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열자 모두가 경악…겉과 속이 완전히 다른 '반전 장롱'의 비밀

높이 180.3cm, 가로 114.9cm에 이르는 이 대형 삼층장은 1800년대 이후 조선의 왕실과 최상류층에서 유행했던 가구 양식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다. 당시 왕실의 자녀가 분가하거나 시집갈 때 혼수품으로 마련해주던 최고급 생활필수품이었던 것이다. 소나무로 뼈대를 잡고, 그 위를 영롱한 빛깔의 자개(나전)로 빼곡하게 장식했다. 장의 정면과 양쪽 측면은 마치 한 폭의 정교한 산수화를 펼쳐놓은 듯, 산과 물, 그리고 그 속에서 노니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산수인물문(山水人物文)으로 가득 채웠다. 여기에 문자, 꽃, 과일, 장수를 상징하는 거북 등껍질 무늬(귀갑문) 등을 조화롭게 배치하여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이 삼층장의 진정한 백미는 문을 열었을 때 비로소 드러난다. 6개의 문짝 안쪽 면에는 겉면의 단아한 나전 장식과는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밝고 화려한 색채로 그려진 괴석화훼도(怪石花卉圖)가 바로 그것이다. 이는 겉과 속을 다르게 장식하여 반전의 미를 꾀했던 당시 상류층 가구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중요한 부분이다. 또한, 장의 맨 위 천판의 돌출부를 짧게 처리하고 앞면 전체를 판판하게 가공하는 방식은 통영 지역 장인들의 고유한 제작 기법을 따르고 있으며, 자개를 실처럼 가늘게 잘라 붙이는 '끊음질'과 세밀한 선을 표현하는 '주름질' 등 당대 최고의 나전 기술이 총망라되어 있어 학술적 가치가 매우 높다.
국가유산청은 이 삼층장이 19세기 말 궁중과 상류층의 생활 문화를 보여주는 동시에, 대한제국 황실과 서양 선교사 간의 교류 관계를 입증하는 역사적 자료라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무엇보다 이 정도의 크기와 완성도를 갖춘 유사한 삼층장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그 예를 찾아보기 극히 드물다는 점에서 독보적인 희소성과 문화유산적 가치를 지닌 것으로 인정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