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실업률 꿈틀, 생각보다 심각"…결국 백기 든 파월, 돈 풀기 시동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이 최근 고용 시장의 위험 신호를 언급하며 금리 인하 가능성을 강력하게 시사했다. 파월 의장은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한 콘퍼런스에서 "급여 증가세가 눈에 띄게 둔화했다"고 진단하며, 이는 이민 감소와 노동 시장 참여율 하락에 따른 노동력 공급 둔화가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노동 시장이 상당 부분 약화하면서 고용 둔화와 물가 안정 사이의 균형점에 가까워졌다"고 평가하며, 그동안 물가 안정을 위해 주저했던 금리 인하 카드를 꺼내 들 수 있음을 내비쳤다. 고용 시장의 하방 위험이 커지면서 연준의 정책 기조에도 변화가 생겼음을 인정한 것이다. 파월 의장은 "고용과 물가 안정이라는 두 가지 목표 사이의 긴장을 완화하는 정책에는 필연적으로 위험이 따르지만, 현재 상황은 정책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고용 시장의 냉각은 수요와 공급 양측에서 동시에, 그리고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파월 의장은 "노동 시장의 공급과 수요가 모두 너무 급격하게 감소했다"고 우려하며, "최근 실업률의 소폭 상승은 고용 수요가 공급보다 더 빠르게 위축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파월 의장의 발언에 금융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그룹에 따르면, 선물 거래자들은 연준이 올해 안에 추가로 0.5%포인트의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을 95% 이상으로 예측하며 사실상 추가 인하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이는 지난 9월 연준이 침체된 노동 시장을 지원하기 위해 올해 첫 금리 인하를 단행한 데 이은 추가적인 완화 조치가 임박했음을 시사한다. 당시 연준은 압도적인 표차로 0.25%포인트 금리 인하를 결정한 바 있다.

 


금리 인하와 더불어 연준은 보유 자산을 축소하는 양적 긴축(QT) 정책의 조기 종료 가능성도 예고했다. 파월 의장은 "향후 몇 달 안에 양적 긴축을 종료할 수 있다"고 밝히며,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방향으로 통화 정책의 무게 중심을 옮길 것임을 분명히 했다. 양적 긴축은 연준이 보유한 채권을 매각하거나 만기가 돌아온 채권에 재투자하지 않는 방식으로 시중 유동성을 흡수하는 정책으로, 시중에 돈을 푸는 양적 완화(QE)와는 정반대의 개념이다. 연준은 코로나19 팬데믹에 대응하기 위해 급격히 늘어난 보유 자산을 줄이기 위해 2022년 6월부터 양적 긴축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과거 2018~2019년 양적 긴축이 금융 시장에 충격을 주었던 경험 때문에, 연준은 이번 긴축 종료 결정에 매우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다.

 

연준의 정책 방향 전환은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도 예견된 바 있다. 당시 회의에서 정책 입안자들은 올해 추가로 0.5%포인트의 금리 인하를 예상하며, 10월과 12월에 남은 두 차례의 회의에서 추가 조치가 이루어질 것임을 암시했다. 이는 고용 시장의 둔화세가 예상보다 심각하며, 연준이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음을 보여준다. 다만 파월 의장은 "미국 경제의 성장세는 여전히 견조하게 유지되고 있다"고 덧붙이며, 경제 전반에 대한 과도한 비관론을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연준은 '물가 안정'과 '고용 극대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금리 인하와 양적 긴축 종료라는 카드를 만지작거리며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에어컨 껐더니 '요금 폭탄'…할인 끝나자 14.4% 폭등한 전기료의 역습

 지난 8월, 0.1% 하락하며 잠시 안정되는 듯했던 생산자물가가 한 달 만에 다시 고개를 들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0.4% 상승하며 다시 상승세로 전환했다. 잠시나마 물가 안정에 대한 기대감을 가졌던 시장에 찬물을 끼얹은 이번 상승의 이면에는 우리 생활과 직결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특히 이번 상승세 전환은 특정 품목의 가격 급등이 지수 전체를 끌어올린 결과로 분석되어, 가계가 체감하는 물가 압박은 수치보다 더욱 클 것으로 우려된다.이번 물가 상승의 가장 큰 원인은 단연 전기요금이었다. 주택용 전력 요금이 전월 대비 무려 14.4%나 급등하며 전체 물가 상승을 주도했다. 이는 새로운 요금 인상이 아닌, 일종의 '기저효과'에 따른 결과다. 정부가 기록적인 폭염이 기승을 부렸던 지난 7~8월, 서민들의 냉방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한시적으로 적용했던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 구간 완화 조치가 지난달로 종료되었기 때문이다. 할인 혜택이 사라지자 정상화된 요금이 마치 큰 폭으로 인상된 것처럼 지수에 반영된 것이다. 여름 내내 에어컨 가동으로 늘어난 전기요금 고지서에 한숨 쉬었던 가정이, 이제는 할인 종료라는 또 다른 복병을 만난 셈이다.밥상 물가 역시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농림수산품은 전월 대비 0.4% 오르며 상승세에 힘을 보탰다. 특히 서민들의 주식인 쌀 가격이 4.7%나 올랐고, 쌈 채소의 대표 격인 상추는 무려 38.9%나 폭등하며 가계에 큰 부담을 안겼다. 육류 가격도 심상치 않았다. 명절 수요가 몰리면서 쇠고기와 돼지고기 가격이 각각 6.9%, 3.3%씩 상승했다. 한국은행은 쌀의 경우 지난해 생산량 감소 여파가 이어진 데다 햅쌀이 본격적으로 출하되기 전이라는 시기적 요인이 겹쳤고, 육류는 명절 특수가 가격을 밀어 올린 것으로 분석했다. 결국 매일 마주하는 식탁 위 먹거리들의 가격이 일제히 오르면서 장바구니 물가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었다.눈에 보이지 않는 서비스 비용 부담도 커졌다. 서비스 부문 물가 역시 전월 대비 0.4% 상승했는데, 여기에는 매달 고정적으로 지출되는 이동통신 요금 등이 포함된 정보통신 및 방송 서비스 요금 상승(4%)이 큰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생산 단계를 넘어 국내 시장에 공급되는 상품과 서비스의 전반적인 가격 변동을 보여주는 국내공급물가지수 역시 0.1% 상승했다. 원자재를 가공한 중간재(0.2%)와 소비자가 최종적으로 구매하는 최종재(0.3%) 가격이 모두 올랐다는 것은, 생산자 단계에서 시작된 가격 인상 압력이 시차를 두고 소비재와 서비스 가격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는 앞으로 소비자물가 역시 상승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불길한 신호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