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K-컬처의 진짜 뿌리가 궁금해? 이번 주말 '이곳' 하나면 끝

 K-컬처의 근간을 이루는 무형유산의 정수를 한자리에서 만끽할 수 있는 축제의 장이 전주에서 펼쳐진다. 국가유산청은 이달 23일부터 26일까지 나흘간 전북 전주시 국립무형유산원에서 '2025년 무형유산축전-화락연희(和樂宴熙)'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축전은 단순한 공연 관람을 넘어, 전통과 현대, 기술과 예술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며 살아 숨 쉬는 우리 유산의 가치를 직접 체험하고 세대 간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화합하고 즐기는 잔치'라는 이름에 걸맞게, 다채로운 공연과 전시, 체험 행사를 통해 관람객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과 감동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축제의 서막은 사물놀이의 거장, 김덕수 명인이 올린다. 그의 손끝에서 펼쳐지는 신명 나는 연주는 축전의 시작을 힘차게 알리며 현장의 열기를 뜨겁게 달굴 예정이다. 특히 올해는 남도들노래 보유자였던 고(故) 조공례(1925~1997) 명인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한 무대가 준비되어 있다. 최첨단 인공지능(AI) 기술로 복원된 조공례 명인의 모습과 목소리는 시간을 뛰어넘어 현재의 관객들과 조우하며, 단순한 추모를 넘어 우리 소리의 위대함과 예술혼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감동적인 순간을 연출할 것이다. 이는 전통 유산이 현대 기술과 만나 어떻게 새로운 생명력을 얻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무대가 될 전망이다.

 


축제 기간 내내 각 분야 명인들의 수준 높은 공연이 쉴 틈 없이 이어진다. 24일에는 국가무형유산 경기민요의 산증인인 이춘희 보유자가 전통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소리꾼 이희문 이수자, 그리고 독창적인 음악 세계를 구축한 그룹 '오방신(申)과'와 함께 세대를 아우르는 파격적인 협업 무대를 선보인다. 25일에는 대금산조, 판소리, 거문고산조 등 우리 음악의 깊이를 느낄 수 있는 '명인전-명인명창시나위' 공연이 관객을 기다리며, 같은 날 신명과 해학이 넘치는 탈춤 공연이 펼쳐져 축제의 흥을 최고조로 끌어올릴 예정이다.

 

공연 외에도 풍성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가득하다. 축제가 시작되는 23일부터 다음 달 16일까지는 국가무형유산 전승자 102명의 혼이 담긴 작품을 한데 모은 '제53회 보유자 작품전'이 함께 열린다. 장인의 숨결이 깃든 공예품들은 우리 전통미학의 정수를 보여주며 그 자체로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또한,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윷놀이, 투호 등 다채로운 민속놀이 체험 마당이 마련되어, 관람객들이 직접 참여하며 우리 전통문화를 더욱 가깝고 친근하게 느낄 수 있도록 돕는다. 이번 축전은 K-컬처의 원류를 확인하고 그 미래를 가늠하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환자인 줄 알았더니…간호사 가장 괴롭히는 건 '선배'와 '의사'였다

 의료 현장의 최전선에서 국민 건강을 수호하는 간호사들이 정작 자신들의 인권은 보호받지 못하는 심각한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사실이 통계로 드러났다. 폭언과 폭행, 그리고 위계질서를 앞세운 '직장 내 괴롭힘'이 일상처럼 벌어지는 현실 속에서, 대한간호협회가 마침내 간호사들의 무너진 마음을 치유하고 인권을 바로 세우기 위한 본격적인 행동에 나섰다. 간호협회는 21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간호인력지원센터에서 '간호사 심리상담 전문가단' 발대식을 열고, 인권침해 피해를 본 간호사들을 위한 전문적인 심리상담 지원 체계를 공식 출범시켰다. 이는 더 이상 간호사 개인의 희생과 인내에만 의존하지 않고, 협회 차원에서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보호망을 구축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이다.이번 전문가단 출범의 배경에는 충격적인 실태조사 결과가 자리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최근 5년간 보건의료인력을 대상으로 접수한 인권침해 상담 건수는 무려 6,000건을 넘어섰는데, 이 중 절반 이상인 57.9%(3,487건)가 간호사의 피해 사례였던 것으로 집계됐다. 상황의 심각성은 간호협회가 자체적으로 실시한 '간호사 인권침해 실태조사'에서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조사에 참여한 간호사 중 절반에 가까운 50.8%가 최근 1년 사이에 인권침해를 직접 경험했다고 응답했으며, 피해를 경험한 간호사 10명 중 7명 이상(71.8%)은 신고나 항의 등 아무런 대응조차 하지 못하고 속으로 삭여야만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간호사들이 인권침해를 당해도 제대로 목소리를 낼 수 없는 폐쇄적이고 억압적인 의료 현장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준다.그렇다면 '백의의 천사'로 불리는 간호사들을 가장 괴롭히는 가해자는 누구일까. 놀랍게도 환자나 보호자가 아닌, 함께 일하는 동료 의료인이 가장 큰 가해자로 지목됐다. 인권침해 가해자를 묻는 질문(복수응답)에 '선임 간호사'가 53.3%로 가장 높았고, '의사'가 52.8%로 바로 뒤를 이었다. '환자 및 보호자'는 43.0%로 그 다음이었다. 간호사들은 주로 '폭언'(81.0%)과 '직장 내 괴롭힘 및 갑질'(69.3%)에 시달리고 있었으며, 이는 의료 현장의 고질적인 위계 문화와 일부 의료인의 왜곡된 특권 의식이 간호사들의 인권을 얼마나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는지를 방증한다. 환자를 돌봐야 할 동료가 오히려 가장 큰 고통의 근원이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이에 간호협회는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고 판단, 심리상담 전문가단 운영과 함께 정부를 향한 제도 개선 요구에도 나섰다. 협회는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인권침해 신고부터 조치까지 전 과정을 표준화하고 ▲신고자에 대한 철저한 보호와 2차 가해 금지 조항을 마련하며 ▲재발 방지를 위한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할 것을 정부에 공식 제안했다. 신경림 간호협회장은 "간호사가 존중받는 환경에서 일할 때 비로소 국민의 생명과 건강도 지켜질 수 있다"고 강조하며, "간호사의 마음이 건강해야 환자의 생명이 안전하다는 신념으로, 이번 전문가단 출범이 간호사의 존엄과 회복을 상징하는 희망의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