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트럼프의 분노 "유럽이 기름만 끊으면 푸틴은 항복!"…동맹국에 대놓고 '전쟁 청구서' 날렸다

 한때 돈독한 관계를 과시하며 '브로맨스'라고까지 불렸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관계에 파열음이 공식화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에서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의 공동 기자회견에 참석해, 지지부진한 우크라이나 전쟁의 책임을 사실상 푸틴 대통령에게 돌리며 노골적인 실망감을 드러냈다. 그는 "푸틴 대통령과의 관계 때문에 (전쟁 종식이) 가장 쉽다고 생각했던 것"이라고 운을 뗀 뒤, "그러나 그는 저를 매우 실망시켰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종전 협상이 길을 잃었다고 보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도 "그는 저를 실망시켰다"는 말을 반복하며 작심한 듯 비판을 쏟아냈다.

 

대선 후보 시절, 단 하루 만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낼 수 있다고 공언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자신감은 온데간데없었다. 지난달 미국에서 푸틴 대통령과 직접 만나 담판을 벌였음에도 아무런 진척이 없자, 결국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른 것으로 보인다. 그는 "푸틴은 많은 사람을 죽이고 있으며, 그보다 더 많은 사람(자국 군인)을 잃고 있다"며 "솔직히 러시아 군인들이 우크라이나 군인들보다 더 높은 비율로 살해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전쟁을 끝낼 유일한 해법으로 '유가 하락'을 제시하며, 그 책임을 유럽 동맹국들에게 떠넘겼다. 그는 "아주 간단히 말해, 원유 가격이 떨어지면 푸틴은 물러설 것"이라며 "유럽 국가들이 당장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중단해 압박 수위를 높여야 한다"고 강력하게 촉구했다. 유럽을 향해서는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미국에 공정한 일이 아니다"라며 불만까지 표출했다. 다만, 과거 푸틴을 알래스카로 초청했던 것을 후회하느냐는 질문에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어 복잡한 심경을 내비쳤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가자지구 사태에 대한 입장도 명확히 했다. 이스라엘군의 지상전 강화로 민간인 피해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 대해, 그는 하마스에 억류된 인질 석방이 모든 것의 전제 조건임을 분명히 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설득해 인도주의적 위기를 막아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것을 끝내길 원하지만, 인질들이 돌아와야 한다"고 강조하며, "하마스가 위협해온 것처럼 인질들이 인간 방패로 쓰여서는 안 된다"고 못 박았다. 우크라이나와 가자지구, 두 개의 전쟁을 둘러싼 그의 발언은 '미국 우선주의'에 입각한 압박과 선결 조건 제시라는 트럼프식 외교의 단면을 고스란히 보여주었다.

 

트럼프의 3500억 달러 요구에… 원화가치 ‘와르르’, 1450원대 공포 현실로

 추석 연휴 동안 국내 금융시장이 휴장한 사이, 원화 가치가 해외 시장에서 속절없이 무너졌다. 연휴 직전 1400원대 초반에서 거래되던 원·달러 환율은 연휴 기간 내내 뉴욕, 싱가포르 등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한때 1423원선을 넘어서는 등 1420원대에 안착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연휴 직전 종가와 비교하면 무려 14원 이상 급등한 수치다. 국내 외환시장이 다시 문을 여는 연휴 직후, 역외 시장의 환율 상승분이 일시에 반영되면서 환율이 폭등할 수 있다는 ‘블랙 먼데이’의 공포가 시장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환율 상승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으로는 끝이 보이지 않는 미국과의 관세협상 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불확실성이 지목된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500억 달러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규모의 대미 투자를 ‘선불’ 개념으로 요구하고 나선 것이 원화 가치에 치명타를 안겼다. 여기에 비상 상황에 대비한 안전판 역할을 할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마저 난항을 겪으면서 원화 약세 우려는 더욱 증폭되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다른 통화에 비해 유독 원화 가치의 하락 폭이 두드러지는 현상의 핵심에 바로 이 관세협상 리스크가 자리하고 있다고 분석하며, 역외 시장의 불안한 흐름이 연휴 이후 국내 시장에서 현실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경고하고 있다.최근 일본의 정치 지형 변화에 따라 급격히 가치가 떨어진 엔화 역시 원화 약세를 부추기는 또 다른 복병으로 떠올랐다. 국제 금융시장에서 원화와 엔화는 비슷한 흐름을 보이는 동조화 현상이 뚜렷한데, 대규모 양적완화를 공언한 다카이치 사나에가 차기 총리로 유력해지면서 엔·달러 환율이 7개월 만에 최고치인 152엔대까지 치솟았다. 이는 고스란히 원화 가치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6일간의 긴 연휴를 마치고 외환시장이 다시 열렸던 지난 설 직후의 아찔한 기억을 소환한다. 당시에도 연휴 기간 누적된 악재가 한꺼번에 반영되며 환율이 개장과 동시에 15원 가까이 폭등해 장중 1450원선을 위협하는 패닉 장세가 연출된 바 있다.설상가상으로 과거 환율 급등의 방파제 역할을 톡톡히 해왔던 ‘국민연금 환헤지’라는 비상 카드마저 자유롭게 사용하기 어려워진 상황이다. 그동안 외환당국은 환율이 과도하게 오를 때마다 국민연금이 보유한 해외자산의 환헤지 비율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시장에 달러를 공급하며 환율을 방어해왔다. 하지만 미국이 지난 6월 환율보고서에서 이를 직접 언급하고, 최근 한미 환율 합의문에도 ‘정부투자기관의 해외투자는 경쟁적 목적의 환율을 목표로 해선 안 된다’는 문구가 포함되는 등 미국의 감시망이 한층 촘촘해졌다. 사실상 환율 방어를 위한 당국의 손발이 묶인 셈이어서, 연휴 이후 닥쳐올 환율 급등 파고에 속수무책으로 노출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그 어느 때보다 고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