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모아

오세훈·박형준의 '작심 비판' 시작됐지만…국민의힘은 구경만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형준 부산시장이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본격적인 존재감 확보에 나섰다. 이들은 각각 정부와 여당을 향해 날 선 발언을 쏟아내며 지지층 결집과 영향력 강화를 꾀하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부동산 정책을 고리로 이전 정권을 비판하는 데 집중하고, 박 시장은 산업은행 이전 무산과 거대 야당의 입법 독주를 문제 삼으며 여권을 압박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두 현역 단체장의 이러한 행보가 차기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포석이라고 분석하며, 소속 정당인 국민의힘의 지원이 더해져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오세훈 시장은 서울 주택 시장 문제의 책임을 전임 시장과 문재인 정부에 돌리며 공세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조국혁신당 조국 위원장이 자신의 재건축 활성화 정책을 '강남시장'이라 비판하자, "불을 지른 사람은 따로 있는데 이제 와서 불 끄는 사람을 탓한다"며 정면으로 맞받아쳤다. 그는 지난 정부 시절 중단된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28만 호에 달해 공급 절벽을 초래했고, 이것이 현재 집값 상승의 주된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오 시장은 고질적인 재건축 난제로 꼽히던 강남 은마아파트의 재건축 심의를 통과시키고, 자신이 고안한 신속통합기획을 통해 정비사업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내세우며 자신의 정책적 정당성을 부각하고 있다.

 


박형준 시장 역시 중앙 정치와 지역 현안을 넘나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동안 시정 홍보에 주력하던 모습에서 벗어나, 최근 민주당이 추진하는 사법개혁안을 두고 "선출된 권력이라고 해서 권력을 자기 마음대로 쓰면 결국 인민민주주의나 공산주의로 전락하게 된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는 보수 지지층을 향한 메시지인 동시에, 산업은행 부산 이전이 사실상 무산된 것에 대해서는 현 정부를 향해 "다 된 밥이던 산업은행 이전을 굳이 엎어버리고 설익은 밥을 먹으라니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라며 날을 세웠다. 이처럼 중앙 정치와 지역 이슈에 대해 투트랙 공세를 펼치는 것은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 등 강력한 경쟁자의 부상에 맞서 입지를 다지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두 시장의 이러한 분투가 선거 국면에서 유권자의 시선을 끄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이러한 개인기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당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의 잘못된 정책을 비판하고 오 시장과 박 시장의 성과를 널리 알리는 등 체계적인 지원 사격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과 부산은 내년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인 만큼, 당이 인물과 정책을 전면에 내세우는 전략을 통해 이들의 행보에 힘을 실어주지 않는다면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위기감이 당내에서 감지된다.

 

무용수 병원비 1000만원 ‘쌩돈’…정부는 ‘안전 연구’만 하고 있었다

 반복되는 공연장 안전사고에도 불구하고 예술인들이 최소한의 보호조차 받지 못하는 충격적인 실태가 드러났다. 화려한 무대 뒤에서 예술인들은 추락과 낙하 등 생명을 위협하는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되어 있지만, 이들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은 거의 작동하지 않고 있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지적된 바에 따르면, 예술인 산재보험 가입률은 고작 2%에 불과하다. 이는 사고 발생 시 100명 중 98명의 예술인이 제대로 된 보상 없이 스스로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는 의미다. 실제로 올해 세종의전당에서 추락한 무용수는 가입된 보험이 없어 1000만 원이 넘는 병원비를 전액 자비로 부담했으며, 과거 400kg의 무대장치에 부딪혀 하반신이 마비된 성악가는 수억 원의 치료비를 감당하다 끝내 세상을 떠나는 비극적인 일까지 발생했다.더 큰 문제는 이러한 사고가 단순히 운이 나빠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의 만연한 안전불감증과 정부의 관리 부실이 낳은 예고된 인재라는 점이다.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은 최근 5년간 약 230억 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공연장 안전기준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구체적인 기준까지 마련했다. 하지만 정작 공연 현장에는 이를 관리하고 감독할 전담 안전관리자가 단 한 명도 배치되지 않아, 애써 만든 기준이 사문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사실상 정부가 수백억 원의 혈세를 들여 ‘연구를 위한 연구’만 진행했을 뿐, 현장의 실질적인 안전 개선에는 손을 놓고 있었다는 비판으로 이어진다.정부의 안일하고 무책임한 대응을 보여주는 구체적인 사례도 지적됐다. KTL은 27억 원을 들인 별도 연구를 통해, 화재 발생 시 화염과 유독가스의 확산을 막는 핵심 설비인 방화막의 내압성능을 국제표준 수준인 450파스칼(Pa)로 설정해야 한다는 기준을 명시했다. 이는 미국, 유럽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이미 의무화된 ‘생명 기준’이다. 그러나 주무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이 중요한 안전 기준을 실제 규격에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만약 대형 공연장에서 화재가 발생할 경우, 부실한 방화막으로 인해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을 정부 스스로 방치하고 있었던 셈이다.이에 국회에서는 국민의 안전과 예술인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정부의 즉각적인 행동을 강력하게 촉구했다. 공연장마다 전담 안전관리자를 의무적으로 배치하고, 모든 공연 관계자를 대상으로 정기적인 안전교육을 실시하는 등 종합적인 안전관리 체계를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이러한 지적에 “행정적 시선이 아닌 국민의 생명을 중심에 두고 예술인의 안전을 절대적으로 보호하겠다”며 공연장 안전 실태에 대한 전면적인 점검을 약속했다. 하지만 노동부의 ‘전 국민 산재보험 의무화’라는 제도 개선이 완료되기 전까지는 문체부 차원의 별도 지원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에 그쳐, 반복되는 비극의 고리를 끊어낼 실질적인 대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