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밤이 되면 '이곳'이 거대한 캔버스로 변한다…알고 보니 유네스코 세계유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수원화성이 가을의 절정 속에서 역대급 규모의 축제 준비를 마치고 관람객을 맞이한다. 수원시는 오는 9월 27일부터 10월 4일까지 8일간, '제62회 수원화성문화제'를 필두로 한 3대 가을 축제를 수원화성 일원에서 대대적으로 펼친다고 밝혔다. 올해는 '새빛팔달'이라는 주제 아래, 기존 3일이었던 축제 기간을 8일로 대폭 늘리고, 공간 역시 화성행궁에 국한되지 않고 수원화성 전역으로 확대하여 그야말로 도시 전체를 거대한 축제의 장으로 탈바꿈시킬 계획이다. 이는 단순히 규모만 키운 것이 아니라, 내실 있는 글로벌 프로그램과 시민 참여형 콘텐츠를 대거 확충하여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축제로 도약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준다.

 

이번 축제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한층 더 장엄하고 품격있게 돌아온 대규모 프로그램들이다. 조선시대 왕의 뱃놀이를 모티브로 한 수상 퍼포먼스 '선유몽'과 실제 야간 군사훈련을 방불케 하는 '야조'는 수원화성의 밤을 화려하게 수놓으며 관람객들에게 잊지 못할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또한, 정조대왕이 어머니 혜경궁 홍씨를 위해 열었던 회갑연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몰입형 예술 퍼포먼스 '진찬'은 마치 관람객이 230년 전의 역사적 순간에 직접 참여하는 듯한 생생한 감동을 안겨줄 예정이다. 여기에 시민들이 직접 참여해 초대형 종이 구조물을 완성하는 '시민의 위대한 건축, 팔달' 퍼포먼스는 축제의 의미를 더하며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는 축제의 가치를 실현한다.

 


축제의 백미는 단연 9월 28일 펼쳐지는 '정조대왕 능행차 공동재현'이다. 무려 1000명의 행렬단과 70필의 말이 동원되는 이 거대한 행렬은 노송지대를 출발해 장안문을 거쳐 행궁광장까지 이어지며, 1795년 을묘원행의 웅장했던 모습을 완벽하게 재현한다. 행렬 도중 장안문에서는 경기도무용단과 무예24기 시범단의 박진감 넘치는 공연이 펼쳐져 볼거리를 더하고, 행궁광장에서는 능행차의 도착을 알리는 화려한 입궁 퍼포먼스가 대장정의 마무리를 장식한다.

 

밤이 되면 수원화성은 또 다른 얼굴을 드러낸다. 9월 27일부터 10월 12일까지 열리는 '2025 수원화성미디어아트'는 '만천명월 정조의 꿈, 빛이 되다'라는 주제 아래, 화서문과 장안문 등 수원화성의 성벽을 거대한 캔버스로 삼아 환상적인 빛의 향연을 펼친다. 성벽 위로 그려지는 정조의 꿈과 수원의 미래는 전통과 현대 기술의 조화를 통해 관람객들에게 새로운 차원의 예술적 경험을 제공할 것이다. 이 밖에도 시민들이 직접 가마를 메고 달리는 '가마 레이스', 과거시험을 체험하는 '별시날' 등 다채로운 시민 참여 프로그램과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글로벌빌리지'까지 운영되어, 명실상부 모두가 즐기고 참여하는 글로벌 축제의 면모를 갖추었다.

 

류현진 10승보다 허무했던 '1이닝 2피홈런'…한화, LG에 우승컵 떠먹여 주다

 정규시즌 1위 결정전이라는 마지막 희망을 향해 달려가던 한화 이글스의 꿈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됐다. 시즌 마지막 맞대결로 펼쳐진 SSG 랜더스와의 경기에서 9회말까지 리드를 잡고도 충격적인 끝내기 역전패를 당하며 스스로 순위 경쟁의 마침표를 찍은 것이다. 만약 이날 승리하고 남은 최종전까지 잡았다면 LG 트윈스와 1위 자리를 놓고 단판 승부를 벌일 수 있었기에 그 아쉬움은 더욱 컸다. 7회초 대거 4점을 뽑아내며 5-2로 경기를 뒤집었을 때만 해도 한화의 시나리오는 완벽해 보였다. 하지만 야구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었다. 9회말, 승리를 지키기 위해 올라온 마무리 김서현이 2아웃을 잘 잡아놓고 거짓말처럼 투런 홈런 두 방을 연달아 허용하며 5-6으로 무너졌다. 인천 하늘에 울려 퍼진 SSG 팬들의 함성은 한화의 꿈이 산산조각 나는 소리이기도 했다.이 패배로 모든 것이 결정됐다. 한화의 추격이 멈추자마자 LG 트윈스는 남은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 지었다. 일찌감치 2위 자리를 확보해 플레이오프 직행 티켓을 손에 넣었던 한화에게 이제 3일 남은 KT와의 최종전은 순위와 무관한, 그야말로 '소화 시합'이 되어버렸다. 시즌 막판까지 이어졌던 1위 싸움의 팽팽한 긴장감은 허무하게 사라졌고, 이제 한화는 2주 뒤에 시작될 가을야구의 가장 높은 곳을 바라보며 전력을 재정비해야 하는 과제만을 남겨두게 됐다. 허탈한 패배의 상처를 씻고 포스트시즌을 위한 새로운 각오를 다져야 하는 시간이 온 것이다.팀의 운명이 결정되면서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의 마지막 등판 여부도 자연스럽게 정리됐다. 만약 1위 경쟁이 최종전까지 이어졌다면, 팀의 에이스인 류현진이 선발로 나서는 것이 유력했다. 그에게는 개인 통산 10승과 규정이닝 달성이라는 기록이 걸려 있었고, 팀으로서도 폰세, 와이스, 문동주에 이어 구단 역사상 최초로 한 시즌 4명의 두 자릿수 승리 투수를 배출하는 대기록을 세울 수 있는 기회였다. 하지만 순위가 확정된 지금, 굳이 2주 앞으로 다가온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에이스를 무리하게 등판시킬 이유는 완전히 사라졌다.결국 류현진의 10승 도전은 다음을 기약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 자신도 "나의 10승은 전혀,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며 개인 기록보다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이 더 중요함을 여러 차례 강조해왔다. 에이스의 말처럼, 이제 한화에게 정규시즌의 작은 기록들은 의미가 없어졌다. 더 큰 목표를 위해 잠시 숨을 고를 때다. 류현진이 빠진 최종전 마운드는 이제껏 기회를 얻지 못했던 젊은 투수들에게 자신을 증명할 소중한 기회의 장이 될 전망이다. 한화의 아쉬운 정규시즌 마지막 페이지는 그렇게 새로운 희망을 준비하며 넘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