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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잡고 인사 채우고..이재명 대통령의 '추석 후폭풍' 수습 대작전

 추석 연휴를 마친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공식 업무에 복귀하며 국내외 산적한 현안 해결에 나섰다. 대통령은 연휴 민심을 점검하고 민생 살리기에 집중할 계획이며, 이날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14일에는 민생회복 소비쿠폰 관련 '디지털 토크 라이브'를 개최한다.

 

가장 시급한 국내 과제는 부동산 시장 안정화다. 수도권 집값 급등세가 지속되자 정부는 수요 억제(6·27), 공급 확대(9·7)에 이은 세 번째 부동산 대책을 이번 주 발표할 예정이다. 강남 아파트 평균값이 18억원을 돌파하는 등 불안정한 시장 상황 속에서 규제지역 확대와 대출 규제 강화 등이 검토되고 있다. 부동산 정책의 성패는 정부 경제 정책의 주요 가늠자이자 내년 지방선거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또한, 정권 교체에 따른 고위 공무원들의 줄사표로 인한 인사 공백도 시급히 해소해야 할 과제다. 기재부, 금융위, 국토부 등 주요 부처 1급 공무원들의 사표가 수리되지 않고 후임 인선도 지연되면서 국정감사 전까지 정책 공백을 최소화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 외에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마비된 정부 행정망 복구와 해외 취업 사기 범죄로부터 내국인을 보호할 대책 마련도 주요 현안이다.

 

외교 분야에서는 보름 앞으로 다가온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치르는 것이 최우선이다. 우리나라가 의장국으로 주도하는 이번 회의는 21개 회원국 정상과 2만여 명이 경주를 찾을 대규모 행사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등 G2 정상이 한자리에 모일 가능성이 제기되며 이 대통령의 '실용외교'를 시험할 무대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최근 미중 관계의 냉랭한 분위기(대두 수입 중단, 희토류 수출 통제, 추가 관세 위협 등)로 인해 미중 정상회담 성사 여부는 불투명하다.

 


다만, 한미, 한중 양자회담은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이 대통령은 한미일 공조 체제를 재확인하고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정상 간 의지를 다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시진핑 주석과의 첫 만남에서 유의미한 한중 협력 관계를 구축할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한미 관세합의 후속 협상 타결도 초미의 관심사다. 지난 7월 구두 합의 이후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방식을 두고 양국 간 이견(미국은 지분 투자, 한국은 대출/보증 선호)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APEC 정상회의를 타결의 적기로 봤으나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5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G20 재무장관회의와 IMF 연차총회에 참석해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과 회동,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등 막판 이견 좁히기에 나설 계획이다.

 

공급은 '확실히', 세금은 '노코멘트'…대통령실이 시장에 보낸 혼란스러운 신호

 대통령실이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시장의 혼란과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후속 정책의 방향성이 '공급 확대'에 있음을 분명히 못 박았다. 김남준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이번 대책이 부동산 가격의 급격한 상승을 억제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고 설명하며, 기존에 발표했던 공급 대책들은 한 치의 차질 없이 추진될 것임을 거듭 강조했다. 이는 최근 발표된 대책이 수요 억제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 공급 부족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일각의 비판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정부의 정책 기조에 변함이 없다는 점을 시장에 명확히 전달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특히 대통령실은 정책 수장들의 발언을 인용하며 공급 확대 의지를 재차 확인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 대변인은 김용범 정책실장이 개인 SNS를 통해 10·15 대책의 배경을 설명한 것 자체가 "공급 대책을 마련해서 확실히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라고 평가했다. 정책 책임자가 직접 나서서 여론전에 나선 것을 두고, 단순한 해명을 넘어 공급 중심의 정책을 일관되게 밀고 나가겠다는 강력한 시그널로 해석해달라는 주문이다. 이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단기적인 시장 안정화 조치를 넘어, 장기적인 수급 균형을 맞추는 데 핵심 목표를 두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나아가 이재명 정부는 이번 부동산 문제를 단순한 주택 가격의 등락이 아닌, 한국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와 연결 짓고 있음을 시사했다. 김 대변인은 "부동산이 유일무이한 투자 수단이 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고 언급하며, 특정 자산으로의 쏠림 현상이 경제 전반에 미치는 부작용에 대한 정부의 고민을 드러냈다. 그 대안으로 주식시장 등 투자처를 다변화하는 방안을 제시하며, 이를 통해 자금이 생산적인 분야로 흘러 들어가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현 정부의 궁극적인 목표임을 덧붙였다.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넘어 경제 체질 개선까지 염두에 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것이다.하지만 시장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보유세 인상 가능성에 대해서는 철저히 말을 아끼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김 대변인은 보유세 관련 질문에 "현재 시점에서 따로 말씀드릴 것은 없다"고 선을 그으며, 김용범 정책실장의 기존 발언들을 참고하는 수준에서 이해해달라고 한발 물러섰다. 이는 공급 확대라는 큰 틀의 원칙은 고수하되, 세금이라는 가장 예민한 카드는 여론의 추이와 시장 반응을 살피며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공급 정책에 대해서는 확신에 찬 메시지를 내놓으면서도, 증세 문제에 대해서는 여지를 남겨두며 정책적 유연성을 확보하려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