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귀멸' 가니 '체인소' 오고 '주술' 대기…韓 영화 밀어내고 극장가 점령한 日 애니 군단

 한국 영화 대작들의 흥행 열기가 한풀 꺾인 극장가에 일본 애니메이션 ‘극장판 체인소 맨: 레제편’이 ‘개싸라기 흥행(입소문 역주행)’의 저력을 보여주며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다. 개봉 3주 차에 접어든 이 작품은 마침내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귀멸의 칼날’에 이어 또 한 번의 ‘재패니메이션’ 신드롬을 예고하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체인소 맨’은 지난 주말(10~12일) 32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추석 연휴 승자였던 ‘보스’와 ‘어쩔수가없다’를 모두 제쳤다. 개봉 초반 2~3위에 머물렀던 순위를 18일 만에 뒤집은 완벽한 역주행이다. 흥행의 실질적인 척도인 좌석판매율 역시 27.5%로 가장 높아, 관객들의 뜨거운 지지를 입증했다. 누적 관객 수는 183만 명을 넘어서며 200만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러한 흥행 돌풍의 배경에는 ‘N차 관람’ 열풍이 있다. 특히 음악과 강렬한 연출을 온몸으로 체감할 수 있는 IMAX, 4DX 등 특별관 관람 비중이 16%에 달하며 재관람객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악마의 심장을 가진 소년 ‘덴지’와 의문의 소녀 ‘레제’의 애틋하면서도 폭발적인 이야기가 입소문을 타면서 관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것이다.

 

‘체인소 맨’의 바통을 이어받을 후속 주자의 기세도 만만치 않다. 오는 16일 개봉하는 ‘극장판 주술회전: 회옥·옥절’은 이미 예매율 10%를 넘기며 ‘체인소 맨’의 뒤를 바짝 쫓고 있다. 이처럼 일본 애니메이션이 연달아 흥행에 성공하며 극장가의 판도를 뒤흔들자, 한때 박스오피스를 쌍끌이했던 한국 영화들은 다소 주춤하는 모양새다.

 

"우리 엄마도 이렇게는 안 믿어"…김경문, 17년 전 '이승엽 신화'에 팀을 태우다

 한화 이글스의 가을 야구가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시리즈 전적 1승 2패로 뒤지던 4차전, 9회초 3점의 리드를 안고 마운드에 오른 이는 '믿음의 아이콘' 김서현이었다. 2승 2패, 시리즈의 균형을 맞출 수 있다는 희망이 가득했던 순간, 야구장의 공기는 그러나 곧 절망으로 바뀌었다. 김서현은 박동원에게 통한의 투런 홈런을 얻어맞으며 마운드 위에서 고개를 숙였고, 팀은 믿을 수 없는 역전패를 당하며 1승 3패의 절대적인 위기에 봉착했다. 가을의 기적을 꿈꾸던 팬들의 기대는 한순간에 산산조각 났고, 이제 남은 것은 실낱같은 희망과 더 커져 버린 불신뿐이다. 김경문 감독의 선택은 시리즈 전체의 향방을 결정짓는 가장 뼈아픈 순간으로 기록되었다.경기 종료 후 팬심은 들끓다 못해 폭발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 미디어는 김경문 감독의 용병술을 향한 성토의 장으로 변했다. "우리 엄마도 나를 저렇게까지 믿지는 않는다", "김서현만 한화 선수인가"와 같은 조롱 섞인 비판은 물론, "이승엽 신화에 취해 팀을 망가뜨리고 있다"는 원색적인 비난까지 쏟아졌다. 특히 패배 후 "8회는 잘 막지 않았느냐"는 김 감독의 발언은 불타는 여론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되었다. 결과의 책임을 외면하고 과정의 일부만을 긍정하려는 듯한 태도는 팬들에게 더 큰 실망과 분노를 안겨주었다. 감독의 신뢰와 팬들의 인내심 사이의 괴리가 극명하게 드러난 순간이었다.김경문 감독의 야구 인생을 관통하는 '믿음의 야구'라는 철학이 최대의 시험대에 올랐다. 그의 신념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의 영광스러운 기억에 뿌리를 두고 있다. 당시 극심한 부진에 시달리던 이승엽을 끝까지 기용해 결국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성공 신화는 그의 지도자 인생에 가장 빛나는 훈장이자 가장 강력한 무기였다. 하지만 2025년의 포스트시즌은 17년 전의 올림픽 무대와는 다르다. 시즌 내내 제구 불안과 심리적 기복을 노출했던 젊은 투수 김서현은 해결사 이승엽이 아니며, 패배가 곧 탈락으로 이어지는 단기전 마운드는 믿음보다는 냉철한 결단이 요구되는 자리다. 한때 미덕으로 칭송받던 믿음은 이제 '고집'과 '집착'이라는 비판의 대상이 되고 말았다.이제 한화 이글스에게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5차전, 단 한 번의 패배로 한 시즌의 노력이 모두 물거품이 될 수 있는 외나무다리 승부만이 남았다. 야구 팬들의 모든 시선은 이제 김경문 감독의 더그아웃을 향한다. 그는 과연 자신의 야구 철학을 끝까지 밀어붙일 것인가, 아니면 비판을 수용하고 변화를 선택할 것인가. 이 결정에 따라 한화의 운명은 물론, '명장' 김경문 감독의 '믿음의 야구' 역시 재평가받게 될 것이다. 팀의 가을 야구 운명이 그의 마지막 선택에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