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모아

잠 못 이루는 '불안한 다리', 파킨슨병 발병 위험 최대 60% 높인다

 밤마다 다리에 찾아오는 불쾌한 감각과 움직이고 싶은 참을 수 없는 충동, 바로 ‘불안다리증후군’의 대표적인 증상이다. 하지불안증후군이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이 질환은 벌레가 기어가는 느낌, 찌릿한 전류가 흐르는 듯한 감각, 타는 듯한 화끈거림 등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이상 감각을 특징으로 하는 신경계 질환이다. 기이하게도 가만히 있거나 휴식을 취할 때 증상이 심해지고, 걷거나 스트레칭을 하는 등 몸을 움직이면 일시적으로 완화되는 양상을 보인다. 이 때문에 환자들은 밤에 깊은 잠에 들지 못하고 수면 부족에 시달리며, 이는 곧 주간 피로감과 집중력 저하로 이어져 일상생활의 질을 현저히 떨어뜨린다.

 

최근 이러한 불안다리증후군이 단순히 수면의 질을 방해하는 것을 넘어, 더 심각한 신경 퇴행성 질환의 위험을 예고하는 경고등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어 경각심을 주고 있다.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연구진이 미국의사협회저널 ‘JAMA Network Open’에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불안다리증후군을 겪는 사람들은 파킨슨병에 걸릴 위험이 최대 60%까지 더 높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불안다리증후군 진단을 받은 환자군과 그렇지 않은 대조군 약 2만 명을 평균 15년간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불안다리증후군이 없는 그룹에서는 1%만이 파킨슨병 진단을 받은 반면, 불안다리증후군이 있는 그룹에서는 1.6%가 파킨슨병을 앓게 되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다.

 


연구에서 특히 주목할 만한 부분은 ‘도파민 작용제’의 역할이었다. 도파민은 근육의 움직임을 정교하게 조절하는 데 필수적인 신경전달물질로, 뇌세포 파괴로 인한 도파민 결핍은 파킨슨병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흥미롭게도 이 도파민은 불안다리증후군의 발병에도 깊이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중증 불안다리증후군 환자에게는 파킨슨병 치료에 쓰이는 도파민 작용제가 처방되기도 한다. 이번 연구에서 불안다리증후군 환자 중 도파민 작용제를 복용한 그룹의 파킨슨병 발병률은 0.5%에 그친 반면, 복용하지 않은 그룹의 발병률은 2.1%로 4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이는 도파민 작용제가 불안다리증후군 환자의 파킨슨병 발병 위험을 낮추는 경향이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러한 결과는 불안다리증후군과 파킨슨병의 관계를 새롭게 조명한다. 연구진은 불안다리증후군을 단순히 파킨슨병이 발병하기 전 나타나는 초기 증상으로 해석하기보다는, 파킨슨병 발병 가능성을 높이는 독립적인 ‘위험 요인’으로 보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설명했다. 즉, 다리의 불쾌한 감각이 당장 파킨슨병이 시작됐다는 신호는 아니지만, 먼 훗날 파킨슨병으로 이어질 수 있는 뇌의 신경학적 취약성을 드러내는 단서일 수 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밤마다 설명할 수 없는 다리의 불편함으로 잠을 설치고 있다면, 이를 가벼운 잠버릇이나 일시적인 증상으로 치부하지 말고 신경과 전문의의 진료를 통해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고 관리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고마워요 루마니아!"…유럽의 대이변이 살려낸 홍명보호의 2포트 희망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브라질과의 평가전에서 0-5라는 충격적인 대패를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월드컵 본선 조 추첨 2포트 진입 가능성은 오히려 높아지는 기이한 상황이 연출됐다. 월드컵 본선에서 소위 '죽음의 조'를 피하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조 추첨 포트 배정에서 우위를 점하는 것이다. 2018 러시아 월드컵부터 FIFA 랭킹을 기준으로 포트를 배정함에 따라, 한국은 사상 첫 2포트 진입이라는 목표를 세우고 10월 A매치 2연전을 준비했다. 현재 FIFA 랭킹 23위를 유지한다면 2포트 진입이 확정적인 상황이었기에, 브라질전 대패는 뼈아픈 결과였다.브라질전 패배로 한국의 FIFA 랭킹 포인트는 1593.19점에서 1589.75점으로 3.44점 하락했다. 설상가상으로 랭킹 경쟁을 벌이던 국가들이 약진하며 한국의 턱밑까지 추격해왔다. 24위 에콰도르는 16위 미국과 무승부를 거두며 랭킹 포인트를 1588.82점으로 끌어올렸고, 25위 호주 역시 26위 캐나다를 꺾고 1588.25점을 기록했다. 이로써 23위 한국과 25위 호주의 격차는 단 1.5점 차이로 좁혀지며, 파라과이전 결과에 따라 2포트 진입의 꿈이 물거품이 될 수 있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였다.암울한 전망이 드리워진 가운데, 예상치 못한 곳에서 낭보가 전해졌다. 바로 유럽에서 대이변이 일어난 것이다. 한국보다 한 계단 높은 22위였던 오스트리아가 월드컵 유럽 예선에서 FIFA 랭킹 51위의 복병 루마니아에 0-1로 덜미를 잡히며 랭킹 포인트가 대폭락했다. A매치는 경기 중요도에 따라 포인트 배점이 다른데, 친선전 패배보다 월드컵 예선과 같은 주요 대회에서의 패배는 훨씬 큰 폭의 랭킹 하락으로 이어진다. 이 패배로 오스트리아는 무려 14.88점의 포인트를 잃으며 예상 점수가 1586.98점까지 추락했다.결과적으로 오스트리아가 25위권 밖으로 밀려나고, 23위였던 한국은 오히려 22위로 한 계단 올라설 발판이 마련됐다. 브라질에 당한 굴욕적인 대패에도 불구하고, 루마니아의 의도치 않은 도움으로 2포트 진입에 청신호가 켜진 셈이다. 그러나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 이 기회를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다가오는 파라과이전에서 반드시 승점 3점을 챙겨야만 한다. 바짝 추격해온 에콰도르와 호주, 그리고 약체 키프로스와의 경기에서 승리가 유력한 오스트리아의 반격을 뿌리치고 2포트를 사수하기 위해서는 이제 과정보다 결과가 중요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