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모아

물가 폭탄 vs 경기 부양… 56만 명은 외면한 소비쿠폰, 과연 ‘독’일까 ‘약’일까?

 오늘(22일)부터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 신청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가운데, 압도적인 참여율 속에서도 1차 지원금을 끝내 외면했던 약 56만 명의 '조용한 거부자들'에게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 1차 사업 당시 전체 국민의 98.9%에 달하는 5007만여 명이 쿠폰을 신청해 총 9조 634억 원의 지원금을 수령했지만, 약 1.1%에 해당하는 56만 명은 최종적으로 신청 절차를 밟지 않았다. 정부가 고령자나 장애인 등 정보 취약계층을 위해 직접 찾아가는 신청 서비스까지 운영하며 참여율 제고에 총력을 기울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각자의 이유로 국가가 제공하는 지원을 거절한 것이다. 정부는 이들이 신청하지 않아 지급되지 않은 예산은 불용액으로 처리하고 다른 용도로 전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이들이 소비쿠폰 수령을 거부한 배경은 단순히 '신청 정보를 놓쳐서'라는 표면적 이유를 넘어, 개인의 경제적 상황부터 뚜렷한 정치적 신념까지 복합적으로 얽혀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경제적으로 굳이 지원금이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한 고소득층이나 자산가들이 존재할 수 있다. 또한, 사회와 단절된 채 살아가는 고립된 1인 가구 등이 신청 절차 자체를 인지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가장 주목받는 지점은 특정 정치적 신념에 기반한 의도적인 거부 움직임이다. 지난 6월, 일부 극우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소비쿠폰은 당신의 세금으로 당신을 길들이는 정부의 사탕"이라는 자극적인 문구와 함께, 포퓰리즘 정책에 휩쓸리지 말고 주체적으로 쿠폰을 거부하자는 일종의 '거부 운동'이 확산되기도 했다. 이는 정책의 효과나 취지와는 무관하게, 정부 정책에 대한 무조건적인 반대를 통해 정치적 세를 과시하려는 움직임이라는 비판과 함께, 국민을 편 가르기 한다는 우려를 낳았다.

 


이러한 '거부의 정치학'은 정치권에서도 주요 화두로 떠올랐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스스로 1차 소비쿠폰을 받지 않았다고 공개적으로 밝히며, "물가만 높이고 결국 서민들에게 더 큰 상처를 남길 수 있는 포퓰리즘 정책에 명확한 반대 의사를 표하고 싶었다"고 소신을 드러냈다. 그는 13조 원이라는 막대한 재원이 투입된 이 사업의 기회비용을 지적하며, 그 돈이었다면 신공항을 짓고도 남고 여러 개의 지하철 노선을 놓을 수 있었다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특히 국가의 미래를 위한 연금 및 건강보험 개혁 대신 빚을 내어 쿠폰을 뿌리는 것은 미래 세대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무책임한 행위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물론, 이러한 비판과 논란 속에서도 1차 소비쿠폰은 단기적인 경기 부양에 일정 부분 기여했다는 긍정적 평가도 나온다. 한국은행의 소비자심리지수가 7년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고, 소상공인 경기전망지수 역시 올해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긍정적인 경제 지표들이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추석 연휴와 연말 소비 시즌과 맞물리는 2차 소비쿠폰이 1차보다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소득 하위 90%를 대상으로 1인당 10만 원씩 지급되는 이번 2차 쿠폰은, 11월 30일까지 사용해야 한다는 조건 아래 오늘부터 출생연도 끝자리에 따른 요일제 신청을 받는다.

 

국민 혈세로 받은 '424만원' 보너스…"마음 무겁고 송구하다"며 어려운 이웃에게 보낸 의원

 올해도 어김없이 국회의원들의 통장에는 두둑한 명절 휴가비가 입금됐다. 추석을 앞두고 의원 1인당 지급된 금액은 424만 7,940원. 모두가 당연하게 여기는 이 '명절 상여금'에 한 국회의원이 무거운 마음을 드러내며 또다시 전액 기부를 약속했다.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은 자신의 통장에 찍힌 숫자를 공개하며 "마음이 무겁고 송구할 따름"이라고 밝혔다. 그가 국회의원이라는 신분으로 받는 돈에 불편함을 느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작년 추석과 올해 설에도 그는 명절 휴가비를 받으며 느낀 불편한 심경을 토로하고 이를 이웃과 나누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민의 혈세로 지급되는 보너스를 마냥 기쁘게 받을 수만은 없는 그의 고백은, 반복되는 정치권의 특권 논란 속에서 다시 한번 우리에게 많은 질문을 던진다.김 의원의 이러한 불편함은 그가 국회에 입성한 초선 시절부터 시작됐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대한민국을 휩쓸던 참담한 시기, 수십 명의 자영업자들이 극심한 생활고를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적인 현실을 눈앞에서 목도하면서, 세금으로 자신의 주머니를 채우는 일 자체가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고 그는 고백한다. 모두가 고통받는 현실 속에서 안정적인 세비를 받는 것에서 오는 미안함과 책임감은, 그로 하여금 의원이 된 첫해부터 세비 일부를 꾸준히 기부하게 만든 원동력이었다. '국민의 혈세'를 외치며 예산을 심사하는 장본인으로서, 정작 자신의 특권에는 침묵할 수 없다는 양심의 목소리였던 셈이다.그의 비판은 단순히 개인적인 소회를 넘어 대한민국 정치권 전체의 부끄러운 민낯을 향한다. 국회의원들이 예산안을 심사하며 '국민 혈세'의 소중함을 부르짖지만, 정작 그 돈이 미래 세대의 주머니를 털어 만드는 '빚 폭탄'이라는 사실에는 눈감은 채 마구잡이로 퍼주기식 정책을 남발하는 현실에 그는 절망을 넘어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사적인 이익을 위해 출판기념회를 열고, 자녀의 결혼 청첩장에 계좌번호는 물론 카드 결제 링크까지 버젓이 넣는 일부 정치인들의 뻔뻔한 행태를 꼬집으며, 이런 모습으로 어떻게 '민생'을 외치고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겠냐고 강하게 반문했다.결국 정치는 '책임'과 '염치'의 문제라고 그는 강조한다. 정치인 스스로가 자신의 주머니를 채우는 일을 줄이고, 고통받는 이웃과 함께 나누는 모습을 보일 때 비로소 국회도, 대한민국 정치도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명절 휴가비 역시 전액 어려운 이웃을 위해 내놓으며 "그래도 내 삶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고 덧붙인 그의 말은, 많은 정치인에게 울림을 준다. 국회의원 명절 휴가비는 일반 공무원 수당 규정에 따라 월 봉급액의 60%가 지급되며 지난 10년간 약 10%가 올랐다. 당연하게 여겨졌던 이러한 특권과 관행을 버리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길만이 대한민국 정치가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유일한 해법임을 그의 조용한 실천이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