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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객은 2위인데 씀씀이는 4위?…일본 관광 '큰손' 순위서 밀려난 한국

 일본 관광 시장이 역대급 호황을 누리며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일본정부관광국(JNTO)이 15일 발표한 잠정 통계에 따르면, 올해 9월 한 달간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 수는 326만 7천 명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했을 때 13.7% 증가한 수치로, 9월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에 해당한다. 이로써 일본은 관광 산업의 완전한 회복을 넘어 새로운 기록을 써 내려가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주었다. 이러한 폭발적인 성장세는 연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며, 일본 내수 경제에도 상당한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국가별 방문객 수를 살펴보면 중국인의 귀환이 전체적인 성장을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9월 한 달간 일본을 찾은 중국인은 총 77만 5,5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9%라는 높은 증가율을 기록하며 전체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그 뒤를 이어 한국인 방문객이 67만 900명으로 2위를 차지했으나, 증가율은 2.0%에 그쳐 다소 완만한 성장세를 보였다. 3위는 52만 7천 명이 방문한 대만(12.0% 증가), 4위는 22만 4,700명을 기록한 미국(17.1% 증가) 순으로 나타나, 아시아뿐만 아니라 서구권에서도 일본에 대한 관심이 뜨거움을 입증했다.

 


방문객 수의 증가는 곧바로 소비 확대로 이어지며 일본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본 관광청이 발표한 3분기 방일 외국인 소비 동향 속보치에 따르면, 이 기간 동안 외국인 관광객이 일본에서 지출한 총액은 무려 2조 1,310억 엔(한화 약 20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11.1% 증가한 액수다. 특히 소비 부문에서도 중국인 관광객의 영향력은 막강했다. 중국인들은 3분기에만 5,901억 엔(약 5조 5천억 원)을 지출하며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고, 대만이 3,020억 엔, 미국이 2,215억 엔으로 그 뒤를 이었다.

 

한편, 방문객 수 2위를 기록한 한국은 소비액 순위에서는 4위에 머물렀다. 3분기 한국인 관광객의 총 소비액은 2,070억 엔으로, 작년 동기 대비 9.7% 증가했지만 전체 순위에서는 중국, 대만, 미국에 이어 4번째를 기록했다. 이는 일본을 찾는 한국인들이 상대적으로 실속 있는 소비를 하는 경향을 보여주는 동시에, 중국인 관광객의 막강한 씀씀이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는 대목이다. 이러한 추세에 힘입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일본을 찾은 누적 외국인 방문객 수는 3,165만 500명을 기록하며, 역대 최단기간에 3천만 명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고등어 11%, 사과 21%…숨 막히는 장바구니 물가, 밥상 뒤엎을 판

 지난달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으며 다시금 서민 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10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같은 달보다 2.4% 상승하며 지난해 7월(2.6%)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8월 1.7%까지 둔화하며 잠시 안정세를 찾는 듯했던 물가상승률은 9월 2.1%로 반등한 데 이어, 10월에는 상승 폭을 더욱 키우며 가파른 오름세를 보였다. 이는 긴 추석 연휴 기간 동안 억눌렸던 소비 심리가 폭발하며 여행 관련 서비스 비용이 급등한 것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이번 물가 상승을 주도한 것은 단연 개인서비스 물가였다. 특히 열흘에 달하는 긴 추석 연휴를 맞아 여행 수요가 몰리면서 관련 품목들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솟았다. 콘도 이용료는 1년 전보다 무려 26.4%나 폭등했고, 승용차 임차료와 해외 단체여행비 역시 각각 14.5%, 12.2%라는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러한 서비스 물가의 급등은 전체 물가를 0.72%포인트나 끌어올리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하며, 연휴 특수가 물가 전반에 미친 파급력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일상적인 외식 물가 상승률(3.0%)이 다소 둔화했음에도 불구하고, 특정 기간의 보복 소비가 전체 지표를 뒤흔든 셈이다.장바구니 물가 역시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농축수산물 가격은 전반적으로 3.1% 상승하며 가계의 부담을 가중시켰다. 축산물과 수산물이 각각 5.3%, 5.9% 올랐는데, 특히 서민들이 즐겨 찾는 돼지고기(6.1%)와 고등어(11.0%)의 가격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잦은 비로 출하가 지연된 쌀(21.3%)과 찹쌀(45.5%) 가격도 급등했으며, 사과 가격 역시 21.6%나 오르며 과일 전체의 가격 상승을 이끌었다. 다만, 출하량이 늘어난 채소류 가격이 14.1% 하락하며 농산물 가격의 상승 폭을 일부 억제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전반적인 먹거리 물가의 상승 압력은 여전히 거셌다.에너지와 식료품 등 변동성이 큰 품목을 제외하여 물가의 기조적인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 지표들도 일제히 상승 폭을 키우며 우려를 더했다.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와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는 각각 2.5%, 2.2% 상승하며 모두 지난해 7월 이후 가장 큰 폭의 오름세를 기록했다. 이는 일시적인 요인을 넘어 경제 전반에 인플레이션 압력이 확산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이두원 국가데이터처 심의관은 "긴 연휴로 인한 여행 수요 증가가 주요 요인"이라고 설명했지만, 근원물가의 상승세는 앞으로의 물가 안정을 낙관하기 어렵게 만드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