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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청기·인공와우 이제 그만?…국내 연구진, 유전성 난청 '완치'의 길 열었다

 전 세계 5억 명의 인구가 겪는 가장 흔한 감각기 질환인 난청, 그중 절반 이상은 유전적 요인에서 비롯된다. 지금까지 유전성 난청은 보청기나 인공와우 같은 보조기기에 의존한 청각 재활이 유일한 해결책이었으며, 근본적인 완치를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최근 국내 연구진이 유전자 편집 기술을 이용해 손상된 청각 기능을 회복시키는 획기적인 치료 플랫폼을 개발하며, 난치병으로 여겨졌던 유전성 난청 정복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정진세 교수 연구팀은 기존 기술의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유전자 가위 전달 플랫폼 'eVLP(engineered Virus Like Particles)'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유전자 편집 기술은 특정 유전자를 교정해 질병을 치료하는 방식으로, 난청 치료의 유력한 대안으로 주목받아왔다. 그러나 기존에는 유전자 가위를 귀 내부의 세포까지 전달하기 위해 '바이러스'를 운반체로 사용했는데, 이는 인체에 주입 시 종양 발생이나 면역반응 등 예측 불가능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심각한 안전성 문제를 안고 있었다.

 

연구팀이 개발한 eVLP는 바이러스를 사용하지 않는 새로운 방식의 전달체다. 이는 문제 유전자를 잘라내는 가위 역할을 하는 'Cas9 단백질'과 이 가위를 정확한 위치로 안내하는 'sgRNA'를 결합한 나노입자 형태로, 바이러스 운반체의 잠재적 위험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한 것이 특징이다. 연구팀은 유전성 난청을 유발한 실험 쥐 모델에 이 새로운 플랫폼을 직접 적용하여 그 효과를 검증했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eVLP를 주입한 지 7주 후, 실험 쥐의 청력이 약 20dB(데시벨)가량 개선된 것이 확인되었다. 이는 일상적인 대화에 어려움을 느끼는 수준에서 벗어날 수 있는 의미 있는 변화다.

 


단순히 청력 수치만 개선된 것이 아니었다. 소리를 증폭시키는 핵심 역할을 하는 내이의 '외유모세포' 기능 역시 정상에 가깝게 회복되었다. 정상 세포의 막전압(-63mV)과 비교했을 때, 치료 전 평균 –49mV에 불과했던 난청 쥐의 세포 기능이 치료 후 –59mV까지 회복된 것이다. 특히 유전자 편집 효율성 측면에서 압도적인 성능을 보였다. 기존 바이러스 방식의 편집률이 0.6%에 그쳤던 반면, 새로운 eVLP 플랫폼은 평균 14%, 최대 50%에 달하는 편집률을 기록하며 무려 23.5배나 향상된 효과를 입증했다.

 

이번 연구는 중요한 임상적 통찰 또한 제공했다. 유전자 편집 치료가 어린 쥐에게는 효과가 있었지만, 완전히 성장한 쥐에게는 효과가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이는 유전성 난청 치료의 '골든타임'이 존재하며, 질환이 깊어지기 전 조기 진단과 빠른 치료적 개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정진세 교수는 "이번 연구는 바이러스가 아닌 물질을 이용해 청각 기능을 회복시킨 세계 최초의 사례"라며, "향후 인공와우 이식 등을 대체할 수 있는 정밀의료 기술 개발의 초석이 될 것"이라고 그 의의를 밝혔다.

 

트럼프의 3500억 달러 요구에… 원화가치 ‘와르르’, 1450원대 공포 현실로

 추석 연휴 동안 국내 금융시장이 휴장한 사이, 원화 가치가 해외 시장에서 속절없이 무너졌다. 연휴 직전 1400원대 초반에서 거래되던 원·달러 환율은 연휴 기간 내내 뉴욕, 싱가포르 등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한때 1423원선을 넘어서는 등 1420원대에 안착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연휴 직전 종가와 비교하면 무려 14원 이상 급등한 수치다. 국내 외환시장이 다시 문을 여는 연휴 직후, 역외 시장의 환율 상승분이 일시에 반영되면서 환율이 폭등할 수 있다는 ‘블랙 먼데이’의 공포가 시장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환율 상승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으로는 끝이 보이지 않는 미국과의 관세협상 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불확실성이 지목된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500억 달러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규모의 대미 투자를 ‘선불’ 개념으로 요구하고 나선 것이 원화 가치에 치명타를 안겼다. 여기에 비상 상황에 대비한 안전판 역할을 할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마저 난항을 겪으면서 원화 약세 우려는 더욱 증폭되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다른 통화에 비해 유독 원화 가치의 하락 폭이 두드러지는 현상의 핵심에 바로 이 관세협상 리스크가 자리하고 있다고 분석하며, 역외 시장의 불안한 흐름이 연휴 이후 국내 시장에서 현실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경고하고 있다.최근 일본의 정치 지형 변화에 따라 급격히 가치가 떨어진 엔화 역시 원화 약세를 부추기는 또 다른 복병으로 떠올랐다. 국제 금융시장에서 원화와 엔화는 비슷한 흐름을 보이는 동조화 현상이 뚜렷한데, 대규모 양적완화를 공언한 다카이치 사나에가 차기 총리로 유력해지면서 엔·달러 환율이 7개월 만에 최고치인 152엔대까지 치솟았다. 이는 고스란히 원화 가치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6일간의 긴 연휴를 마치고 외환시장이 다시 열렸던 지난 설 직후의 아찔한 기억을 소환한다. 당시에도 연휴 기간 누적된 악재가 한꺼번에 반영되며 환율이 개장과 동시에 15원 가까이 폭등해 장중 1450원선을 위협하는 패닉 장세가 연출된 바 있다.설상가상으로 과거 환율 급등의 방파제 역할을 톡톡히 해왔던 ‘국민연금 환헤지’라는 비상 카드마저 자유롭게 사용하기 어려워진 상황이다. 그동안 외환당국은 환율이 과도하게 오를 때마다 국민연금이 보유한 해외자산의 환헤지 비율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시장에 달러를 공급하며 환율을 방어해왔다. 하지만 미국이 지난 6월 환율보고서에서 이를 직접 언급하고, 최근 한미 환율 합의문에도 ‘정부투자기관의 해외투자는 경쟁적 목적의 환율을 목표로 해선 안 된다’는 문구가 포함되는 등 미국의 감시망이 한층 촘촘해졌다. 사실상 환율 방어를 위한 당국의 손발이 묶인 셈이어서, 연휴 이후 닥쳐올 환율 급등 파고에 속수무책으로 노출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그 어느 때보다 고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