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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 뚫린 국민연금…'이혼'과 '깜빡'에 1000억 원이 증발했다

 국민의 노후를 책임져야 할 국민연금공단이 지난 5년 6개월간 1000억 원이 넘는 연금을 엉뚱한 사람에게 주거나 정해진 액수보다 더 지급한 사실이 드러났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한지아 의원이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 6월까지 발생한 과오지급 건수는 10만 7천여 건, 그 금액은 총 1005억 원에 달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 중 128억 원에 달하는 금액이 아직 회수되지 못해 국민의 소중한 노후 자금 관리에 심각한 허점이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되었다.

 

과오지급이 발생한 가장 흔한 원인은 수급자들이 부양가족의 변동 사항을 제때 신고하지 않은 경우였다. 전체 건수의 거의 절반(48%)을 차지하는 5만 1천여 건이 여기에 해당한다. 국민연금은 수급자에게 배우자나 미성년 자녀 등 부양할 가족이 있을 경우 연금을 추가로 지급하는데, 자녀가 성인이 되어 독립하거나 이혼 및 사별 등으로 부양가족이 사라진 사실을 알리지 않아 불필요한 연금이 계속 지급된 것이다. 이는 일차적으로 수급자의 신고 의무 불이행에 해당하지만, 한편으로는 공단 측이 변동 상황을 신속하게 파악하고 안내하는 시스템이 미흡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낳고 있다.

 


금액 기준으로 가장 큰 구멍이 된 것은 ‘이혼 후 분할연금’ 문제였다. 이혼한 전 배우자가 뒤늦게 자신의 연금 몫을 청구하면서, 이미 다른 배우자에게 지급됐던 연금을 다시 회수해야 하는 상황이 대거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한 과오지급액은 전체의 40.5%에 달하는 407억 원에 이른다. 현행법상 노령연금은 부부가 혼인 기간 중 함께 형성한 공동재산으로 인정되므로, 이혼했더라도 나중에 법적으로 자기 몫을 나눠 받을 수 있다. 주로 남편이 먼저 연금을 수령하다가, 뒤늦게 수급 연령이 된 전 부인이 분할을 신청하면 공단은 이미 남편에게 지급했던 돈의 일부를 다시 회수해야 하는 복잡하고 까다로운 절차를 밟게 된다.

 

더 큰 문제는 한번 잘못 나간 돈을 다시 국고로 거둬들이기가 매우 어렵다는 현실이다. 공단은 아직도 4669건, 약 128억 원에 달하는 과오지급금을 회수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현행법상 잘못 지급된 연금은 3년이 지나면 소멸시효가 완성되어 법적으로 환수할 권리가 사라진다. 결국 매년 수십억 원의 국민 노후 자금이 허공으로 사라지고 있는 셈이다. 수급자의 자진 신고에만 의존하는 현재의 땜질식 처방을 넘어, 관계 기관과의 정보 연계를 통해 변동 사항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환수 절차를 강화하는 등 재정 누수를 막기 위한 근본적인 시스템 개선이 시급하다.

 

고등어 11%, 사과 21%…숨 막히는 장바구니 물가, 밥상 뒤엎을 판

 지난달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으며 다시금 서민 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10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같은 달보다 2.4% 상승하며 지난해 7월(2.6%)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8월 1.7%까지 둔화하며 잠시 안정세를 찾는 듯했던 물가상승률은 9월 2.1%로 반등한 데 이어, 10월에는 상승 폭을 더욱 키우며 가파른 오름세를 보였다. 이는 긴 추석 연휴 기간 동안 억눌렸던 소비 심리가 폭발하며 여행 관련 서비스 비용이 급등한 것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이번 물가 상승을 주도한 것은 단연 개인서비스 물가였다. 특히 열흘에 달하는 긴 추석 연휴를 맞아 여행 수요가 몰리면서 관련 품목들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솟았다. 콘도 이용료는 1년 전보다 무려 26.4%나 폭등했고, 승용차 임차료와 해외 단체여행비 역시 각각 14.5%, 12.2%라는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러한 서비스 물가의 급등은 전체 물가를 0.72%포인트나 끌어올리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하며, 연휴 특수가 물가 전반에 미친 파급력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일상적인 외식 물가 상승률(3.0%)이 다소 둔화했음에도 불구하고, 특정 기간의 보복 소비가 전체 지표를 뒤흔든 셈이다.장바구니 물가 역시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농축수산물 가격은 전반적으로 3.1% 상승하며 가계의 부담을 가중시켰다. 축산물과 수산물이 각각 5.3%, 5.9% 올랐는데, 특히 서민들이 즐겨 찾는 돼지고기(6.1%)와 고등어(11.0%)의 가격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잦은 비로 출하가 지연된 쌀(21.3%)과 찹쌀(45.5%) 가격도 급등했으며, 사과 가격 역시 21.6%나 오르며 과일 전체의 가격 상승을 이끌었다. 다만, 출하량이 늘어난 채소류 가격이 14.1% 하락하며 농산물 가격의 상승 폭을 일부 억제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전반적인 먹거리 물가의 상승 압력은 여전히 거셌다.에너지와 식료품 등 변동성이 큰 품목을 제외하여 물가의 기조적인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 지표들도 일제히 상승 폭을 키우며 우려를 더했다.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와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는 각각 2.5%, 2.2% 상승하며 모두 지난해 7월 이후 가장 큰 폭의 오름세를 기록했다. 이는 일시적인 요인을 넘어 경제 전반에 인플레이션 압력이 확산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이두원 국가데이터처 심의관은 "긴 연휴로 인한 여행 수요 증가가 주요 요인"이라고 설명했지만, 근원물가의 상승세는 앞으로의 물가 안정을 낙관하기 어렵게 만드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