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국내선 '찬밥 신세' 전복, 일본 가니 '반값 효자' 등극!

 한때 '고급 수산물'의 대명사였던 전복의 몸값이 심상치 않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수산업관측센터에 따르면 지난 8월 전복 산지 가격(㎏당 10마리 기준)은 1만9420원으로, 작년 같은 달 대비 6.9% 하락했다. 이는 올 들어 세 번째 1만원대 기록으로, 당분간 전복 가격의 내림세가 이어질 것으로 KMI는 전망했다.

 

전복 가격 하락의 배경에는 복합적인 요인이 있다. 우선, 경기 불황으로 인한 소비 위축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노량진수산물도매시장 상인회장은 "전복을 사러 오는 사람 자체가 없다"며 선물용 수요마저 끊겼다고 전했다. 또한, 가정에서 식자재 손질을 번거로워하는 현대 소비 트렌드와 전복이 잘 맞지 않는다는 유통업계의 분석도 나온다. 수요가 위축되는 반면 공급은 오히려 늘고 있다. KMI는 올해 전복 출하량을 작년 대비 11.9% 증가한 2만6102t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고수온으로 광어·우럭이 폐사할 때도 전복 양식은 진도 냉수대의 영향과 고수온에 강한 먹이(곰피) 사용 덕분에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어 생산량이 안정적으로 증가한 것이다.

 


이러한 국내 시장의 수요-공급 불균형을 해소하는 주요 활로는 바로 수출이다. 지난해 활전복 수출량은 역대 최대치인 2786t을 기록했으며, 올해도 작년 수준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일본이 최대 수출처로, 지난해 전체 활전복 수출 물량의 80% 이상인 2288t이 일본으로 향해 약 4천만 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일본 시장에서 한국산 전복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 때문이다. KMI에 따르면 일본 오사카 도매시장에서 한국산 활전복은 일본산의 약 30% 수준에 거래된다. 일본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전복 양식 시설이 전무하며, 해조류 먹이 가격과 높은 인건비, 육상 양식에 필요한 막대한 전기료 등으로 인해 전복 양식 산업 발전이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은 어촌계 품앗이 노동력과 저렴한 해조류 공급 등 생산 기반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국내 시장의 난관 속에서도 수출이라는 강력한 돌파구를 찾은 전복 산업.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인건비나 자재 비용 등을 감안할 때 한국산 전복의 가격 경쟁력이 뛰어나다"며 김, 굴 등 다른 양식 어종에서도 유사한 현상이 나타난다고 덧붙였다. 국내 소비 촉진을 위한 새로운 시도와 함께, 일본을 넘어선 수출 시장 다변화 전략이 전복 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경주에 다 모였다… 이재용·최태원·정의선·구광모, 'AI 황제' 젠슨 황 만나나

 대한민국 재계를 움직이는 거물들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의 서막을 여는 'CEO 서밋 2025' 참석을 위해 천년고도 경주로 총집결했다. 28일부터 나흘간 '연결과 성장, 그 너머(Bridge, Business, Beyond)'를 주제로 열리는 이번 행사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국내 4대 그룹 총수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그야말로 '역대급' 라인업이 성사됐다. 이는 단순한 연례 포럼 참석을 넘어, 급변하는 글로벌 경제 지형 속에서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한 총수들의 치열한 비즈니스 외교전이 펼쳐질 것임을 예고하는 신호탄이다. 특히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겸하고 있는 최태원 회장은 29일 개회식에서 환영사를 통해 한국 재계의 위상을 알리고, 같은 날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의 만찬을 통해 한미 경제 협력의 가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이번 서밋이 단순한 국내 기업인들의 잔치를 넘어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 이유는, 바로 국경을 초월한 글로벌 기업들의 최고경영자(CEO)들이 경주를 찾는다는 사실 때문이다. 인공지능(AI) 시대의 문을 연 젠슨 황 엔비디아 CEO를 필두로 맷 가먼 아마존웹서비스(AWS) CEO, 사이먼 칸 구글 아태지역 부사장, 제인 프레이저 시티그룹 CEO, 세계 1위 배터리 기업 CATL의 쩡위췬 회장 등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글로벌 거물들이 참석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미 본 행사에 앞서 27일 막을 올린 '퓨처테크 포럼'에서는 정기선 HD현대 회장이 조선업의 미래 비전을 제시하고 한화그룹이 K-방산의 기술력을 뽐내는 등 분위기가 한껏 달아오른 상태다.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 추형욱 SK이노베이션 사장 등 국내 주요 기업의 핵심 경영진들도 연단에 올라 각 사의 미래 전략과 기술력을 과시하며 글로벌 파트너십을 모색할 예정이다.그중에서도 재계의 시선이 가장 뜨겁게 향하는 곳은 단연 글로벌 AI 열풍의 진원지인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와 국내 반도체 투톱인 이재용 회장, 최태원 회장의 만남 성사 여부다. AI 연산에 필수적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의 절대 강자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만약 세 사람의 회동이 성사된다면, 이는 단순한 HBM 공급 논의를 넘어 차세대 AI 반도체 개발과 기술 협력 등 더 큰 차원의 'AI 동맹'을 논의하는 자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 전 세계적인 반도체 공급망 재편과 기술 패권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이번 만남이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의 미래 향방을 결정지을 중대한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반도체만큼이나 뜨거운 또 다른 격전지는 바로 배터리 시장이다. 세계 1위 배터리 업체인 중국 CATL의 쩡위췬 회장의 방한을 계기로, 국내 기업들과의 미묘한 합종연횡이 점쳐진다. 특히 전기차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안정적인 배터리 공급망 확보가 절실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의 만남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이는 협력이자 동시에 경쟁 관계에 있는 양사 간의 향후 관계를 설정하는 중요한 자리가 될 전망이다. 나아가 K-배터리의 주축인 SK그룹과 LG그룹 총수들과의 만남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공식적인 행사 외에도 삼성, 현대차, 포스코 등 국내 주요 그룹들은 경주 일대에서 별도의 만찬과 오찬을 주최하며 글로벌 핵심 인사들과의 네트워킹을 위한 치열한 물밑 외교전을 예고하고 있어, 경주의 밤은 비즈니스 열기로 뜨겁게 달아오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