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코딩 실수였습니다”… 美, 홍역 방역 사령탑 해고했다 ‘하루 만에’ 번복

 미국 보건 방역 시스템의 심장부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 어처구니없는 해고 소동이 벌어졌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코딩 오류’를 이유로 CDC 직원 1300명에게 해고를 통보했다가, 하루 만에 700명을 급히 복직시키는 촌극을 빚은 것이다. 이 과정에서 미국 내 최악의 홍역 사태 대응을 이끄는 총괄지휘관을 비롯한 핵심 인력들이 대거 해고 명단에 포함돼 미국 공중 보건 시스템에 큰 허점을 노출했다.

 

이번 사태는 트럼프 행정부의 연방정부 정원 감축 계획(RIF)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보건복지부는 전산상의 코딩 오류로 감원 대상이 아닌 직원들에게 해고 통보가 잘못 전달됐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그 명단에는 ‘질병 탐정’으로 불리며 전염병 위협에 가장 먼저 대응하는 전염병정보국(EIS) 요원들과 CDC의 핵심 학술지를 발행하는 팀 등 방역 최전선 인력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미국이 ‘홍역 퇴치 선언’을 무색게 하는 최악의 확산 사태를 겪고 있는 와중에 벌어진 일이다.

 

 

 

정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태를 단순한 행정 착오로 보기 어렵다는 비판이 거세다. 니라브 샤 전 CDC 부국장은 “과거에는 관리 무능의 부산물이라 생각했지만, 이제는 혼란 자체가 의도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행정부의 의도에 대한 의구심을 직접적으로 제기했다. 핵심 인력을 흔들어 공중 보건 시스템 자체를 약화시키려는 의도가 숨어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결국 700명은 복직했지만, 폭력 예방 프로그램 등 일부 부서 직원들은 예정대로 해고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감원의 영향이 당장은 보이지 않더라도, 미국의 다음 보건 위기 대응 능력을 심각하게 저해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위기가 닥쳤을 때, 이미 대비했어야 할 일을 하느라 귀중한 시간을 허비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보라색 소변’ 쑨양의 더러운 기록, 8년 만에 황선우가 깨끗이 지웠다

 8년간 굳건히 버텨온 '약물 스캔들'의 주역 쑨양의 시대가 마침내 막을 내렸다. 한국 수영의 간판 황선우가 부산 전국체전에서 남자 자유형 200m 아시아 신기록을 작성하며, 오랫동안 논란의 중심에 섰던 쑨양의 기록을 역사 속으로 밀어낸 것이다. 황선우는 20일 부산 사직실내수영장에서 열린 제106회 전국체육대회 남자 일반부 결승에서 1분43초92라는 경이적인 기록으로 터치패드를 찍었다. 이는 2017년 쑨양이 세운 종전 아시아 기록(1분44초39)을 0.47초나 앞당긴 대기록이자, 그가 2023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세웠던 자신의 한국 기록(1분44초40)을 0.48초 단축한 눈부신 성과다. 레이스를 마친 황선우는 전광판의 기록을 확인하자마자 참아왔던 감정을 터뜨리며 오른팔로 물살을 힘껏 내리치는 포효로 기쁨을 만끽했다.황선우에게 이번 기록은 단순한 아시아 신기록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2021년 도쿄 올림픽에서 1분44초62로 한국 신기록을 세운 이후, 그는 4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0.22초를 줄이는 데 그치며 '1분 44초의 벽'에 갇혀 있었다. 세계선수권에서 3회 연속 메달을 따내는 등 세계 정상급 기량을 유지하면서도 기록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자 그 스스로도 깊은 고민에 빠졌다. 특히 지난 7월 싱가포르 세계선수권에서는 4위에 그치며 연속 메달 행진을 마감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좌절하지 않았다. 지난겨울 기초군사훈련으로 인한 한 달간의 공백을 딛고 이뤄낸 성과였기에 오히려 자신감을 얻었고, 마침내 이번 전국체전에서 모든 구간 기록을 항저우 아시안게임 때보다 앞당기는 완벽한 레이스를 펼치며 1분43초대 진입이라는 쾌거와 함께 자신의 새 전성기를 활짝 열어젖혔다.황선우의 이번 대기록이 더욱 값진 이유는 그가 넘어선 것이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약물로 얼룩진 '불명예 기록'이었기 때문이다. 쑨양은 남자 자유형 200m, 400m, 1500m 아시아 기록을 보유했지만, 그의 커리어 내내 도핑 의혹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2018년 도핑 검사 샘플을 망치로 깨뜨려 훼손하는 상식 밖의 행동으로 4년 3개월의 자격 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았고, 2019년 광주 세계선수권에서는 그와 함께 시상대에 오르는 것을 다른 선수들이 거부하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졌다. 심지어 2016년 리우 올림픽 당시 프랑스 선수는 "쑨양의 소변은 보라색"이라는 원색적인 비난을 퍼붓기도 했다. 이처럼 정정당당한 스포츠맨십을 저버린 행위로 세계 수영계의 공공의 적이 된 쑨양의 기록이 마침내 깨끗하고 정직한 땀으로 세워진 새로운 기록으로 대체되었다는 점에서 아시아는 물론 전 세계 수영 팬들이 환호하고 있다."원래 눈물이 없고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으려 하는데, 오늘은 고생한 세월이 떠올라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 황선우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털어놓으며 눈물을 보였다. 4년간 그를 짓눌렀던 1분 44초의 벽을 마침내 깨부수고 자신의 인생에서 손꼽을 정도로 행복한 날이라며 감격에 젖었다. 수영 역사상 7번째로 1분 43초대에 진입한 선수가 된 그는 이제 더 높은 곳을 바라본다. 불명예로 가득했던 과거의 기록을 지우고 아시아 수영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황선우의 시선은 자신의 꿈인 2028년 LA 올림픽 금메달을 향하고 있다. 이번 기록은 그 꿈을 향한 가장 강력하고 확실한 자신감의 증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