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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를 고뇌에 빠뜨린 ‘탕비실 간식 도둑’ 사건의 전말

 작업 현장의 허기를 달래주던 평범한 간식이 법의 심판대에 오르는 이례적인 사건이 벌어졌다. 단돈 몇백 원짜리 초코파이 한 개와 커스터드빵 한 개를 먹은 행위가 절도죄로 기소되어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 결국 항소심 재판까지 열리게 된 것이다. 이 기막힌 사연에 재판을 진행하는 판사도, 피고인을 변호하는 변호사도 헛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18일 전주지방법원 제2형사부 김도형 부장판사의 심리로 40대 남성 A씨에 대한 항소심 첫 공판이 진행됐다. 재판 기록을 넘기던 김 부장판사는 잠시 웃음을 보였지만, 이내 진지한 표정으로 이번 재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사건의 정황 자체는 안타까운 측면이 있지만, 1심에서 이미 유죄 판단이 내려진 만큼 법리적으로 절도죄가 성립하는지를 항소심에서 다시 한번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히며, 사안을 가볍게 다루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해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A씨는 전북 완주군에 위치한 한 물류회사 협력업체의 사무실 냉장고에서 초코파이와 커스터드빵을 각각 한 개씩 꺼내 먹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조사 과정에서부터 일관되게 "평소 기사들이 냉장고에 있는 간식을 자유롭게 먹어도 된다고 들어서 먹었을 뿐, 훔칠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비록 피해 금액이 극히 미미하지만, 타인의 재물을 가져간 행위에 절도의 의도가 있었다고 판단하여 벌금 5만 원을 선고했다.

 


A씨 측은 이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A씨의 변호인은 법정에서 "이 사건이 단순히 금액의 크고 작음을 떠나 항소심까지 오게 된 것은, 법 적용의 타당성 자체를 다투기 위함"이라며 항소 이유를 힘주어 설명했다. 변호인은 문제의 장소가 누구나 드나들 수 있는 개방된 사무 공간이었고, 냉장고와 정수기 등이 비치된 일종의 휴게 공간이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CCTV 영상을 보더라도 피고인이 사무실에 들어올 때 주변을 살피거나 주저하는 등, 절도범에게서 통상적으로 나타나는 행동을 전혀 보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변호인은 상식적인 반론을 제기했다. "만약 피고인이 정말로 과자를 훔치려는 악의적인 의도를 가졌다면, 고작 한두 개를 집어 들 것이 아니라 아예 상자째 들고 나갔을 것"이라며 A씨에게 절도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는 것은 무리한 해석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위해 배고프면 먹으라고 비치해 둔 간식을 먹은 행위를 두고 절도라고 단정하는 것은 사회 통념상 과도한 법의 잣대이며, 이를 유죄로 판단하는 것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김 부장판사는 변호인의 주장을 경청한 뒤 "피고인에게 악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면서도 "법률적으로 따져봐야 할 쟁점들이 있는 만큼 면밀히 살펴보겠다"고 답했다. 재판부는 변호인이 A씨의 무고함을 입증하기 위해 요청한 증인 신청을 모두 받아들이기로 결정했으며, 이에 따라 초코파이 절도 사건의 진실 공방은 다음 재판에서 계속될 예정이다.

 

집값 잡고 인사 채우고..이재명 대통령의 '추석 후폭풍' 수습 대작전

 추석 연휴를 마친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공식 업무에 복귀하며 국내외 산적한 현안 해결에 나섰다. 대통령은 연휴 민심을 점검하고 민생 살리기에 집중할 계획이며, 이날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14일에는 민생회복 소비쿠폰 관련 '디지털 토크 라이브'를 개최한다.가장 시급한 국내 과제는 부동산 시장 안정화다. 수도권 집값 급등세가 지속되자 정부는 수요 억제(6·27), 공급 확대(9·7)에 이은 세 번째 부동산 대책을 이번 주 발표할 예정이다. 강남 아파트 평균값이 18억원을 돌파하는 등 불안정한 시장 상황 속에서 규제지역 확대와 대출 규제 강화 등이 검토되고 있다. 부동산 정책의 성패는 정부 경제 정책의 주요 가늠자이자 내년 지방선거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또한, 정권 교체에 따른 고위 공무원들의 줄사표로 인한 인사 공백도 시급히 해소해야 할 과제다. 기재부, 금융위, 국토부 등 주요 부처 1급 공무원들의 사표가 수리되지 않고 후임 인선도 지연되면서 국정감사 전까지 정책 공백을 최소화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 외에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마비된 정부 행정망 복구와 해외 취업 사기 범죄로부터 내국인을 보호할 대책 마련도 주요 현안이다.외교 분야에서는 보름 앞으로 다가온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치르는 것이 최우선이다. 우리나라가 의장국으로 주도하는 이번 회의는 21개 회원국 정상과 2만여 명이 경주를 찾을 대규모 행사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등 G2 정상이 한자리에 모일 가능성이 제기되며 이 대통령의 '실용외교'를 시험할 무대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최근 미중 관계의 냉랭한 분위기(대두 수입 중단, 희토류 수출 통제, 추가 관세 위협 등)로 인해 미중 정상회담 성사 여부는 불투명하다.다만, 한미, 한중 양자회담은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이 대통령은 한미일 공조 체제를 재확인하고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정상 간 의지를 다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시진핑 주석과의 첫 만남에서 유의미한 한중 협력 관계를 구축할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한미 관세합의 후속 협상 타결도 초미의 관심사다. 지난 7월 구두 합의 이후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방식을 두고 양국 간 이견(미국은 지분 투자, 한국은 대출/보증 선호)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APEC 정상회의를 타결의 적기로 봤으나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5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G20 재무장관회의와 IMF 연차총회에 참석해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과 회동,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등 막판 이견 좁히기에 나설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