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사람 너무 많아 주차도 못 할 지경…'역대급 흥행' 국립중앙박물관의 아이러니

 국립중앙박물관이 개관 80년 역사상 처음으로 연간 관람객 500만 명을 돌파하는 대기록을 세웠다. 이는 지난해 세운 연간 최다 기록인 418만여 명을 불과 10월 중순에 가뿐히 넘어선 수치다. 이러한 폭발적인 흥행의 중심에는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열풍이 자리 잡고 있다. 이 작품을 계기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한국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면서, 박물관을 찾는 발길이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워진 것으로 분석된다. 단순한 유물 관람을 넘어, 우리 문화의 새로운 매력을 발견하려는 능동적인 움직임이 박물관의 문턱을 닳게 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관람객 증가세는 수치로도 명확히 드러난다. 올해 10월 15일까지 박물관을 찾은 501만여 명 중 내국인 관람객은 483만여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70%나 폭증하며 전체 흥행을 견인했다. 연초에는 '비엔나 1900'과 같은 대형 기획 전시가 흥행의 불씨를 지폈지만, 별다른 블록버스터급 전시가 없었던 3월 이후에도 증가세는 꺾이지 않았다. 특히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공개된 6월 말 직후인 7~8월에는 내국인 관람객 수가 전년 대비 82만 명이나 늘어나는 기염을 토했다. 이는 전통적인 여름철 '박캉스(박물관+바캉스)' 수요에 더해, 작품을 통해 유입된 새로운 관심과 박물관 굿즈에 대한 구매 열기가 더해진 결과다.

 


박물관 측은 이번 성과를 두고 "전 세계 박물관과 미술관을 통틀어 상위 5위권에 해당하는 수준"이라며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 영국박물관 등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하지만 미술계 안팎에서는 이러한 단순 비교가 부적절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세계적인 박물관들의 경우 관람객의 절반 이상이 외국인 관광객으로 채워지는 반면, 국립중앙박물관은 관람객의 절대다수인 96% 이상이 내국인이기 때문이다. 국민들이 자국 문화에 뜨거운 관심을 보이는 것은 매우 긍정적인 현상이지만, 이를 근거로 세계 유수의 박물관과 직접적인 수치를 비교하며 자축하는 것은 성급하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폭발적인 양적 팽창 이면에는 질적 저하에 대한 우려라는 그림자도 짙어지고 있다. 관람객이 급증하면서 주차난은 물론, 관람 동선이 엉키고 소음이 발생하는 등 쾌적한 관람 환경이 위협받고 있다는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에 따라 이제는 관람객 숫자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 관람 환경 개선과 같은 내실을 다지는 데 집중해야 할 때라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심지어 박물관 관계자 출신 사이에서는 안정적인 재원 확보와 쾌적한 환경 조성을 위해 현재의 무료 입장을 유료로 전환하는 방안까지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대안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줄 서서 먹는 '런던베이글', 그 뒤에선 20대 청년이 죽어갔다

'베이글 열풍'의 진원지로 불리는 유명 베이커리 '런던베이글뮤지엄'에서 일하던 26세 청년이 극심한 과로에 시달리다 사망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사회적 파장이 일고 있다. 정의당과 진보당 등 야당은 지난 7월 발생한 이 비극적인 사건을 공론화하며, 회사가 청년 노동자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신만의 가게를 열겠다는 꿈을 안고 성실히 일해왔던 한 청년이 입사 14개월 만에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면서, 화려한 '핫플레이스'의 이면에 가려진 열악한 노동 현실이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고인이 겪었던 노동 강도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의 발표에 따르면, 고인은 사망 직전 주당 58시간에서 최대 80시간에 달하는 살인적인 업무량에 시달렸다. 특히 사망 바로 전날에는 아침 9시에 출근해 자정이 다 되어서야 퇴근하며 15시간 넘게 일했고, 이 과정에서 끼니조차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 심지어 사망 닷새 전에는 21시간 연속 근무라는 비상식적인 상황까지 내몰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망 직전 1주간의 노동시간은 이전 12주 평균보다 37%나 급증했는데, 이는 만성적인 과로 상태에 급성 과로가 겹치면서 비극적인 결과로 이어졌을 것이라는 추정에 힘을 싣는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과로가 개인의 문제가 아닌, 구조적인 노동 착취 시스템의 결과물일 수 있다는 점이다. 고인의 근로계약서는 이미 주 52시간 상한제를 위반하는 주 14시간 이상의 초과근로를 기준으로 작성되었으며, 실제 근무 시간은 계약서상의 시간을 훨씬 웃돌았다. 또한, 입사 후 14개월 동안 강남, 수원, 인천 등 4곳의 지점으로 계속해서 근무지를 옮겨 다녀야 했고, 그때마다 근로계약서를 세 번이나 새로 작성하는 등 불안정한 고용 상태에 놓여 있었다. 유족이 산업재해를 신청했지만, 회사 측은 과로사를 부인하며 근로시간 입증 자료 제출조차 거부하고 있어 논란을 더욱 키우고 있다.정치권은 이번 사건을 '탐욕이 만들어낸 살인'으로 규정하며 맹비난을 쏟아냈다. 진보당은 "청년의 노동과 목숨을 브랜드의 원가로 삼은 명백한 기만이자 폭력"이라며 고용노동부의 전면적인 근로감독과 책임자 엄벌을 촉구했다. 2021년 안국동의 작은 가게로 시작해 전국적인 브랜드로 성장하고, 최근 수천억 원대에 매각되기까지 한 성공 신화의 그늘에서 한 청년이 스러져 갔다는 사실은 많은 이들에게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이번 사건이 단순한 개인의 비극을 넘어, 우리 사회에 만연한 청년 노동 착취 문제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