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모아

내 침 속에 '암 씨앗'이?…췌장으로 직행하는 '세균-곰팡이 27종'의 정체

 뚜렷한 초기 증상 없이 찾아와 '침묵의 살인자'라는 악명으로 불리는 췌장암은 현대 의학의 가장 큰 숙제 중 하나로 꼽힌다. 일단 진단받으면 5년 생존율이 10%를 겨우 넘길 정도로 예후가 매우 나빠, 조기 발견과 예방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런데 이토록 치명적인 암의 발병 위험을 높이는 단서가 뜻밖에도 우리의 '입속'에서 발견되어 의학계의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매일 무심코 삼키는 침 속에 섞인 특정 세균과 곰팡이가 췌장암 발병 위험을 무려 3.5배나 높일 수 있다는 충격적인 연구 결과가 발표된 것이다. 이는 양치질과 치실 사용 등 기본적인 구강 위생 관리가 가장 무서운 암을 막는 강력한 예방책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오래전부터 구강 건강이 좋지 않은 사람에게서 췌장암 발병률이 높다는 역학적 관련성은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침을 삼킬 때 입안의 미생물이 소화기관을 거쳐 혈당 조절의 핵심 기관인 췌장까지 이동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그 연관성은 더욱 설득력을 얻었다. 하지만 정확히 어떤 미생물이 이 위험한 여정에 관여하는지는 베일에 싸여 있었다. 미국 뉴욕대학교 랑곤 헬스와 펄머터 암센터 공동 연구팀은 이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 12만 2천 명의 건강한 성인 남녀로부터 침 샘플을 채취해 구강 미생물 유전 정보를 분석하고, 평균 9년에 걸친 대규모 추적 관찰을 진행했다. 그 결과, 연구 기간 동안 췌장암 진단을 받은 445명의 입속에서는 암에 걸리지 않은 대조군과 뚜렷하게 구분되는 미생물 군집의 특징이 발견되었다.

 


연구 결과는 놀라웠다. 연구진은 췌장암 환자들의 입속에서 공통으로 발견되는 특정 박테리아와 곰팡이 종을 특정해냈는데, 특히 피부나 몸속에 흔히 존재하는 칸디다(Candida) 균주와 심각한 잇몸병, 즉 치주질환을 유발하는 주범으로 알려진 포르피로모나스 진지발리스(P. gingivalis) 등이 췌장암 위험을 높이는 핵심 인자로 지목되었다. 실제로 췌장암 환자의 종양 조직에서 입속에서 발견된 것과 동일한 곰팡이가 검출되기도 했다. 연구진은 이러한 특정 미생물 27종이 함께 존재할 경우,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췌장암 발병 위험이 최대 3.5배까지 치솟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는 구강 내 미생물 생태계의 균형이 암 억제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강력한 증거다. 이번 연구는 막연했던 구강 건강과 췌장암의 연결고리를 구체적인 세균과 곰팡이 종 단위로 밝혀낸 최초의 대규모 분석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연구를 이끈 안지영 교수는 구강 미생물 구성을 분석하는 것만으로도 췌장암 고위험군을 미리 선별할 수 있는 잠재적 조기 진단 도구로서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양치와 치실 사용이라는 작은 습관이 단순히 치아 건강을 지키는 것을 넘어, 치명적인 암을 예방하는 가장 손쉬운 실천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그 어느 때보다 명확해지고 있다.

 

트럼프의 3500억 달러 요구에… 원화가치 ‘와르르’, 1450원대 공포 현실로

 추석 연휴 동안 국내 금융시장이 휴장한 사이, 원화 가치가 해외 시장에서 속절없이 무너졌다. 연휴 직전 1400원대 초반에서 거래되던 원·달러 환율은 연휴 기간 내내 뉴욕, 싱가포르 등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한때 1423원선을 넘어서는 등 1420원대에 안착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연휴 직전 종가와 비교하면 무려 14원 이상 급등한 수치다. 국내 외환시장이 다시 문을 여는 연휴 직후, 역외 시장의 환율 상승분이 일시에 반영되면서 환율이 폭등할 수 있다는 ‘블랙 먼데이’의 공포가 시장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환율 상승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으로는 끝이 보이지 않는 미국과의 관세협상 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불확실성이 지목된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500억 달러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규모의 대미 투자를 ‘선불’ 개념으로 요구하고 나선 것이 원화 가치에 치명타를 안겼다. 여기에 비상 상황에 대비한 안전판 역할을 할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마저 난항을 겪으면서 원화 약세 우려는 더욱 증폭되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다른 통화에 비해 유독 원화 가치의 하락 폭이 두드러지는 현상의 핵심에 바로 이 관세협상 리스크가 자리하고 있다고 분석하며, 역외 시장의 불안한 흐름이 연휴 이후 국내 시장에서 현실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경고하고 있다.최근 일본의 정치 지형 변화에 따라 급격히 가치가 떨어진 엔화 역시 원화 약세를 부추기는 또 다른 복병으로 떠올랐다. 국제 금융시장에서 원화와 엔화는 비슷한 흐름을 보이는 동조화 현상이 뚜렷한데, 대규모 양적완화를 공언한 다카이치 사나에가 차기 총리로 유력해지면서 엔·달러 환율이 7개월 만에 최고치인 152엔대까지 치솟았다. 이는 고스란히 원화 가치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6일간의 긴 연휴를 마치고 외환시장이 다시 열렸던 지난 설 직후의 아찔한 기억을 소환한다. 당시에도 연휴 기간 누적된 악재가 한꺼번에 반영되며 환율이 개장과 동시에 15원 가까이 폭등해 장중 1450원선을 위협하는 패닉 장세가 연출된 바 있다.설상가상으로 과거 환율 급등의 방파제 역할을 톡톡히 해왔던 ‘국민연금 환헤지’라는 비상 카드마저 자유롭게 사용하기 어려워진 상황이다. 그동안 외환당국은 환율이 과도하게 오를 때마다 국민연금이 보유한 해외자산의 환헤지 비율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시장에 달러를 공급하며 환율을 방어해왔다. 하지만 미국이 지난 6월 환율보고서에서 이를 직접 언급하고, 최근 한미 환율 합의문에도 ‘정부투자기관의 해외투자는 경쟁적 목적의 환율을 목표로 해선 안 된다’는 문구가 포함되는 등 미국의 감시망이 한층 촘촘해졌다. 사실상 환율 방어를 위한 당국의 손발이 묶인 셈이어서, 연휴 이후 닥쳐올 환율 급등 파고에 속수무책으로 노출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그 어느 때보다 고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