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향수와 신선함 사이, 30년 전 분위기가 안방을 점령한 비결은?

 가을밤, 30~40년 전의 향수를 자극하는 예능과 드라마가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복고 열풍은 1970·80년대를 넘어 1980·90년대로 확장되며 새로운 전성기를 맞았다. 소비 세대 변화와 함께 밀레니얼 세대 추억을 소환하고, Z세대에게는 신선한 아날로그 감성을 선사한다.

 

MBC 예능 '놀면 뭐하니?'는 '80s MBC 서울 가요제'를 통해 1980년대 가요 경연을 선보이며 큰 화제를 모았다. 당시 의상, 무대 장식, 자막 폰트까지 완벽 재현해 시청률을 6.6%까지 끌어올리는 저력을 보였다. 수도권 순간 최고 시청률은 10%를 돌파하기도 했다.

 


드라마 역시 시대극이 대세다. JTBC '백번의 추억'은 1980년대를 배경으로 버스 안내양 영례(김다미)와 종희(신예은)의 우정과 첫사랑을 그렸다. 제작진은 실제 운행했던 옛 버스를 복원하고, 주간학교 응원 쪽지나 음악다방 신청곡, 교복 미팅 등 1980년대 문화를 생생하게 담아냈다. 11일 첫 방송된 tvN '태풍상사'는 1997년 IMF 외환위기 시대를 배경으로, '압구정 오렌지족' 출신 초보 영업맨 강태풍(이준호)의 성장기를 다룬다. 이나정 감독은 "진정성 있는 고증이 작품 정체성"이라며, 제작진은 텔렉스까지 공수해 1990년대 말 사무실 풍경과 Y2K 분위기를 진정성 있게 고증했다.

 

이러한 흐름은 1980~90년대 학창 시절을 보낸 밀레니얼 세대가 사회 중추로 자리 잡으며 강력한 소비층이 된 데 기인한다. 또한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는 "1980년대 말부터 1990년대는 현재 MZ세대가 누리는 대중문화의 원형이 형성된 시기"라며, Z세대가 겪어보지 못한 아날로그 감수성과 공동체적 온기를 신선하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완벽한 고증보다 중요한 것은 '서사의 힘'이다. 김 평론가는 "드라마는 과거 이야기를 통해 현재 결핍을 채워주는 것이 중요하며, 예능 또한 개별성과 보편성을 함께 시도하는 변주가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추억을 소비하는 것을 넘어, 현재와 소통하는 깊이 있는 이야기가 복고 콘텐츠의 지속적인 성공 열쇠임을 시사한다.

 

"배고파서…" 현대판 장발장, 경찰의 따뜻한 손길로 새 삶 얻다

 청주시 오창읍에서 발생한 식료품 절도 사건의 50대 피의자가 경찰의 인도적인 조치로 삶의 희망을 되찾게 됐다. 지난 22일 새벽 2시 30분경, 50대 남성 A씨는 오창읍 소재 한 편의점에서 5만 원 상당의 식료품을 훔쳐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범행 당시 계산대에 있던 직원에게 "배가 고프다. 내일 계산하면 안 되겠냐"고 요청했으나 거절당하자, 재킷을 열어 품에 있던 과도를 보여준 뒤 봉투에 담긴 식료품을 들고 편의점을 나선 것으로 조사됐다.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CCTV 영상 분석 등을 통해 추적에 나섰고, 지난 25일 오전 9시 35분경 인근 원룸에서 A씨를 긴급체포했다.검거 당시 A씨는 심하게 야윈 채 침대에 누워 있었으며, 형사들의 부축에도 힘없이 주저앉을 정도로 기력이 쇠약한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형사들은 A씨에게 우선 죽을 사 먹인 후 병원으로 이동하여 사비를 들여 영양 수액을 맞게 하는 등 인도적인 조치를 취했다. 이후 A씨 가족이 인계를 거부하자, 경찰은 마트에서 계란, 햇반, 라면 등 식자재를 구매하여 제공하고 A씨를 귀가 조처했다. A씨는 검거 당시 형사들에게 "열흘 가까이 굶어 너무 배가 고팠다. 사람을 해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진술하며 범행 동기를 밝혔다.A씨의 범행은 극심한 생활고에서 비롯된 것으로 파악됐다. 일용직 노동자로 일해 온 A씨는 지난 7월 이후 일거리가 끊기면서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했다.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은행에서 돈을 빌렸으나 연체로 인해 통장마저 압류된 상태였으며, 기초생활수급이나 민생회복지원금 등 각종 복지제도의 존재 자체를 알지 못해 신청조차 하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당초 A씨가 흉기를 동원하여 범행을 저지르고 도주한 점 등을 고려하여 구속영장 신청을 검토했으나, A씨에게 전과가 없고 극심한 생활고가 범행의 주된 원인임을 참작하여 불구속 수사를 결정했다.경찰은 A씨의 재활과 자립을 돕기 위한 적극적인 지원에 나섰다. 이날 경찰은 A씨를 오창읍 행정복지센터로 동행하여 기초생활보장제도 신청을 지원했다. 이에 따라 A씨는 대상자 선정 심사를 받는 약 3개월 동안 매달 76만 원의 임시 생계비를 지원받을 예정이다. 또한 청주시는 A씨의 구직 활동을 지원하기로 하는 등 장기적인 자립을 위한 다각적인 도움을 제공할 계획이다. 이번 사건은 사회 안전망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의 현실을 다시 한번 조명하며, 복지 시스템의 접근성 강화와 취약계층 발굴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