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

여행 계획부터 숙박, 맛집까지 통째로 지원…'역대급' 지역관광 패키지 나온다

 코로나19 엔데믹 전환 이후 국내 관광 시장에 뚜렷한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면서 정부가 칼을 빼 들었다.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만 집중되고, 내국인들은 해외로 눈을 돌리면서 지난해 관광수지 적자 폭이 100억 달러를 돌파하는 등 지역 경제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중 66.1%가 수도권만을 방문한 것으로 나타나, 지역 관광의 매력도를 높이고 내수 경제의 새로운 활로를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져왔다. 이러한 문제의식 아래, 문화체육관광부와 기획재정부 등 관계 부처가 합동으로 여행의 전 과정을 아우르는 통합 지원책인 'K-지역관광 선도 패키지' 추진 계획을 발표하며 본격적인 지역 살리기에 나섰다.

 

이번에 발표된 'K-지역관광 선도 패키지'는 단순히 특정 관광지를 개발하는 단편적인 지원에서 벗어나, 여행객의 동선을 따라 '계획-방문-이동-숙박-식음-체험'에 이르는 모든 단계를 유기적으로 연계하고 통합 지원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정부는 먼저 전국에서 잠재력 있는 선도지역 두 곳을 선정해 프로젝트 예산과 과감한 규제 완화 등 전폭적인 지원을 집중하고, 이를 통해 성공적인 모델을 만들어 전국적으로 확산시킨다는 방침이다. 이는 각 부처에 흩어져 있던 개별적인 관광 관련 사업과 제도들을 하나로 묶고, 인공지능(AI)과 같은 신기술을 적극 활용하여 관광 산업 자체의 혁신을 유도하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담겨있다.

 


이러한 정책 방향의 구체적인 청사진을 그리기 위해,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9일 직접 현장으로 향했다. 최근 민간 리서치에서 '국내 디저트 여행지 1위', '숙박 예약 건수 상승률 1위'를 기록하며 새로운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대전광역시가 그 행선지였다. 구 부총리는 김대현 문체부 제2차관, 노용석 중기부 차관과 함께 대전의 중심 상권인 으능정이 문화의거리와 지역의 대표 브랜드 '성심당' 문화원을 방문해 골목상권을 점검하고, 지역 기업과 소상공인, 지자체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열어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 이 자리에서는 대전이 어떻게 민관 협력의 성공 사례를 만들어내며 '떠오르는 여행지'가 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가 이루어졌다. 구 부총리는 "관광업뿐 아니라 교통, 음식, 숙박, 쇼핑 등 관련 산업 전반이 유기적으로 연계되어야 지역 관광이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하며, 지속적인 협업 체계 구축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정부는 올해 말까지 범부처 협업을 통해 수도권 외 지역에 새로운 국제적 관광 권역을 조성하는 이번 토탈 패키지의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최종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트럼프의 3500억 달러 요구에… 원화가치 ‘와르르’, 1450원대 공포 현실로

 추석 연휴 동안 국내 금융시장이 휴장한 사이, 원화 가치가 해외 시장에서 속절없이 무너졌다. 연휴 직전 1400원대 초반에서 거래되던 원·달러 환율은 연휴 기간 내내 뉴욕, 싱가포르 등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한때 1423원선을 넘어서는 등 1420원대에 안착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연휴 직전 종가와 비교하면 무려 14원 이상 급등한 수치다. 국내 외환시장이 다시 문을 여는 연휴 직후, 역외 시장의 환율 상승분이 일시에 반영되면서 환율이 폭등할 수 있다는 ‘블랙 먼데이’의 공포가 시장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환율 상승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으로는 끝이 보이지 않는 미국과의 관세협상 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불확실성이 지목된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500억 달러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규모의 대미 투자를 ‘선불’ 개념으로 요구하고 나선 것이 원화 가치에 치명타를 안겼다. 여기에 비상 상황에 대비한 안전판 역할을 할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마저 난항을 겪으면서 원화 약세 우려는 더욱 증폭되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다른 통화에 비해 유독 원화 가치의 하락 폭이 두드러지는 현상의 핵심에 바로 이 관세협상 리스크가 자리하고 있다고 분석하며, 역외 시장의 불안한 흐름이 연휴 이후 국내 시장에서 현실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경고하고 있다.최근 일본의 정치 지형 변화에 따라 급격히 가치가 떨어진 엔화 역시 원화 약세를 부추기는 또 다른 복병으로 떠올랐다. 국제 금융시장에서 원화와 엔화는 비슷한 흐름을 보이는 동조화 현상이 뚜렷한데, 대규모 양적완화를 공언한 다카이치 사나에가 차기 총리로 유력해지면서 엔·달러 환율이 7개월 만에 최고치인 152엔대까지 치솟았다. 이는 고스란히 원화 가치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6일간의 긴 연휴를 마치고 외환시장이 다시 열렸던 지난 설 직후의 아찔한 기억을 소환한다. 당시에도 연휴 기간 누적된 악재가 한꺼번에 반영되며 환율이 개장과 동시에 15원 가까이 폭등해 장중 1450원선을 위협하는 패닉 장세가 연출된 바 있다.설상가상으로 과거 환율 급등의 방파제 역할을 톡톡히 해왔던 ‘국민연금 환헤지’라는 비상 카드마저 자유롭게 사용하기 어려워진 상황이다. 그동안 외환당국은 환율이 과도하게 오를 때마다 국민연금이 보유한 해외자산의 환헤지 비율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시장에 달러를 공급하며 환율을 방어해왔다. 하지만 미국이 지난 6월 환율보고서에서 이를 직접 언급하고, 최근 한미 환율 합의문에도 ‘정부투자기관의 해외투자는 경쟁적 목적의 환율을 목표로 해선 안 된다’는 문구가 포함되는 등 미국의 감시망이 한층 촘촘해졌다. 사실상 환율 방어를 위한 당국의 손발이 묶인 셈이어서, 연휴 이후 닥쳐올 환율 급등 파고에 속수무책으로 노출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그 어느 때보다 고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