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틱톡의 '뇌'를 복제해 미국에서 재교육…'중국산 틱톡'은 사실상 끝났다

 미국과 중국 간의 첨예한 기술 패권 전쟁의 상징과도 같았던 틱톡의 미국 내 사업권 문제가 마침내 극적인 타결을 맞았다. 중국의 모회사 바이트댄스로부터 미국 사용자의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는 안보 우려를 종식시키기 위해, 미국인 투자자와 이사진이 다수를 차지하는 새로운 합작법인이 틱톡의 미국 사업을 맡는다는 큰 그림의 합의가 도출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주 후반, 이 합의안에 공식 서명할 예정이라고 백악관이 밝혔다.

 

이번 합의의 핵심은 틱톡의 미국 사업을 중국의 영향력으로부터 완전히 분리해 내는 데 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에 따르면, 새롭게 출범할 합작법인은 미국 투자자들이 과반 지분을 소유하고, 이사회 역시 국가 안보 및 사이버보안 분야의 자격을 갖춘 미국인들이 다수를 차지하게 된다. 사실상 틱톡의 미국 사업 경영권을 미국이 가져오는 구조다. 이는 1억 7천만 명이 넘는 미국인 사용자의 데이터가 중국 정부의 손에 넘어갈 수 있다는 '틱톡 금지법'의 근본적인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다.

 


특히 민감했던 데이터 보안과 알고리즘 문제는 미국 기업 오라클이 전담하는 것으로 정리됐다. 모든 미국인 사용자의 데이터는 중국의 접근이 원천 차단된 채, 오라클이 미국 내에서 직접 운영하는 서버에만 저장 및 관리된다. 레빗 대변인은 "오라클이 틱톡 플랫폼의 안전성과 보안을 독립적으로 감시할 것"이라고 강조하며, 이를 통해 완벽한 데이터 주권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가장 어려운 협상 지점으로 꼽혔던 콘텐츠 추천 알고리즘 문제 역시 미국의 통제 아래 두는 방식으로 해결됐다.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알고리즘의 복사본을 새로운 미국 합작법인으로 가져와 보안업체(오라클)가 철저히 점검하고, 미국 사용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재학습'시켜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기존 바이트댄스의 알고리즘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 내에서 미국 데이터로 새롭게 학습시킨 '미국화된 알고리즘'을 만들겠다는 의미다. 이로써 알고리즘은 바이트댄스의 통제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합의가 안보 문제 해결을 넘어 막대한 경제적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틱톡을 사용하는 미국 내 기업들이 향후 4년간 최대 1,780억 달러(약 248조 원)에 달하는 경제 활동을 창출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주 후반 행정명령에 서명하면, 투자자들이 거래를 마무리하는 데 필요한 120일의 추가 유예 기간이 부여되며, 길고 길었던 틱톡 사태는 마침내 마침표를 찍게 될 전망이다.

 

 

 

트럼프의 3500억 달러 요구에… 원화가치 ‘와르르’, 1450원대 공포 현실로

 추석 연휴 동안 국내 금융시장이 휴장한 사이, 원화 가치가 해외 시장에서 속절없이 무너졌다. 연휴 직전 1400원대 초반에서 거래되던 원·달러 환율은 연휴 기간 내내 뉴욕, 싱가포르 등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한때 1423원선을 넘어서는 등 1420원대에 안착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연휴 직전 종가와 비교하면 무려 14원 이상 급등한 수치다. 국내 외환시장이 다시 문을 여는 연휴 직후, 역외 시장의 환율 상승분이 일시에 반영되면서 환율이 폭등할 수 있다는 ‘블랙 먼데이’의 공포가 시장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환율 상승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으로는 끝이 보이지 않는 미국과의 관세협상 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불확실성이 지목된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500억 달러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규모의 대미 투자를 ‘선불’ 개념으로 요구하고 나선 것이 원화 가치에 치명타를 안겼다. 여기에 비상 상황에 대비한 안전판 역할을 할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마저 난항을 겪으면서 원화 약세 우려는 더욱 증폭되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다른 통화에 비해 유독 원화 가치의 하락 폭이 두드러지는 현상의 핵심에 바로 이 관세협상 리스크가 자리하고 있다고 분석하며, 역외 시장의 불안한 흐름이 연휴 이후 국내 시장에서 현실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경고하고 있다.최근 일본의 정치 지형 변화에 따라 급격히 가치가 떨어진 엔화 역시 원화 약세를 부추기는 또 다른 복병으로 떠올랐다. 국제 금융시장에서 원화와 엔화는 비슷한 흐름을 보이는 동조화 현상이 뚜렷한데, 대규모 양적완화를 공언한 다카이치 사나에가 차기 총리로 유력해지면서 엔·달러 환율이 7개월 만에 최고치인 152엔대까지 치솟았다. 이는 고스란히 원화 가치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6일간의 긴 연휴를 마치고 외환시장이 다시 열렸던 지난 설 직후의 아찔한 기억을 소환한다. 당시에도 연휴 기간 누적된 악재가 한꺼번에 반영되며 환율이 개장과 동시에 15원 가까이 폭등해 장중 1450원선을 위협하는 패닉 장세가 연출된 바 있다.설상가상으로 과거 환율 급등의 방파제 역할을 톡톡히 해왔던 ‘국민연금 환헤지’라는 비상 카드마저 자유롭게 사용하기 어려워진 상황이다. 그동안 외환당국은 환율이 과도하게 오를 때마다 국민연금이 보유한 해외자산의 환헤지 비율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시장에 달러를 공급하며 환율을 방어해왔다. 하지만 미국이 지난 6월 환율보고서에서 이를 직접 언급하고, 최근 한미 환율 합의문에도 ‘정부투자기관의 해외투자는 경쟁적 목적의 환율을 목표로 해선 안 된다’는 문구가 포함되는 등 미국의 감시망이 한층 촘촘해졌다. 사실상 환율 방어를 위한 당국의 손발이 묶인 셈이어서, 연휴 이후 닥쳐올 환율 급등 파고에 속수무책으로 노출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그 어느 때보다 고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