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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돈 한 푼 없이 800채 매입…‘무자본 갭투자’ 일삼은 일가족의 몰락

 수백 명의 임차인에게서 760억 원에 달하는 거액의 전세보증금을 가로챈 ‘수원 일가족 전세사기’ 사건의 주범 정모 씨에게 징역 15년의 중형이 최종 확정됐다. 이는 서민들의 보금자리를 담보로 한 악질적인 범죄에 대한 사법부의 엄중한 심판이 내려진 것으로, 무자본 갭투자 방식의 전세사기 범죄에 경종을 울리는 판결이라 할 수 있다.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25일,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 씨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이 선고한 징역 15년을 그대로 확정했다. 범행에 가담한 그의 아내와 아들 역시 각각 징역 6년과 징역 4년의 실형을 확정받으며, 가족 전체가 범죄의 대가를 치르게 됐다. 이로써 2년 넘게 이어진 대규모 전세사기 사건의 법적 절차가 모두 마무리됐다.

 

이들 일가족의 범행은 매우 치밀하고 조직적으로 이루어졌다. 주범 정 씨 부부는 2021년 1월부터 2023년 9월까지 약 2년 8개월간 본인들과 임대법인 명의를 동원해 수원시 일대의 주택 약 800세대를 사들였다. 자기 자본 없이 임차인의 전세보증금으로 새로운 주택을 매입하는 소위 ‘무자본 갭투자’ 방식을 사용한 것이다. 이러한 수법으로 이들은 임차인 500여 명으로부터 전세보증금 총 760억 원을 편취했다.

 

아들 정 씨의 역할은 범행의 성공률을 높이는 핵심 고리였다. 감정평가사였던 그는 아버지의 요청에 따라 임대할 건물의 시세를 의도적으로 부풀려 감정평가했다. 부풀려진 시세는 새로운 임차인을 속여 더 높은 보증금을 받아내거나 금융기관 대출을 받는 데 활용됐다. 그는 2023년 4월부터는 아예 임대업체 소장으로 근무하며 직접 전면에 나서 30여 명을 상대로 40억 원 규모의 사기 행각에 가담하는 대담함까지 보였다.

 


앞선 1심 재판부는 주범 정 씨에 대해 “피고인에게 준법의식이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고 강하게 질타하며 당시 법이 허용하는 최고형을 선고했다. 범행 수법의 악랄함, 피해 규모의 심각성, 범행 후 반성 없는 태도 등을 고려할 때 중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지난 5월 열린 2심에서는 1심에서 무죄로 판단됐던 정 씨 부자의 감정평가법 위반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기도 했다. 다만 아들 정 씨의 일부 사기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가 선고되는 등 일부 판단이 변경되었으나, 사건의 핵심인 대규모 사기 혐의에 대한 유죄 판단과 중형의 틀은 그대로 유지됐다.

 

결국 대법원은 검사와 피고인 측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며 기나긴 법정 다툼에 마침표를 찍었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사기죄의 미필적 고의 및 공동정범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이는 정 씨 일당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할 가능성을 알면서도 범행을 계속했으며(미필적 고의), 가족 구성원 모두가 범죄에 함께 책임이 있다(공동정범)는 하급심의 판단이 정당했음을 최종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1cm의 본능이 망친 가을야구, 팬들 분노케 한 통한의 헛스윙

 밀워키 브루어스의 가을 여정이 첫판부터 삐걱거렸다. 9회말 2사 만루, 경기장을 가득 메운 팬들의 함성 속에서 터져 나올 것 같았던 동점의 희망은 4번 타자 브라이스 투랑의 본능적인 움직임 하나에 허무하게 사라졌다. 1-2로 뒤진 밀워키는 LA 다저스와의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 1차전 마지막 공격에서 마무리 사사키 로키를 상대로 극적인 찬스를 잡았다. 볼넷과 인정 2루타, 희생플라이를 묶어 한 점을 추격했고, 연이은 볼넷으로 2사 만루의 황금 기회를 만들었다. 타석에는 팀의 중심 타자 브라이스 투랑이 들어섰고, 모든 이들의 시선이 그의 방망이 끝에 집중됐다.상황은 투랑에게 결코 불리하지 않았다. 볼카운트 1볼-2스트라이크, 다저스의 구원투수 블레이크 트라이넨이 던진 4구째 137km짜리 스위퍼가 투랑의 허벅지 안쪽으로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공에 맞기만 해도 밀어내기 사구로 극적인 2-2 동점을 만들 수 있는 절호의 순간이었다. 하지만 투랑의 몸은 이성보다 본능이 앞섰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황급히 발을 뒤로 빼며 공을 피했고, 포수 미트에 공이 꽂히는 순간 홈 팬들의 탄식은 절규로 바뀌었다. 아쉬움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동점 기회를 놓친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듯, 그는 이어진 5구째, 스트라이크 존을 한참 벗어난 153.5km 포심 패스트볼에 어이없이 방망이를 휘둘렀다. 헛스윙 삼진, 그렇게 경기는 끝났다.경기 후 투랑은 통한의 후회를 감추지 못했다. 그는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미칠 노릇이다. 공을 피한 것은 순전히 본능적인 반응이었고, 내가 어찌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다. 시간을 되돌릴 수도 없다"라며 땅을 쳤다. 마지막 타석 상황에 대해서는 "싱커나 스위퍼를 예상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포심이 들어왔다. 나도 모르게 배트가 나갔다"라며 허탈해했다. 현지 언론은 투랑이 밀어내기 사구가 될 뻔한 공을 놓친 후 정신적으로 크게 흔들렸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일부 팬들은 그의 소극적인 태도를 비난했지만, 팻 머피 감독은 "누구나 그럴 수 있는 자연스러운 반응"이라며 선수를 감쌌다.2018년 드래프트 1라운더 출신인 투랑은 올 시즌 156경기에 출전해 타율 0.288, 18홈런, 81타점, OPS 0.794를 기록하며 밀워키 타선의 핵심으로 활약했다. 그러나 포스트시즌 들어서는 디비전시리즈부터 타격감을 찾지 못하며 어려움을 겪었고, 이날 경기에서도 4타수 무안타로 침묵하며 팀의 패배를 막지 못했다. 정규시즌의 영웅이었던 그가 찰나의 본능적인 움직임 하나로 시리즈 전체의 향방을 가를 수도 있는 중요한 1차전의 패배 원흉으로 지목된 것이다. 이날의 뼈아픈 경험은 그의 야구 인생에두고두고 남을 상처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