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동남아 최초'의 꿈, '부채의 늪'으로…인도네시아, 中에 무릎 꿇고 "빚 좀 깎아달라"

 인도네시아가 야심 차게 추진한 동남아시아 최초의 고속철도 '후시'가 개통 2년 만에 심각한 경영난에 봉착했다.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막대한 차관을 들여 건설했지만, 저조한 실적으로 인해 이자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결국 인도네시아 정부는 채무 불이행이라는 최악의 사태를 피하기 위해 중국 측과 부채 조정을 위한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이번 사태는 장밋빛 전망만 믿고 무리하게 대규모 인프라 사업을 추진했을 때 겪게 되는 어려움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로, 향후 유사한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국가들에게 중요한 교훈을 남기고 있다.

 

'후시'는 수도 자카르타와 주요 도시 반둥을 잇는 142km 구간을 최고 시속 350km로 주파하며, 기존 3시간이 걸리던 이동 시간을 40분으로 단축시켰다. 당초 인도네시아는 일본의 신칸센 도입을 검토했으나, 중국이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며 적극적으로 나서자 결국 중국의 손을 잡았다. 총사업비 72억 달러 중 75%에 달하는 54억 달러를 중국개발은행에서 융자받았고, 연간 이자만 약 1억 2천만 달러에 달한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고속철도 운행 수익으로 충분히 부채를 상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예상과 달리 고속철도 이용객 수는 목표치에 턱없이 부족했다. 당초 하루 평균 5만에서 7만 6천 명의 승객을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평일 1만 6천여 명, 주말 2만여 명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는 도심에서 떨어진 역의 위치와 짧은 운행 구간이 이용객들의 외면을 받은 주된 원인으로 분석된다. 연간 매출은 약 1억 1천만 달러로 추산되어, 이자 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고속철도 운영을 맡은 합자회사의 주요 주주인 인도네시아 철도공사 측에서는 현재의 부채 문제를 '시한폭탄'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심각한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이용객 확대를 위해 노선을 제2의 도시인 수라바야까지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현재의 재정 위기 속에서 추가적인 대규모 투자가 이루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번 '후시'의 실패는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가 지닌 위험성을 드러내는 동시에, 대규모 인프라 투자에 있어 철저한 사업성 검토와 신중한 재정 계획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일깨워주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중국과의 협상을 통해 어떤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지, 그리고 '후시'가 과연 만성적인 적자 구조에서 벗어나 정상 궤도에 오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재명 대통령, 쿠알라룸푸르서 아세안+3 협력 강화 제안…한·중·일 연계 강조

 말레이시아를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은 27일(현지 시각) 쿠알라룸푸르에서 개최된 ‘아세안+3 정상회의’에 참석하여, 보호무역주의 심화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으로 야기된 새로운 지정학적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아세안+3 국가 간의 협력 강화를 강력히 촉구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모두 발언을 통해 역내 국가들이 직면한 복합적인 도전 과제들을 극복하기 위한 공동의 노력을 강조하며, 아세안+3 협력의 중요성을 역설했다.이 대통령은 이번 회의에서 ‘역내 경제·금융 협력 강화를 위한 아세안+3 정상 성명’이 채택된 것에 대해 “매우 시의적절하다”고 평가하며, 현재 우리가 당면한 위기가 단순히 경제적 차원을 넘어 복합적이고 다층적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고령화와 저출산 문제, 국가 간·세대 간·계층 간 디지털 격차 심화, 기후변화와 자연재해로 인한 식량 및 에너지 위기, 그리고 초국가 범죄 등 다양한 도전 과제들이 일상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지적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사반세기 전 아세안+3 출범의 근간이 되었던 ‘협력과 연대의 정신’을 되새겨 이러한 위기들을 슬기롭게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특히 이 대통령은 최근 스캠센터 등 조직적인 범죄 집단에 의한 초국가 범죄가 수많은 사람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음에 깊은 우려를 표명하며, 한국 정부가 아세안 경찰 협력체인 아세아나폴(ASEANAPOL)과 긴밀히 협력할 의지를 밝혔다. 그는 아세안+3 회원국들의 관심과 지원을 당부했다. 한편,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무상은 미·일 정상회담 준비를 위해 회의 하루 전 먼저 귀국함에 따라, 이 대통령과의 조우는 불발되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회의에 참석한 리창 중국 총리와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에게 취임 후 첫 만남에 대한 반가움을 표하며 인사를 건넸다.이 대통령은 이어 이번 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이 예정되어 있으며, 다카이치 총무상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도 기대하고 있다고 언급하며, 한·중·일 3국 간의 활발한 교류가 아세안+3 협력으로 이어지고, 나아가 아세안+3 협력이 한·중·일 교류를 견인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기 위해 중국, 일본과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임을 천명했다. 이는 동북아시아와 동남아시아를 아우르는 포괄적인 지역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미래 지향적인 관계 설정을 위한 한국 정부의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