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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한강버스 속도 미달 알고도 '교통 혁신' 사기극?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된 한강버스가 해상 시운전 단계부터 서울시가 공언했던 속도에 미달했던 것으로 드러나 파장이 일고 있다. 서울시가 이 같은 사실을 통보받고도 문제점을 숨긴 채 '교통 혁신'으로 홍보했다는 비판이 거세다.

 

지난 30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이병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의하면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KOMSA)의 ‘한강버스 해상시운전 성적서’에 따르면, 올해 2월부터 9월까지 진행된 한강버스 8척의 시운전 결과는 서울시의 목표치에 크게 미달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시운전에서 측정된 이들 선박의 평균 최고속도는 시속 29km(15.8노트)에 그쳐, 서울시가 당초 계획 단계에서 제시했던 평균속도 17노트(시속 31.5km)에 미치지 못했다. 심지어 가장 빠른 속도를 기록한 10호선조차 16.98노트로, 17노트의 벽을 넘어서지 못했다.

 

서울시는 이 같은 시운전 결과를 올해 2월부터 9월까지 차례대로 공유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정식운항 직전인 지난 14일까지 평균 17노트, 최대 20노트(시속 37km)를 기준으로 마곡에서 잠실까지 급행 54분, 일반 75분 소요를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그러나 정식운항 당일인 15일, 시는 돌연 평균속도를 12노트(시속 23km)로 하향 조정하며 급행 82분, 일반 127분으로 소요시간을 대폭 늘려 발표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한강 수심과 안전을 이유로 들었을 뿐, 시운전 결과와 목표 속도 미달에 대한 명확한 설명은 내놓지 못했다. 이병진 의원은 "시가 시운전 결과를 알면서도 시민에게 알리지 않고 '새로운 교통혁신'으로 홍보하다가 갑자기 '가성비 높은 위로의 수단'으로 시민들을 기만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치적을 위해 사업을 서두르다 운항이 중단된 만큼, 이제라도 선박과 안전에 대한 전면적인 점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선박 인도 시기가 촉박해 속도 저하 문제를 깊이 살피지 못했다고 해명하며, 속도가 당초 목표치에 미달한 선박을 제조한 선박사에 대한 조치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선박 품질 문제로 이어질 수 있어 법적 조치 가능성도 제기된다.

 

신생업체 수주, 건조 지연 등 추진 단계부터 숱한 논란을 겪었던 한강버스는 지난 18일 우여곡절 끝에 정식운항에 돌입했으나, 잇단 기계 결함과 안전 문제로 열흘 만인 29일부터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무승객 시범운항에 들어갔다. 오세훈 시장은 같은 날 운항 중단에 대해 사과하며 10월 말까지 성능 고도화 및 안정화 작업을 마치겠다고 밝혔다. 시민들의 기대를 모았던 한강버스가 신뢰를 회복하고 다시 운항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법안도 안 읽고"...의원 호통에 현직 고등법원장 '진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국정감사가 열린 21일,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사법개혁안을 두고 여야의 격렬한 공방이 펼쳐졌다. 민주당은 12·3 계엄 사태와 같은 사건을 전담할 내란전담재판부의 필요성을 역설했고, 국민의힘은 이러한 시도가 사법권 독립을 침해하는 위헌적 발상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양측의 팽팽한 대립 속에서 고위 법관들은 헌법적 원칙을 내세우며 신중하면서도 우려 섞인 입장을 내비쳐 국감장의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했다.민주당 이성윤 의원은 질의의 포문을 열며 대전과 대구 고등법원장에게 내란전담재판부와 재판소원 도입이 위헌이냐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법원장들이 '위헌에 대한 의문 제기가 가능하다'거나 '내용에 따라 위헌 가능성이 있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자, 이 의원은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진성철 대구고법원장이 재판소원 내용을 언론 보도로만 접했다고 답하자, 그는 "정확히 알고 말해야 한다"며 법안의 취지는 헌법과 법률을 명백히 위반한 판결로 기본권이 침해됐을 때로 한정하는 것인데 무엇이 위헌이냐고 강하게 따져 물었다.반격에 나선 국민의힘 박준태 의원 역시 두 고등법원장에게 같은 질문을 던지며 민주당의 개혁안이 가진 문제점을 부각했다. 법원장들은 특정 사건을 위해 재판부가 미리 정해지는 것은 재판부 구성의 헌법적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으며, 최고법원인 대법원의 지위를 규정한 헌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박 의원은 이를 근거로 민주당의 구상이 사법부를 자신들의 의지대로 재편하려는 '사법파괴 선언'이자 '베네수엘라 모델'이라고 맹비난하며, 이재명 정부가 들어설 경우 대법원이 특정 성향의 법관으로 채워질 것이라는 극단적인 전망까지 제기했다.한편 이날 국정감사에서는 법관 개인의 비위 문제도 함께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오창훈 제주지법 판사의 근무 중 음주 행위와 고압적 태도, 회식비 스폰 요구 의혹 등에 대한 질의가 쏟아졌다. 이흥권 제주지법원장이 '주의 촉구 의견으로 엄히 훈계했다'고 해명하자, 민주당 장경태 의원은 그것이 징계가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며 "근무 시간에 술을 마셔도 되느냐, 법적 근거가 없다면 관련 법을 강화해 주겠다"고 꼬집었다. 결국 이 법원장은 "소속 법관의 일로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여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