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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제'의 눈물…안방에서 완패 당한 안세영, "오늘은 내 날이 아니었다"

 '셔틀콕 여제'의 철옹성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한동안 적수가 없다던 여자단식 세계 랭킹 1위 안세영이 최근 연이은 패배로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며 팬들의 우려를 낳고 있다. 지난달 세계선수권 2연패가 좌절된 데 이어, 2년 만에 안방에서 열린 코리아오픈 우승컵마저 일본의 야마구치 아카네에게 내주며 자존심을 구겼다. 특히 이번 결승전 패배는 뼈아팠다. 

 

강력한 라이벌로 꼽히는 중국 선수들이 대거 불참한 상황에서 가장 유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고, 상대인 야마구치를 상대로도 올해 전승을 거두고 있었기에 충격은 더욱 컸다. 경기 내용 역시 무기력했다. 안세영은 1, 2게임 내내 상대의 빠른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끌려다니며 단 한 세트도 따내지 못한 채 0-2 완패를 당했다. 경기 후 안세영 스스로 "상대가 완벽한 게임을 했고, 나는 끌려다녔다"고 인정했을 만큼 압도적인 패배였다. 홈 팬들의 열광적인 응원 속에서 더 이기고 싶었다는 그의 말에서는 짙은 아쉬움이 묻어났다.

 


겉으로 드러난 성적보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안세영 스스로 느끼는 심리적 압박감과 혼란이다. 그는 "얼마나 더 노력해야 할지 감이 안 잡힌다"며 그동안 쉽게 내비치지 않았던 힘든 속내를 털어놓았다. 올해 출전한 10개 대회에서 7번이나 정상에 오르는 경이적인 성과를 거뒀음에도, 정작 본인은 올 한 해를 "부침이 심했고, 매우 부족했다"고 냉정하게 평가했다. 이는 세계 최강의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부담감과, 끊임없이 발전하며 도전해오는 경쟁자들을 상대해야 하는 압박감이 얼마나 극심한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매번 더 발전해서 나오는 상대 선수들을 이기기 위해 자신 또한 멈추지 않고 나아가야 한다는 그의 말은 세계 1위의 숙명과도 같은 고독한 싸움을 짐작게 한다. "남은 대회에서 모두 우승하고 싶다"는 다짐으로 인터뷰를 마쳤지만, 전과 다른 그의 지친 표정은 '안세영 시대'가 중대한 시험대에 올랐음을 예고하고 있었다.

 

골키퍼 실수, 수비 붕괴, PK 2골…자멸로 끝난 이민성호의 사우디 원정

 한국 축구에 그야말로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이민성 감독이 이끄는 22세 이하(U-22) 대표팀이 중동의 강호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원정 2연전에서 단 한 골도 넣지 못하고 무려 6골을 실점하며 전패를 당하는 참사를 겪었다. 단순한 연습경기라고 치부하기에는 상상조차 하기 힘든 결과이며, 경기 내용 역시 졸전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내년 아시안컵 개최지에서 미리 적응하고 전력을 가다듬겠다는 당초의 목표는 완전히 빗나갔고, 오히려 팀 전력에 대한 의문부호만 잔뜩 남긴 최악의 전지훈련으로 기록되게 되었다.이번 사우디 원정은 단순한 평가전 이상의 의미를 가졌다. 내년 1월, 사우디에서 열리는 U-23 아시안컵은 2026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4연패라는 대업의 성패를 가늠할 중요한 무대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한국은 본선에서 우즈베키스탄, 이란 등 월드컵 본선 진출국들과 한 조에 묶여 '죽음의 조'에 속했다는 평가를 받는 상황. 그렇기에 이민성 감독은 배준호, 양민혁, 김용학 등 유럽파 선수들까지 소집하며 이번 전지훈련에 심혈을 기울였지만, 결과적으로 받아 든 성적표는 0득점 6실점 전패라는 처참한 수준이었다.특히 지난 11일 열린 1차전의 내용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완벽한 자멸에 가까웠다. 한국은 골키퍼의 어이없는 킥 실수로 선제골을 헌납한 것을 시작으로, 수비진의 빌드업 과정에서 공을 빼앗겨 추가 실점을 내주는 등 스스로 무너지는 모습을 보였다. 클리어링 미스까지 겹치며 무려 네 골을 내리 내주며 0-4로 대패했다. 15일 열린 2차전 역시 다르지 않았다. 경기 내용은 조금 나아졌을지 몰라도, 결국 수비진의 실수로 두 번의 페널티킥을 헌납하며 0-2로 무릎을 꿇었다. 두 경기 연속으로 이어진 수비 불안은 이민성호의 가장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설상가상으로 전력 손실까지 발생했다. 팀의 핵심 공격 자원으로 기대를 모았던 배준호가 1차전 이후 부상을 당해 소속팀으로 조기 복귀하는 악재가 터진 것이다. 득점력 빈곤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공격의 활로를 열어줄 선수를 잃은 것은 뼈아픈 손실이다. 결국 이민성호는 이번 사우디 원정에서 경기력, 결과, 선수 부상 관리까지 어느 하나 잡지 못한 채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아시안컵 본선까지 남은 시간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참패가 과연 약이 될지, 아니면 독이 될지 축구 팬들의 우려 섞인 시선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