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월 150 내도 집 안 사요"…도쿄 청년들이 '영끌' 대신 '월세' 택한 이유

 ‘내 집’을 향한 열망이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서울 아파트값은 불과 5년 만에 43% 폭등하며 ‘영끌’ 패닉바잉을 일상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바다 건너 일본 도쿄의 풍경은 사뭇 다르다. 그들은 왜 우리처럼 집에 집착하지 않을까?

 

핵심에는 ‘잃어버린 20년’을 초래한 1990년대 부동산 버블 붕괴의 상흔이 깊게 자리 잡고 있다. 당시 도심 집값이 80%까지 폭락하는 것을 경험한 일본 사회는 부동산을 ‘불패 신화’가 아닌 ‘언제든 터질 수 있는 시한폭탄’으로 인식하게 됐다. 이 집단적 트라우마는 청년 세대에게도 이어져, 무리한 대출을 통한 주택 매수에 대한 근원적인 두려움을 심어주었다.

 

 

 

반면 한국은 단기간의 급등락은 있었어도 장기적 우상향 그래프를 그려왔다. 특히 최근 5년간 서울 아파트값이 50% 가까이 치솟는 것을 목격한 청년들은 지금 사지 않으면 영원히 기회를 놓칠 것이라는 공포에 휩싸였다. ‘오늘이 가장 싸다’는 인식이 사회 전반을 지배하며 부동산 시장을 과열로 이끌고 있는 것이다.

 

안정적인 집값과 금융 시스템도 도쿄 청년들이 ‘마이홈’ 압박에서 자유로운 이유다. 도쿄 중심부 맨션 가격은 최근 5년간 10~15% 오르는 데 그쳤다. 연평균 2~3%의 완만한 상승세다. 여기에 0.4%대의 초저금리와 주택담보대출비율(LTV) 80% 이상이 가능한 금융 환경은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집을 살 수 있다는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한다.

 

결국 일본 청년들은 비싼 월세를 내면서도 조급해하지 않는다. 월 150만 원에 달하는 주거비를 기꺼이 지불하며 직장과 가까운 곳, 교통이 편리한 곳을 오가는 유연한 주거 형태를 선호한다. 보증금 부담이 거의 없는 임대차 시장과 다양한 공공임대주택 옵션은 이러한 삶을 더욱 안정적으로 만든다. 집을 소유의 대상이 아닌, 삶의 필요에 따라 언제든 바꿀 수 있는 ‘거주 서비스’로 여기는 인식이 보편화된 것이다.

 

배지 붙이니 친절 업! 타이완 여행자들의 한국 체감 후기 줄줄이

 중국인 관광객에 대한 무비자 입국이 지난달부터 한시적으로 허용된 가운데, 한국을 찾은 타이완 관광객들 사이에서 ‘국적 배지’가 조용한 유행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근 타이완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한국에서 중국인에 대한 반감이 있다는데 이런 배지를 달아야 할까”라는 글과 함께 ‘대만 사람’이라는 한글 문구와 타이완 국기를 든 캐릭터가 인쇄된 배지 사진이 올라왔다. 게시물은 짧은 시간 안에 확산됐고, 한국 방문 경험이 있는 타이완 누리꾼들은 “배지를 달자 상점 점원의 태도가 부드러워졌다”, “한국어로 국적을 표시하니 오해가 줄었다”는 후기를 공유했다.현지 네티즌들은 한국인이 중국인과 타이완인을 언어와 외모만으로 즉각 구분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맥락을 지적하며, 여행 동선에서 마찰을 예방하기 위한 ‘자기표시’ 수단으로 배지를 거론했다. 특히 단체 관광객이 늘면서 인기 상권과 관광지에 인파가 몰리는 상황에서, 국적 오인으로 인한 불편을 줄이려는 심리가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최근 한국 내 일부 집회에서 나타난 반중 정서 보도가 타이완 커뮤니티에 과장되거나 단편적으로 전해지며 불안감을 키웠다는 분석도 제기된다.이에 한국 누리꾼들도 반응했다. 국내 온라인 게시판과 SNS에는 “극단적 소수를 제외한 대다수 한국인은 혐오에 반대한다”, “안전하고 즐거운 여행이 되길 바란다”는 응원 메시지가 잇따랐다. 상인 커뮤니티에서는 “국적과 관계없이 예의를 지키는 손님이라면 환영한다”, “언어 장벽을 줄이기 위한 배지라면 긍정적”이라는 현실적인 반응도 나왔다. 다만 일부에서는 “국적 표시가 또 다른 선입견을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며, 친절한 안내와 다국어 표지 확충 등 근본적 서비스 개선이 우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전문가들은 관광객과 서비스 종사자 간 오해를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기본적인 언어 안내와 표준화된 응대 매뉴얼을 제시한다. 공항·역사·주요 상권에 다국어 표지와 QR 기반 안내를 확대하고, 혼잡 시간대 질서 유지와 대기 동선을 명확히 하면 불필요한 갈등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온라인에서 확산되는 과장된 정보에 대한 팩트 체크와 공공기관의 신속한 안내가 불안 심리를 낮출 수 있다고 조언한다.관광업계는 이번 배지 이슈를 ‘방문객 경험’의 신호로 해석한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관광객이 스스로 배지를 택한다는 건 친밀한 소통 욕구의 표현”이라며 “상점의 간단한 인사 다국어 표기, 모바일 메뉴 번역, 결제 안내 개선만으로도 만족도가 크게 오른다”고 말했다. 서울시와 한국관광공사는 성수기 외래객 증가에 맞춰 안내 인력을 보강하고, 주요 관광지 질서 캠페인을 병행할 계획이다.국적 배지가 일시적 유행으로 그칠지, 새로운 여행 에티켓으로 자리 잡을지는 미지수다. 다만 상호 존중과 명확한 정보 제공이야말로 불필요한 오해를 줄이고, 재방문으로 이어지는 신뢰를 쌓는 가장 확실한 길이라는 점에는 큰 이견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