 향해 싸운 방식은 분명 본받을 수 있다"며 "다저스를 위대하게 만드는 것은 돈이 아닌 그들의 투지"라고 평가했다. 결국 다저스는 '돈으로 우승을 살 수 없다'는 사실을 스스로 증명하며 왕조의 서막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