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모아

참고인으로 갔는데… 쯔양 앞에서 터진 '국회 문자 폭탄'

 유튜버 쯔양(본명 박정원)이 ‘사이버 레커’ 공갈·협박 피해 사실을 증언하기 위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했지만, 여야 충돌이 격화되며 정작 본질 논의는 뒷전으로 밀렸다.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감에서 김우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으로부터 받았다는 욕설성 문자 메시지를 공개하자 회의장은 순식간에 고성으로 얼어붙었다. 박 의원의 휴대전화 번호까지 화면에 노출되자 국민의힘은 “좌표 찍기 유도”라며 반발했고, 혼탁한 공방 속에 쯔양의 놀란 표정이 언론 카메라에 포착됐다.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개의 44분 만에 정회를 선언했지만, 박 의원은 김 의원을 향해 “한심한 XX”라고 고함치며 퇴장 명령도 거부했다. 박 의원은 김 의원의 과거 욕설 문자와 신상 공개, 신체 접촉까지 주장하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반면 김 의원은 “살면서 아는 사람에게서 그런 문자를 받아본 적 없다”며, 박 의원이 대통령실을 ‘김일성 추종 세력’과 연결 지었다는 기자회견과 음모론성 질의를 문제 삼아 공개에 나섰다고 맞섰다. 앞서 박 의원은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이 ‘경기동부연합’과 연계됐다고 주장했고, 민주당은 “망상”이라 일축했다.

쟁점이 확산되자 국민의힘은 국감 현장에서 쯔양 측을 상대로도 “좌표 찍기와 조리돌림이 수익 모델이 되는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며 처벌 강화 필요성을 제기했다. 김장겸 의원은 “전화번호 공개로 박 의원이 문자 폭탄을 받는 게 바로 폭력”이라며 쯔양에게 “당해보니 처벌 수위가 낮지 않나”라고 물었다. 쯔양은 “법에 무지한 부분이 있어 조심스럽다”고 답하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쯔양은 이날 참고인 출석을 위해 7시간을 대기했다.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행정 착오로 오전 10시부터 기다리게 해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쯔양은 피해 당시를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만큼 두렵고 막막했다”고 회상했다. 유튜브 플랫폼 대응과 관련해선 “영상 확산 속도가 너무 빨라 삭제 조치가 이뤄져도 하루 만에 수십만 명이 보고, 이후 오해를 풀기가 매우 어렵다”며 신속·선제적 차단의 한계를 지적했다.

 

이날 국감은 사이버 레커의 허위·과장 콘텐츠 유통, 좌표 찍기와 인격 살해, 플랫폼 책임과 법적 처벌 수위라는 핵심 의제보다 정쟁으로 빈번히 중단과 재개를 반복했다. 개인정보 노출과 욕설 공방이 의사 진행을 잠식하면서, 실질적 제도 개선 논의는 진전을 못 봤다. 전문가들은 “피해 회복 불가능성을 줄이려면 신속한 게시중단, 알고리즘 감축, 수익 환수, 악의적 반복 행위 가중처벌이 필요하다”며 국회가 정쟁을 접고 피해자 보호 중심의 입법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편 박 의원의 고발 예고와 김 의원의 반박으로 후폭풍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종묘 앞에 142m 빌딩?…'왕릉뷰 아파트' 재현될까, 대법원 손에 달렸다

 국가유산의 경관이냐, 도심의 개발이냐.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종묘의 운명을 가를 수도 있는 중요한 법적 판단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국가유산청과의 협의 없이 문화유산 보존 규제를 완화한 서울시 조례 개정의 효력을 묻는 대법원 선고가 6일 열린다. 이번 판결은 단순히 법리 다툼을 넘어, 최근 서울시가 건물 높이를 대폭 상향 조정한 종묘 맞은편 세운4구역 재개발 사업의 향방을 결정지을 핵심 변수다. '왕릉뷰 아파트' 사태처럼 세계유산의 경관을 해치는 고층 건물이 종묘 앞에 들어설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사회 전체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갈등의 시작은 2023년 10월, 서울시의회가 '서울특별시 문화재 보호 조례'의 특정 조항을 삭제하면서부터였다. 삭제된 조항은 국가지정유산의 외곽 경계로부터 100m 밖이라도 건설공사가 문화유산에 영향을 미칠 것이 확실하면 그 영향을 검토하도록 한, 일종의 '안전장치'였다. 서울시의회는 이 조항이 상위법보다 포괄적인 과도한 규제라며 삭제를 강행했다. 하지만 당시 문화재청(현 국가유산청)은 강력히 반발했다. 관련법상 조례를 개정하려면 국가유산청장과 협의해야 함에도 서울시가 이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처리했다는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오세훈 시장에게 재의를 요구했으나 서울시가 이를 거부하고 개정 조례를 공포하면서, 결국 정부가 서울시를 상대로 대법원에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하는 초유의 사태로 번졌다.이번 소송이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서울시가 최근 고시한 '세운4구역 재정비촉진계획' 때문이다. 서울시는 이 계획을 통해 종묘 바로 맞은편에 위치한 세운4구역의 건물 최고 높이를 기존 55~71.9m에서 98.7~141.9m로 두 배 가까이 높였다. 최고 142m에 달하는 고층 빌딩이 들어설 길이 열린 셈이다. 문화계에서는 즉각 종묘 경관 훼손 우려가 터져 나왔지만, 서울시는 세운4구역이 종묘로부터 180m 떨어져 있어 보존지역(100m) 밖이고, 문제의 규제 조항도 사라졌기에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서울시가 9년간 13차례의 심의를 거치며 사업이 지연된 세운4구역 재개발을 밀어붙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규제 조항을 삭제한 것 아니냐는 '사전 작업' 의혹마저 제기하고 있다.대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법령이 조례보다 우위에 있다는 '법령우위원칙' 위반 여부를 핵심적으로 판단할 전망이다. 만약 대법원이 조례 개정이 무효라고 판단하면, 국가유산청의 권고대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의 유산영향평가(HIA)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에 막강한 힘이 실리게 된다. 이는 세운4구역 재개발 계획의 전면 재검토나 중단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반대로 조례 개정이 유효하다고 판단되면, 서울시는 법적 정당성을 확보하며 고층 건물 건립을 포함한 재개발 사업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2년 가까이 끌어온 법적 다툼의 결론이 서울 도심 한복판의 스카이라인과 세계유산의 미래를 동시에 결정짓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