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중국 제재? 오히려 좋아!…백악관에 모인 한미 관료들, '조선 동맹' 속도 올린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의 한화오션 제재에 대해 정면으로 포문을 열었다. 미 국무부는 16일(현지시간) 이를 '한미 조선 동맹'을 겨냥한 "무책임한 시도"라고 맹비난하며 양국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음을 드러냈다. 중국이 한국의 핵심 기업을 제재라는 칼날로 위협하자, 미국이 즉각 '우방 보호'를 명분으로 방패를 들고나선 형국이다. 국무부는 이번 조치가 단순히 한 기업에 대한 압박을 넘어, 미국의 제조업 부흥과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 파트너인 한국을 굴복시키려는 중국의 오랜 강압 패턴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규정했다. 사실상 미중 패권 경쟁의 새로운 전선이 한반도 핵심 산업인 조선업에서 열린 셈이다.

 

중국의 타깃이 된 한화오션은 단순한 조선사가 아니다. 이 회사는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MASGA)'라는 트럼프 행정부의 야심 찬 구상을 실현할 한미 협력의 상징적 주자다. 중국이 제재 대상으로 삼은 곳은 한화오션의 미국 내 자회사 5곳으로, 특히 지난 8월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방문했던 펜실베이니아주의 필라델피아 조선소(한화 필리조선소)까지 포함됐다. 이는 한미 양국 정상이 직접 챙길 만큼 공을 들이는 핵심 사업을 중국이 정조준했다는 의미다. 한화쉬핑, 한화오션USA인터내셔널 등 제재 리스트에 오른 기업들 모두 미국 내 조선 및 해운 네트워크의 중요 거점들로, 중국의 제재가 한미 동맹의 가장 민감한 경제적 연결고리를 끊어내려는 의도임을 분명히 보여준다.

 


중국의 도발에 한미 양국은 즉각적인 '맞대응'에 나섰다. 공교롭게도 중국의 제재 발표와 거의 동시에, 백악관에서는 양국 고위급 인사들이 마주 앉아 '마스가(MASGA)' 협력의 세부 계획을 논의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 한국 측 핵심 경제 관료들이 백악관 예산관리국(OMB)을 직접 찾아 러셀 보트 국장과 머리를 맞댄 것이다. 이는 중국의 압박에 굴복하기는커녕, 오히려 양국 간 조선업 동맹을 더욱 구체화하고 속도를 내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란 듯이 과시한 행보다. 제재에 대한 비판 성명을 내는 수준을 넘어, 실질적인 정책 공조를 통해 중국의 의도를 무력화시키겠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중국의 이번 제재는 의도와는 정반대의 결과를 낳는 자충수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미 국무부가 "우리는 한국과 단호히 함께하겠다"고 천명한 것처럼, 중국의 경제적 강압은 오히려 한미 양국의 결속력만 강화시키는 촉매제가 됐다. 이번 사태는 미국이 동맹국과의 경제 협력을 단순한 무역 관계를 넘어 안보 동맹의 연장선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중국이 한화오션을 흔들어 한미 협력의 싹을 자르려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양국이 조선업을 중심으로 한 공급망 재편과 기술 동맹을 더욱 서두르게 만드는 계기를 제공한 셈이다. 글로벌 패권 경쟁의 파고 속에서 한국의 '줄타기 외교'가 아닌 '가치 동맹'의 중요성이 다시 한번 부각되는 순간이다.

 

이재명 대통령, 쿠알라룸푸르서 아세안+3 협력 강화 제안…한·중·일 연계 강조

 말레이시아를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은 27일(현지 시각) 쿠알라룸푸르에서 개최된 ‘아세안+3 정상회의’에 참석하여, 보호무역주의 심화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으로 야기된 새로운 지정학적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아세안+3 국가 간의 협력 강화를 강력히 촉구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모두 발언을 통해 역내 국가들이 직면한 복합적인 도전 과제들을 극복하기 위한 공동의 노력을 강조하며, 아세안+3 협력의 중요성을 역설했다.이 대통령은 이번 회의에서 ‘역내 경제·금융 협력 강화를 위한 아세안+3 정상 성명’이 채택된 것에 대해 “매우 시의적절하다”고 평가하며, 현재 우리가 당면한 위기가 단순히 경제적 차원을 넘어 복합적이고 다층적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고령화와 저출산 문제, 국가 간·세대 간·계층 간 디지털 격차 심화, 기후변화와 자연재해로 인한 식량 및 에너지 위기, 그리고 초국가 범죄 등 다양한 도전 과제들이 일상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지적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사반세기 전 아세안+3 출범의 근간이 되었던 ‘협력과 연대의 정신’을 되새겨 이러한 위기들을 슬기롭게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특히 이 대통령은 최근 스캠센터 등 조직적인 범죄 집단에 의한 초국가 범죄가 수많은 사람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음에 깊은 우려를 표명하며, 한국 정부가 아세안 경찰 협력체인 아세아나폴(ASEANAPOL)과 긴밀히 협력할 의지를 밝혔다. 그는 아세안+3 회원국들의 관심과 지원을 당부했다. 한편,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무상은 미·일 정상회담 준비를 위해 회의 하루 전 먼저 귀국함에 따라, 이 대통령과의 조우는 불발되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회의에 참석한 리창 중국 총리와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에게 취임 후 첫 만남에 대한 반가움을 표하며 인사를 건넸다.이 대통령은 이어 이번 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이 예정되어 있으며, 다카이치 총무상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도 기대하고 있다고 언급하며, 한·중·일 3국 간의 활발한 교류가 아세안+3 협력으로 이어지고, 나아가 아세안+3 협력이 한·중·일 교류를 견인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기 위해 중국, 일본과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임을 천명했다. 이는 동북아시아와 동남아시아를 아우르는 포괄적인 지역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미래 지향적인 관계 설정을 위한 한국 정부의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