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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호 매진이 사라졌다?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이 8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한국 축구대표팀을 향한 열기는 눈에 띄게 식었다. 한때 ‘하늘의 별 따기’로 불리던 A매치 티켓은 이제 비교적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수준이 됐다. 브라질전 직후 치러지는 파라과이전이 흥행 부진을 예고하면서, 대표팀을 둘러싼 냉랭한 민심이 표면으로 드러난 모양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14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파라과이와 평가전을 치른다. 나흘 전 같은 장소에서 열린 브라질전에서 0-5로 대패한 뒤 치르는 경기라는 점에서, 팀 분위기 반전과 월드컵 조 추첨 포트2 수성이라는 현실적 목표를 위해서도 반드시 승리가 필요한 한 판이다. 그러나 그 필요성과 별개로 관중석 열기는 차갑다. 경기 당일 오전 9시 기준, 약 2만 장 남짓 판매되는 데 그치며 4만 5600장의 티켓이 남아 있었다. 최대 6만 6000명을 수용하는 서울월드컵경기장이 절반에도 못 미치는 관중 속에서 A매치를 치를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남은 시간 온라인·현장 판매가 이어진다 해도 ‘매진’은 사실상 불가능한 수준이라는 게 중계권사와 마케팅 업계의 공통된 관측이다.

 

불과 나흘 전 같은 무대의 온도는 달랐다. 브라질전에는 관중 6만 3237명이 입장해 사실상 매진에 가까운 열기를 만들었다. 장대비가 쏟아지는 궂은 날씨에도 좋은 좌석을 잡기 위한 경쟁이 치열했고, 스타 플레이어를 직접 보려는 열망이 현장을 달궜다. 비니시우스 주니오르, 호드리구(레알 마드리드), 이스테방(첼시), 카세미루(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 ‘삼바 군단’이 지닌 세계적 네임밸류와 콘텐츠 파워가 티켓 파워로 직결된 것이다. 반면 파라과이는 객관적 전력과 스타성에서 브라질에 미치지 못한다. 그럼에도 경기 당일 4만 장 이상 표가 남았다는 사실은, 상대 인기 변수 이상의 문제가 대표팀 내부에 존재함을 시사한다.

 

불만의 뿌리는 경기력과 결과, 그리고 소통에 대한 피로감이 겹친 데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홍명보호는 부임 초기부터 전술 정체성과 선수단 운영을 둘러싼 논란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지난해 10월 이라크와의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홈경기(용인 미르스타디움, 3만 7000명 수용)는 만원을 기록하며 대표팀에 대한 기대가 여전함을 보여줬다. 당시에도 감독 선임 과정에 대한 팬들의 불신은 컸지만, 그래도 대표팀 선수들의 역량과 월드컵 본선 향한 희망이 관중을 경기장으로 끌어들였다. 1년이 흐른 지금, 월드컵이 코앞인데도 표가 남아도는 현실은 팬들의 기대치가 구조적으로 낮아졌음을 말해준다.

 

브라질전 대패는 그런 분위기에 결정타였다. 강호를 상대로 패배 자체는 수용될 수 있지만, 슈팅·압박·전환에서의 열세가 도드라진 ‘내용 없는 완패’는 팬심을 더 멀어지게 만들었다. 수비 라인의 조직력 붕괴, 미드필드 연결의 단절, 공격 전개 패턴의 단조로움은 상대가 누가 되든 반복되는 약점으로 지목돼 왔다. 평가전의 본질이 실험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실험의 방향성과 누적된 개선의 흔적을 찾기 어렵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브라질전 이후 메시지 관리에서도 뚜렷한 반전 동력은 드러나지 않았다. 내부 결속과 책임 공유, 변화 의지를 명확한 언어로 제시하는 리더십이 요구되지만, 팬들에게 설득력 있게 전달되었는지는 의문이다.

 


물론 외부 변수도 있다. 연이은 비 예보와 평일 저녁 경기라는 시간대가 가족 단위 관람을 주저하게 만든 측면이 있다. 파라과이의 스타성 한계, 국제축구 달력상 빡빡한 일정 속 소집 선수들의 컨디션 이슈도 흥행에 불리하게 작용한다. 그러나 날씨와 상대 전력만으로 A매치가 이 정도 규모로 비어가는 현상을 설명하긴 어렵다. K리그 주요 경기의 관중 규모가 꾸준히 회복세를 보이는 것과 대비해도, 국가대표 브랜드의 매력도 하락은 분명한 경고등이다.

 

결국 해법은 경기장 안에서의 설득에 달렸다. 파라과이전은 단순한 친선이 아니라, 월드컵 본선을 앞둔 실전 점검이자 팬 신뢰 회복 시험대다. 무엇보다 선수비-빠른전환으로만 귀결되는 예측 가능한 흐름에서 벗어나, 전방 압박의 타이밍과 강도, 2선-풀백의 라인 간 간격 조절, 세트피스 가변 전술 등 ‘준비된 변화’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중원에서의 전진 패스 선택과 1선의 연계 가담이 살아나야 하고, 수비 지역에선 빌드업 시작 지점에서의 실수 최소화와 커버 밸런스 유지가 핵심 과제로 꼽힌다. 결과도 중요하지만, 팬들은 과정의 디테일에서 팀이 나아지고 있다는 신호를 찾는다.

 

협회와 마케팅 측면의 과제도 남아 있다. 빅매치 의존형 흥행 구조에서 벗어나려면, 매치데이 경험을 일관되게 끌어올리는 콘텐츠 설계가 필요하다. 상대가 누구든 팬이 ‘오길 잘했다’고 느끼게 만드는 현장 연출, 대표팀 스토리텔링, 소통형 디지털 콘텐츠의 축적이 관중 회복의 기반이 된다. 무엇보다 경기력과 연결되는 신뢰의 재건 없이는 반짝 흥행은 반복되지 않는다.

 

파라과이전은 숫자만 보면 ‘흥행 참패’가 예고됐다. 그러나 90분 내용과 태도가 달라진다면, 이 경기는 냉각된 민심을 되돌리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월드컵까지 남은 시간은 길지 않다. 이제는 변명의 여지를 남기지 않는 준비와, 팬이 다시 표를 사게 만드는 설득의 축구가 필요하다. 대표팀이 그 답을 오늘 밤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제시할 차례다.

 

무용수 병원비 1000만원 ‘쌩돈’…정부는 ‘안전 연구’만 하고 있었다

 반복되는 공연장 안전사고에도 불구하고 예술인들이 최소한의 보호조차 받지 못하는 충격적인 실태가 드러났다. 화려한 무대 뒤에서 예술인들은 추락과 낙하 등 생명을 위협하는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되어 있지만, 이들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은 거의 작동하지 않고 있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지적된 바에 따르면, 예술인 산재보험 가입률은 고작 2%에 불과하다. 이는 사고 발생 시 100명 중 98명의 예술인이 제대로 된 보상 없이 스스로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는 의미다. 실제로 올해 세종의전당에서 추락한 무용수는 가입된 보험이 없어 1000만 원이 넘는 병원비를 전액 자비로 부담했으며, 과거 400kg의 무대장치에 부딪혀 하반신이 마비된 성악가는 수억 원의 치료비를 감당하다 끝내 세상을 떠나는 비극적인 일까지 발생했다.더 큰 문제는 이러한 사고가 단순히 운이 나빠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의 만연한 안전불감증과 정부의 관리 부실이 낳은 예고된 인재라는 점이다.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은 최근 5년간 약 230억 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공연장 안전기준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구체적인 기준까지 마련했다. 하지만 정작 공연 현장에는 이를 관리하고 감독할 전담 안전관리자가 단 한 명도 배치되지 않아, 애써 만든 기준이 사문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사실상 정부가 수백억 원의 혈세를 들여 ‘연구를 위한 연구’만 진행했을 뿐, 현장의 실질적인 안전 개선에는 손을 놓고 있었다는 비판으로 이어진다.정부의 안일하고 무책임한 대응을 보여주는 구체적인 사례도 지적됐다. KTL은 27억 원을 들인 별도 연구를 통해, 화재 발생 시 화염과 유독가스의 확산을 막는 핵심 설비인 방화막의 내압성능을 국제표준 수준인 450파스칼(Pa)로 설정해야 한다는 기준을 명시했다. 이는 미국, 유럽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이미 의무화된 ‘생명 기준’이다. 그러나 주무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이 중요한 안전 기준을 실제 규격에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만약 대형 공연장에서 화재가 발생할 경우, 부실한 방화막으로 인해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을 정부 스스로 방치하고 있었던 셈이다.이에 국회에서는 국민의 안전과 예술인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정부의 즉각적인 행동을 강력하게 촉구했다. 공연장마다 전담 안전관리자를 의무적으로 배치하고, 모든 공연 관계자를 대상으로 정기적인 안전교육을 실시하는 등 종합적인 안전관리 체계를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이러한 지적에 “행정적 시선이 아닌 국민의 생명을 중심에 두고 예술인의 안전을 절대적으로 보호하겠다”며 공연장 안전 실태에 대한 전면적인 점검을 약속했다. 하지만 노동부의 ‘전 국민 산재보험 의무화’라는 제도 개선이 완료되기 전까지는 문체부 차원의 별도 지원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에 그쳐, 반복되는 비극의 고리를 끊어낼 실질적인 대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