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코딩 실수였습니다”… 美, 홍역 방역 사령탑 해고했다 ‘하루 만에’ 번복

 미국 보건 방역 시스템의 심장부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 어처구니없는 해고 소동이 벌어졌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코딩 오류’를 이유로 CDC 직원 1300명에게 해고를 통보했다가, 하루 만에 700명을 급히 복직시키는 촌극을 빚은 것이다. 이 과정에서 미국 내 최악의 홍역 사태 대응을 이끄는 총괄지휘관을 비롯한 핵심 인력들이 대거 해고 명단에 포함돼 미국 공중 보건 시스템에 큰 허점을 노출했다.

 

이번 사태는 트럼프 행정부의 연방정부 정원 감축 계획(RIF)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보건복지부는 전산상의 코딩 오류로 감원 대상이 아닌 직원들에게 해고 통보가 잘못 전달됐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그 명단에는 ‘질병 탐정’으로 불리며 전염병 위협에 가장 먼저 대응하는 전염병정보국(EIS) 요원들과 CDC의 핵심 학술지를 발행하는 팀 등 방역 최전선 인력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미국이 ‘홍역 퇴치 선언’을 무색게 하는 최악의 확산 사태를 겪고 있는 와중에 벌어진 일이다.

 

 

 

정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태를 단순한 행정 착오로 보기 어렵다는 비판이 거세다. 니라브 샤 전 CDC 부국장은 “과거에는 관리 무능의 부산물이라 생각했지만, 이제는 혼란 자체가 의도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행정부의 의도에 대한 의구심을 직접적으로 제기했다. 핵심 인력을 흔들어 공중 보건 시스템 자체를 약화시키려는 의도가 숨어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결국 700명은 복직했지만, 폭력 예방 프로그램 등 일부 부서 직원들은 예정대로 해고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감원의 영향이 당장은 보이지 않더라도, 미국의 다음 보건 위기 대응 능력을 심각하게 저해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위기가 닥쳤을 때, 이미 대비했어야 할 일을 하느라 귀중한 시간을 허비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1분간의 사이렌이 서울을 삼켰다…광화문 뒤덮은 흐느낌의 정체

 29일 오전 10시 29분, 서울 전역에 울려 퍼진 1분간의 사이렌 소리는 3년 전 그날의 비극을 다시금 일깨웠다. 10·29 이태원 참사 3주기를 맞아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소리는 광화문광장의 소음을 집어삼킬 만큼 거대했고, 묵념하는 시민들 사이에서는 끝내 참지 못한 흐느낌이 터져 나왔다. 정부와 유가족이 함께 마련한 기억식 ‘별들과 함께, 진실과 정의로’에는 김민석 국무총리를 비롯한 정부 관계자와 국내외 유가족, 그리고 비극을 함께 기억하려는 시민들이 모여 슬픔을 나눴다. 참석자들은 애국가를 부르며 눈물을 닦아내거나, 가슴에 단 추모 배지를 매만지며 떠나간 이들을 기렸다. 그날의 충격과 슬픔은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었다.기억식에 모인 이들의 가슴에는 저마다의 사연과 아픔이 아로새겨져 있었다. 3년 전 참사로 조카의 아들을 잃은 A씨는 코로나19로 마음껏 놀지 못했던 아이가 친구들과 이태원을 찾았다가 변을 당했다며, 이 말도 안 되는 사고의 진실을 밝히는 것만이 아이에게 미안함을 더는 유일한 길이라고 믿었다. 참사 전날 바로 그 골목에서 식사를 했다는 원서연 씨는 “이태원 참사는 인재이며, 얼마든지 우리에게도 발생할 수 있는 일”이라고 단언하며,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함께하겠다고 다짐했다. 자녀가 희생자들과 비슷한 또래라 남 일 같지 않아 참석했다는 정영희 씨의 이야기처럼, 광장은 직접적인 관계를 떠나 사회적 아픔에 공감하는 이들의 눈물로 채워졌다.같은 시각, 비극의 현장이었던 용산구 이태원동 ‘10·29 기억과 안전의 길’ 역시 추모의 발길로 가득 찼다. 사이렌이 울리기 전부터 스님들의 추모 법회가 이어졌고, 벽면에는 희생자들을 기리는 노란 메모지가 빼곡하게 붙어 3년 전의 아픔을 증언했다. 인근 편의점은 ‘추모의 마음을 담아 준비했다’는 문구와 함께 헌화용 국화가 담긴 사탕통을 가게 앞에 내놓아 오가는 이들의 마음을 울렸다. 편의점 직원은 유가족보다 힘든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이태원 상인회 역시 최선을 다해 돕고 있다고 전했다. 교복을 입은 학생들도 이곳을 찾아 헌화하고 묵념하며, 비극의 기억이 세대를 넘어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었다.참사의 기억은 3년이 지난 지금도 생존자와 목격자들의 삶을 송두리째 붙들고 있었다. 참사 당일 현장에서 심폐소생술을 했던 엘리자베스 브락씨는 트라우마 치료에도 호전이 없다며 인터뷰 내내 눈물을 글썽였다. 그는 “경찰 4명이 전부였던 현장은 혼돈 그 자체였다”고 회상하며, 45분간 필사적으로 심폐소생술을 했지만 끝내 그를 살리지 못했던 절망의 순간을 증언했다. 그의 생생한 증언은 이태원 참사가 단순한 사고가 아닌, 막을 수 있었던 사회적 재난이었음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며, ‘진실과 정의’를 향한 외침이 왜 멈출 수 없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