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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끄러운 술집에서 친구 말이 안 들리는 진짜 이유…'청력' 아닌 '이것' 때문이었다

 카페나 술집처럼 소음으로 가득한 공간에서 유독 상대방의 말을 알아듣기 어렵다면 청력 저하를 의심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귀가 멀쩡한데도 이러한 현상을 겪는다면, 문제는 청력이 아닌 다른 곳에 있을 수 있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발표되어 주목받고 있다. 시끄러운 환경 속에서 특정 목소리를 분별해 내는 능력은 귀의 기능보다 지능지수(IQ)를 포함한 뇌의 인지 능력과 훨씬 더 깊은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최근 국제 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에 게재된 미국 워싱턴대학교 의과대학 연구팀의 논문은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한다. 연구팀은 정상적인 청력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소음 환경에서 대화 내용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 및 태아알코올증후군 환자들의 특성에 주목했다. 이들은 뇌 발달 과정의 차이로 인해 다양한 범위의 인지 능력을 나타내기 때문에, 인지 능력과 소음 속 청취 능력의 상관관계를 분석하기에 적합한 집단으로 판단되었다.

 

연구팀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 환자 12명, 태아알코올증후군 환자 10명, 그리고 일반인 27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설계했다. 참가자 전원은 사전에 정밀 청력 검사를 통해 모두 정상 청력 범주에 속한다는 사실을 확인받았다. 이후 본 실험에서 참가자들은 헤드폰을 착용한 채, 여러 사람의 목소리가 동시에 흘러나오는 복잡한 상황 속에서 주된 화자의 지시를 정확히 듣고 따라야 하는 '다중화자 듣기 과제'를 수행했다. 과제가 끝난 뒤에는 언어 능력, 지각 추론 능력 등 다방면의 인지 기능을 측정하는 표준화된 지능 검사를 받았다.

 


분석 결과는 매우 명확했다. 실험에 참여한 세 그룹 모두에서 지능지수를 비롯한 인지 능력 점수가 높을수록, 소음 속에서 주 화자의 목소리를 더 정확하게 가려내고 지시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는 배경 소음과 여러 목소리가 뒤섞인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원하는 소리 정보만을 효과적으로 처리하는 능력이 단순히 귀로 소리를 감지하는 청각 능력만으로는 완성되지 않음을 시사한다.

 

교신 저자인 보니 라우 박사는 "시끄러운 환경에서 대화를 이해하는 것은 단순히 귀로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우리의 뇌는 여러 말소리를 각각 구분하고, 그중에서 집중해야 할 목소리에 주의를 기울이며, 동시에 불필요한 주변 소음은 적극적으로 차단하는 복잡하고 고차원적인 작업을 수행해야 한다. 여기에 상대방의 표정, 몸짓, 입 모양과 같은 비언어적, 사회적 단서까지 실시간으로 해석하고 통합해야 하므로 뇌에는 상당한 '인지적 부담'이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인지적 처리 능력이 뛰어날수록 이러한 부담을 더 잘 감당하고 원활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이번 연구는 50명 미만의 소규모 집단을 대상으로 진행되었기에 결과를 모든 사람에게 일반화하기에는 한계가 따른다. 하지만 연구팀은 학교처럼 다수가 모인 공간에서 소음 속 듣기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교실 앞자리에 배치하거나, 보청기와 같은 보조 청취 장비를 제공하는 등의 맞춤형 지원이 이들의 듣기 능력 개선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배지 붙이니 친절 업! 타이완 여행자들의 한국 체감 후기 줄줄이

 중국인 관광객에 대한 무비자 입국이 지난달부터 한시적으로 허용된 가운데, 한국을 찾은 타이완 관광객들 사이에서 ‘국적 배지’가 조용한 유행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근 타이완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한국에서 중국인에 대한 반감이 있다는데 이런 배지를 달아야 할까”라는 글과 함께 ‘대만 사람’이라는 한글 문구와 타이완 국기를 든 캐릭터가 인쇄된 배지 사진이 올라왔다. 게시물은 짧은 시간 안에 확산됐고, 한국 방문 경험이 있는 타이완 누리꾼들은 “배지를 달자 상점 점원의 태도가 부드러워졌다”, “한국어로 국적을 표시하니 오해가 줄었다”는 후기를 공유했다.현지 네티즌들은 한국인이 중국인과 타이완인을 언어와 외모만으로 즉각 구분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맥락을 지적하며, 여행 동선에서 마찰을 예방하기 위한 ‘자기표시’ 수단으로 배지를 거론했다. 특히 단체 관광객이 늘면서 인기 상권과 관광지에 인파가 몰리는 상황에서, 국적 오인으로 인한 불편을 줄이려는 심리가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최근 한국 내 일부 집회에서 나타난 반중 정서 보도가 타이완 커뮤니티에 과장되거나 단편적으로 전해지며 불안감을 키웠다는 분석도 제기된다.이에 한국 누리꾼들도 반응했다. 국내 온라인 게시판과 SNS에는 “극단적 소수를 제외한 대다수 한국인은 혐오에 반대한다”, “안전하고 즐거운 여행이 되길 바란다”는 응원 메시지가 잇따랐다. 상인 커뮤니티에서는 “국적과 관계없이 예의를 지키는 손님이라면 환영한다”, “언어 장벽을 줄이기 위한 배지라면 긍정적”이라는 현실적인 반응도 나왔다. 다만 일부에서는 “국적 표시가 또 다른 선입견을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며, 친절한 안내와 다국어 표지 확충 등 근본적 서비스 개선이 우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전문가들은 관광객과 서비스 종사자 간 오해를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기본적인 언어 안내와 표준화된 응대 매뉴얼을 제시한다. 공항·역사·주요 상권에 다국어 표지와 QR 기반 안내를 확대하고, 혼잡 시간대 질서 유지와 대기 동선을 명확히 하면 불필요한 갈등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온라인에서 확산되는 과장된 정보에 대한 팩트 체크와 공공기관의 신속한 안내가 불안 심리를 낮출 수 있다고 조언한다.관광업계는 이번 배지 이슈를 ‘방문객 경험’의 신호로 해석한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관광객이 스스로 배지를 택한다는 건 친밀한 소통 욕구의 표현”이라며 “상점의 간단한 인사 다국어 표기, 모바일 메뉴 번역, 결제 안내 개선만으로도 만족도가 크게 오른다”고 말했다. 서울시와 한국관광공사는 성수기 외래객 증가에 맞춰 안내 인력을 보강하고, 주요 관광지 질서 캠페인을 병행할 계획이다.국적 배지가 일시적 유행으로 그칠지, 새로운 여행 에티켓으로 자리 잡을지는 미지수다. 다만 상호 존중과 명확한 정보 제공이야말로 불필요한 오해를 줄이고, 재방문으로 이어지는 신뢰를 쌓는 가장 확실한 길이라는 점에는 큰 이견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