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사위까지 동원한 트럼프의 '중동 평화' 올인…네타냐후는 왜 망설이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가자지구 전쟁 종식을 위한 평화 협상이 “최종 단계”에 이르렀다고 밝히며 중동에 “위대함을 이룰 진정한 기회”가 찾아왔다고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모두가 특별한 일을 위해 동참했다. 사상 최초의 일”이라며 “우리는 반드시 해낼 것”이라고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악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도 “모두가 합의를 위해 모였지만 아직 마무리를 해야 한다”고 언급하며, 특히 “아랍 국가들이 이 문제에 협력하는 데 환상적이었다”고 강조했다. 또한 “하마스도 그들과 함께할 것”이며 “아랍 세계는 평화를 원하고 이스라엘과 비비(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도 평화를 원한다”고 덧붙여, 관련국 모두가 평화를 갈망하고 있음을 역설했다. 이러한 발언은 가자지구 전쟁의 종식과 중동 평화 정착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끌어올리고 있다.

 

이러한 긍정적인 분위기 속에서 물밑 외교전도 한층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스티브 위트코프 백악관 중동특사와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가 뉴욕에서 네타냐후 총리를 직접 만나 미국과 이스라엘 간의 이견을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J.D. 밴스 부통령 역시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현재 아랍 지도자들과 이스라엘, 미국 간의 매우 복잡한 협상이 진행 중”이라면서도 “지난 몇 달간 어느 시점보다 지금 상황이 더 낙관적”이라고 밝혀 협상 타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유엔총회에서 카타르, 이집트, 요르단 등 아랍 국가 지도자들을 만나 영구 휴전, 인질 전원 석방, 가자지구 주민 강제 이주 반대 등을 골자로 하는 21개 항의 평화 구상을 제안한 바 있다. 특히 이 구상에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가 가자지구의 새 통치기구에 참여하되 하마스는 배제하고,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를 ‘가자 국제 과도 통치기구’의 수장으로 임명하는 방안까지 포함되어 있어 구체적인 미래 청사진까지 제시되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낙관론에도 불구하고, 정작 전쟁의 당사자인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미묘한 입장 차이를 보이며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인질을 구하고 싶기 때문에 이 계획이 실행되기를 바란다”면서도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다. 세부 사항에 대해 협의가 필요하다”고 말해 원칙적으로는 찬성하지만 세부 조율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CNN은 이스라엘 관리들을 인용해 네타냐후 총리가 휴전 계획에 이의를 제기하고 수정안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으며, 특히 연립정부 내 극우 강경파가 PA가 개입되는 어떤 협상도 반대하며 네타냐후 총리를 압박하고 있는 점이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구상이 이스라엘 내부의 복잡한 정치 지형을 넘어서야 하는 험난한 과제를 안고 있음을 시사한다.

 

하마스 역시 표면적으로는 긍정적인 입장을 취하면서도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하마스는 성명을 통해 “모든 제안을 긍정적이고 책임감 있게 검토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지만, 동시에 중재에 나선 카타르와 이집트로부터 새로운 제안을 받지는 못했다고 선을 그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연일 “합의에 매우 가까이 와 있다”며 분위기를 띄우는 것과는 온도 차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와 아랍 국가들의 협력이라는 긍정적인 동력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 내부의 정치적 갈등과 하마스의 신중한 태도라는 변수가 남아있어 최종 합의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위대한 기회’의 문턱에서 중동 평화의 향방은 여전히 안갯속에 놓여 있다.

 

줄 서서 먹는 '런던베이글', 그 뒤에선 20대 청년이 죽어갔다

'베이글 열풍'의 진원지로 불리는 유명 베이커리 '런던베이글뮤지엄'에서 일하던 26세 청년이 극심한 과로에 시달리다 사망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사회적 파장이 일고 있다. 정의당과 진보당 등 야당은 지난 7월 발생한 이 비극적인 사건을 공론화하며, 회사가 청년 노동자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신만의 가게를 열겠다는 꿈을 안고 성실히 일해왔던 한 청년이 입사 14개월 만에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면서, 화려한 '핫플레이스'의 이면에 가려진 열악한 노동 현실이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고인이 겪었던 노동 강도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의 발표에 따르면, 고인은 사망 직전 주당 58시간에서 최대 80시간에 달하는 살인적인 업무량에 시달렸다. 특히 사망 바로 전날에는 아침 9시에 출근해 자정이 다 되어서야 퇴근하며 15시간 넘게 일했고, 이 과정에서 끼니조차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 심지어 사망 닷새 전에는 21시간 연속 근무라는 비상식적인 상황까지 내몰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망 직전 1주간의 노동시간은 이전 12주 평균보다 37%나 급증했는데, 이는 만성적인 과로 상태에 급성 과로가 겹치면서 비극적인 결과로 이어졌을 것이라는 추정에 힘을 싣는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과로가 개인의 문제가 아닌, 구조적인 노동 착취 시스템의 결과물일 수 있다는 점이다. 고인의 근로계약서는 이미 주 52시간 상한제를 위반하는 주 14시간 이상의 초과근로를 기준으로 작성되었으며, 실제 근무 시간은 계약서상의 시간을 훨씬 웃돌았다. 또한, 입사 후 14개월 동안 강남, 수원, 인천 등 4곳의 지점으로 계속해서 근무지를 옮겨 다녀야 했고, 그때마다 근로계약서를 세 번이나 새로 작성하는 등 불안정한 고용 상태에 놓여 있었다. 유족이 산업재해를 신청했지만, 회사 측은 과로사를 부인하며 근로시간 입증 자료 제출조차 거부하고 있어 논란을 더욱 키우고 있다.정치권은 이번 사건을 '탐욕이 만들어낸 살인'으로 규정하며 맹비난을 쏟아냈다. 진보당은 "청년의 노동과 목숨을 브랜드의 원가로 삼은 명백한 기만이자 폭력"이라며 고용노동부의 전면적인 근로감독과 책임자 엄벌을 촉구했다. 2021년 안국동의 작은 가게로 시작해 전국적인 브랜드로 성장하고, 최근 수천억 원대에 매각되기까지 한 성공 신화의 그늘에서 한 청년이 스러져 갔다는 사실은 많은 이들에게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이번 사건이 단순한 개인의 비극을 넘어, 우리 사회에 만연한 청년 노동 착취 문제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