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작년보다 2만 명 몰렸다…서른 살 BIFF, 대체 무슨 일이?

 영화의 바다,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서른 번째의 성공적인 항해를 마치고 지난 26일 막을 내렸다. 30주년이라는 기념비적인 해를 맞아 신설된 경쟁 부문 ‘부산 어워드’와 역대급 게스트 초청 등 과감한 도전과 실험을 감행하며 화제성과 내실을 모두 잡았다는 호평이 쏟아졌다. 지난 17일 개막해 열흘간 이어진 축제 기간 동안 7개 극장, 31개 스크린에서는 총 328편의 영화가 상영되었으며, 영화제를 찾은 총 관객 수는 23만 8697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팬데믹의 그늘을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던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약 2만 명가량 증가한 수치로, 아시아 최고 영화제의 위상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특히 지역 사회와 함께 호흡하는 프로그램들의 약진이 돋보였다. 관객과 평론가가 주체가 되는 커뮤니티비프는 역대 최고 좌석 점유율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고, 부산의 여러 동네를 영화관으로 만드는 동네방네비프는 ‘바람길’이라는 주제 아래 7848명의 발길을 모으며 축제의 외연을 성공적으로 확장시켰다.

 


영화제 기간 동안 함께 열린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ACFM) 역시 스무 해를 맞아 역대급 성과를 기록하며 뜨거운 열기를 더했다. 올해 마켓에는 54개국에서 1222개사에 달하는 업체와 3024명의 영화 산업 관계자가 등록했으며, 이 중 60% 이상이 해외에서 온 영화인들로 채워져 명실상부 아시아 최대의 영화 비즈니스 허브임을 증명했다. 3만 명이 넘는 인파가 현장을 찾아 활발한 교류를 펼치며 K콘텐츠를 필두로 한 아시아 영화의 미래를 밝혔다. 

 

이처럼 산업적으로도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둔 가운데, 올해 처음으로 신설되어 가장 큰 주목을 받았던 경쟁 부문 ‘부산 어워드’에서는 14편의 쟁쟁한 아시아 작품들이 경합을 벌였다. 수많은 기대와 관심 속에서, 영예의 첫 대상 트로피는 자신만의 독보적인 영화 세계를 구축해 온 장률 감독의 신작 ‘루오무의 황혼’에게 돌아갔다. 이로써 30주년을 맞은 부산국제영화제는 양적 성장과 질적 내실을 모두 잡으며 또 다른 30년을 향한 힘찬 닻을 올렸다.

 

‘보라색 소변’ 쑨양의 더러운 기록, 8년 만에 황선우가 깨끗이 지웠다

 8년간 굳건히 버텨온 '약물 스캔들'의 주역 쑨양의 시대가 마침내 막을 내렸다. 한국 수영의 간판 황선우가 부산 전국체전에서 남자 자유형 200m 아시아 신기록을 작성하며, 오랫동안 논란의 중심에 섰던 쑨양의 기록을 역사 속으로 밀어낸 것이다. 황선우는 20일 부산 사직실내수영장에서 열린 제106회 전국체육대회 남자 일반부 결승에서 1분43초92라는 경이적인 기록으로 터치패드를 찍었다. 이는 2017년 쑨양이 세운 종전 아시아 기록(1분44초39)을 0.47초나 앞당긴 대기록이자, 그가 2023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세웠던 자신의 한국 기록(1분44초40)을 0.48초 단축한 눈부신 성과다. 레이스를 마친 황선우는 전광판의 기록을 확인하자마자 참아왔던 감정을 터뜨리며 오른팔로 물살을 힘껏 내리치는 포효로 기쁨을 만끽했다.황선우에게 이번 기록은 단순한 아시아 신기록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2021년 도쿄 올림픽에서 1분44초62로 한국 신기록을 세운 이후, 그는 4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0.22초를 줄이는 데 그치며 '1분 44초의 벽'에 갇혀 있었다. 세계선수권에서 3회 연속 메달을 따내는 등 세계 정상급 기량을 유지하면서도 기록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자 그 스스로도 깊은 고민에 빠졌다. 특히 지난 7월 싱가포르 세계선수권에서는 4위에 그치며 연속 메달 행진을 마감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좌절하지 않았다. 지난겨울 기초군사훈련으로 인한 한 달간의 공백을 딛고 이뤄낸 성과였기에 오히려 자신감을 얻었고, 마침내 이번 전국체전에서 모든 구간 기록을 항저우 아시안게임 때보다 앞당기는 완벽한 레이스를 펼치며 1분43초대 진입이라는 쾌거와 함께 자신의 새 전성기를 활짝 열어젖혔다.황선우의 이번 대기록이 더욱 값진 이유는 그가 넘어선 것이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약물로 얼룩진 '불명예 기록'이었기 때문이다. 쑨양은 남자 자유형 200m, 400m, 1500m 아시아 기록을 보유했지만, 그의 커리어 내내 도핑 의혹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2018년 도핑 검사 샘플을 망치로 깨뜨려 훼손하는 상식 밖의 행동으로 4년 3개월의 자격 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았고, 2019년 광주 세계선수권에서는 그와 함께 시상대에 오르는 것을 다른 선수들이 거부하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졌다. 심지어 2016년 리우 올림픽 당시 프랑스 선수는 "쑨양의 소변은 보라색"이라는 원색적인 비난을 퍼붓기도 했다. 이처럼 정정당당한 스포츠맨십을 저버린 행위로 세계 수영계의 공공의 적이 된 쑨양의 기록이 마침내 깨끗하고 정직한 땀으로 세워진 새로운 기록으로 대체되었다는 점에서 아시아는 물론 전 세계 수영 팬들이 환호하고 있다."원래 눈물이 없고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으려 하는데, 오늘은 고생한 세월이 떠올라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 황선우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털어놓으며 눈물을 보였다. 4년간 그를 짓눌렀던 1분 44초의 벽을 마침내 깨부수고 자신의 인생에서 손꼽을 정도로 행복한 날이라며 감격에 젖었다. 수영 역사상 7번째로 1분 43초대에 진입한 선수가 된 그는 이제 더 높은 곳을 바라본다. 불명예로 가득했던 과거의 기록을 지우고 아시아 수영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황선우의 시선은 자신의 꿈인 2028년 LA 올림픽 금메달을 향하고 있다. 이번 기록은 그 꿈을 향한 가장 강력하고 확실한 자신감의 증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