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결제 누른 줄 알았는데 와우값 동의..4.8만명 '버튼 트릭' 당했다

 쿠팡이 유료 회원제 ‘와우멤버십’의 요금 인상 과정에서 소비자의 동의를 사실상 유도·기만했다는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 제재를 받게 됐다. 공정위는 15일 쿠팡을 포함해 웨이브, NHN벅스, 스포티파이에 시정명령과 총 1050만 원의 과태료 부과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전자상거래 환경에서 구독형 서비스가 확산되는 가운데, 사업자들의 디자인·표현 방식이 소비자 선택을 왜곡하는 이른바 ‘다크 패턴’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쿠팡은 지난해 4월 와우멤버십 요금을 4990원에서 7890원으로 58% 인상하면서, 인상안에 대한 ‘동의’를 자연스럽게 유발하는 화면 설계를 적용했다. ‘동의하고 혜택 계속 받기’ 버튼을 크고 선명하게 노출한 반면, ‘나중에 하기’는 화면 구석에 작고 덜 눈에 띄게 배치했다. 상품 결제 단계에서도 ‘월회비 변경에 동의하고 구매하기’ 문구를 결제 버튼과 유사한 형태로 제시해, 사실상 소비자가 무심코 인상에 동의하도록 만들었다는 것이 공정위 판단이다. 이 같은 방식으로 최소 4만8000명 이상이 자신도 모르게 인상을 수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쿠팡은 논란 이후 관련 화면을 수정하고 철회 신청자에 한해 환불을 진행했지만, 신청하지 않은 이용자 다수가 존재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공정위는 쿠팡에 250만 원의 과태료와 시정명령을 부과했다. 같은 조사에서 웨이브, NHN벅스, 스포티파이 등 3개 사업자도 전자상거래법 위반이 확인됐다. 과태료 규모는 웨이브 400만 원, NHN벅스 300만 원, 스포티파이 100만 원이며, 이들 사업자 역시 자진 시정이 반영돼 추가 제재는 면했다.

 


위반 유형을 보면 NHN벅스와 스포티파이는 유료 이용권 판매 시 청약철회 가능 기간과 절차를 명확히 고지하지 않았고, 웨이브와 NHN벅스는 중도해지 방법을 충분히 안내하지 않아 계약 종료를 사실상 어렵게 만든 것으로 드러났다. 더 나아가 쿠팡, 스포티파이, 넷플릭스, 왓챠, 네이버플러스, 컬리 등 다수 구독 서비스는 아예 ‘중도해지’ 제도를 두지 않고, 이미 결제된 금액을 돌려주지 않은 채 향후 자동결제만 멈추는 ‘일반해지’ 방식만 제공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공정위는 일반해지의 적법성도 함께 검토했으나, 현행 전자상거래법과 약관규제법 체계에서 정기결제형 구독경제의 해지권을 어떻게 규정할지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로 제재를 유보했다. 다만 향후 법령 해석 기준 정립과 제도 개선 여부를 검토하는 한편, 소비자 기만적 유도나 해지 방해 행위에 대해서는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공정위 관계자는 “온라인 플랫폼의 화면 설계가 소비자 의사결정을 왜곡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법 위반이 드러나면 엄정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제재가 업계 전반에 경고 메시지를 던진 사건이라고 평가한다. 요금 인상 시 투명한 고지와 동의 절차, 해지·환불 정책의 명확한 안내가 필수인데, 이를 소홀히 할 경우 규제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동시에 구독경제 해지권의 법적 불명확성이 드러난 만큼, 소비자 권익을 균형 있게 보호할 수 있는 입법적 보완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결제 전 안내문구와 버튼 배치, 해지·환불 조건을 면밀히 확인하고, 논란이 있을 경우 사업자 고객센터와 공정위 민원 시스템을 적극 활용하라는 조언이 뒤따른다.

 

‘무죄’ 받았는데 ‘별’은 떼였다…전익수, 대체 무슨 일이?

 고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 수사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로 형사 재판에서 무죄를 확정받은 전익수 전 공군본부 법무실장이, 이와 별개로 내려진 징계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에서는 항소심에서도 패소했다. 서울고법은 전 전 실장이 국방부 장관을 상대로 낸 징계 처분 취소 소송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는 그의 행위가 형사상 범죄는 아닐지라도 군 고위 간부로서의 품위유지 의무를 위반한 징계 사유로는 충분하다고 본 법원의 판단이 유지된 것으로, 형사적 책임과 행정적 책임은 별개라는 원칙을 재확인한 결과다.사건의 발단은 국방부의 징계 결정에서 시작됐다. 국방부는 전 전 실장이 군검찰을 지휘·감독하는 지위를 이용해 자신에게 사건 보안 정보를 보고한 군무원의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담당 군 검사에게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고 판단했다. 이를 근거로 국방부 징계위원회는 그의 계급을 준장에서 대령으로 강등하는 중징계를 의결했고, 이는 대통령의 재가를 거쳐 확정되었다. 장성급 장교가 강등된 것은 민주화 이후 처음 있는 이례적인 일로, 군 내부의 기강 해이 문제에 대한 엄중한 경고의 의미를 담고 있었다.징계에 불복한 전 전 실장은 즉각 행정소송을 제기하며 징계 효력을 멈춰달라는 집행정지 신청을 함께 냈다. 당시 법원은 그의 행동이 부적절했다고 지적하면서도, 형사상 강요나 위력에 해당하는지는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며 집행정지 신청을 일부 받아들였다. 이 결정으로 징계의 효력이 일시적으로 정지되면서, 그는 논란의 중심에서 ‘준장’ 계급을 유지한 채 전역할 수 있었다. 국방부가 이에 불복해 항고했지만, 2심 역시 같은 판단을 내리면서 그는 일단 명예를 지킨 채 군복을 벗는 데 성공했다.그러나 본안 소송의 결과는 달랐다. 1심 재판부는 징계가 정당하다고 판단해 그의 청구를 기각했고, 이번 항소심 재판부 역시 원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며 그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이는 그가 특가법상 면담강요 혐의로 기소되었던 형사 사건에서 대법원까지 거쳐 최종 무죄를 확정받은 것과는 정반대의 결론이다. 결국 사법부는 그의 행위가 형사 처벌 대상은 아닐지라도, 군의 사법 시스템을 총괄하는 법무실장의 직위에서 행한 부적절한 처신으로서 민주화 이후 첫 장성 강등이라는 중징계 사유에는 해당한다고 판단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