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모아

지방이 아니었다…우유에 대한 오랜 오해, 진짜 건강의 적은 따로 있었다?

 수십 년간 건강 식단의 '바이블'처럼 여겨졌던 '저지방 유제품'의 신화가 마침내 막을 내릴 전망이다. 심장병 예방을 위해 지방을 걷어낸 우유나 치즈를 선택해야 한다는 오랜 권고가 사실상 과학적 근거가 희박하다는 최신 연구 결과들이 잇따르면서, 미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식생활 지침을 변경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히 우유 한 잔의 선택을 넘어, 우리의 식탁과 건강에 대한 인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거대한 전환의 서막이 될 수 있다.

 

논의의 중심에는 5년마다 미국 농무부(USDA)와 보건복지부(HHS)가 발표하는 미국 식생활 지침(DGA)이 있다. 이달 말 공개될 'DGA 2025~2030년' 판에서 유제품 지방과 관련된 기존의 엄격한 지침이 대폭 수정될 것이라고 미국 공영라디오 NPR 등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지금까지 DGA는 포화지방 섭취를 제한해야 한다는 명목 아래, 원유의 지방을 그대로 둔 전지 우유 대신 지방을 제거한 탈지유나 저지방 유제품 섭취를 강력히 권장해왔다. 하지만 최근 영양학계의 기류가 바뀌고 있다. 저지방 유제품이 고지방 유제품보다 건강에 더 이롭다는 명확한 증거를 찾지 못했으며, 인체에 미치는 긍정적 혹은 부정적 영향에서 별다른 차이가 없다는 연구 결과들이 축적되고 있기 때문이다.

 

캐나다 퀘벡 라발대의 브누아 라마르슈 교수가 진행한 연구는 이러한 변화를 뒷받침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연구팀이 성인들을 추적 조사한 결과, 놀랍게도 지방을 제거한 탈지유보다 원유 지방을 그대로 둔 일반 우유가 혈관 청소부 역할을 하는 '좋은 콜레스테롤'인 HDL 수치를 더 효과적으로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라마르슈 교수는 이를 근거로 "저지방이나 무지방 유제품이 고지방 제품보다 건강에 더 좋다는 엄격한 증거는 없다"며, 오히려 일부 연구에서는 고지방 유제품의 건강상 이점이 발견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하버드대 보건대학원의 프랭크 후 영양학과장 역시 유제품의 '지방 함량'에만 집착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놓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진짜 문제는 미국인들이 유제품을 나트륨과 정제 전분, 가공육이 가득한 피자, 햄버거, 샌드위치 등의 형태로 주로 섭취한다는 점"이라고 꼬집었다. 즉, 유제품 속 지방이 아니라 함께 섭취하는 건강하지 않은 음식들이 문제라는 것이다. 후 교수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식단에서 탄수화물, 특히 정제 탄수화물과 설탕을 유제품, 심지어 지방이 포함된 전지 유제품으로 대체하는 것은 건강에 좋은 일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지침 변화는 특히 체중 조절과 근육 증가를 위해 고단백 유제품을 즐겨 찾던 소비자들의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대표적인 고단백 식품인 코티지 치즈나 그릭 요거트의 경우, 단백질 함량은 높지만 지방 때문에 섭취를 망설이거나 굳이 맛이 덜한 저지방 제품을 찾아 먹는 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새로운 DGA가 발표되면, 더 이상 지방 함량에 얽매일 필요 없이 당분 함량이 낮은 제품을 고르는 등 선택의 기준이 바뀔 가능성이 크다. 물론 지방이 탄수화물이나 단백질보다 칼로리가 높다는 점은 변함없는 사실이므로, 총 섭취 칼로리를 관리해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고려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이번 변화는 '지방=죄악'이라는 낡은 공식을 깨고, 보다 균형 잡힌 시각으로 식품을 바라보게 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의 3500억 달러 요구에… 원화가치 ‘와르르’, 1450원대 공포 현실로

 추석 연휴 동안 국내 금융시장이 휴장한 사이, 원화 가치가 해외 시장에서 속절없이 무너졌다. 연휴 직전 1400원대 초반에서 거래되던 원·달러 환율은 연휴 기간 내내 뉴욕, 싱가포르 등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한때 1423원선을 넘어서는 등 1420원대에 안착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연휴 직전 종가와 비교하면 무려 14원 이상 급등한 수치다. 국내 외환시장이 다시 문을 여는 연휴 직후, 역외 시장의 환율 상승분이 일시에 반영되면서 환율이 폭등할 수 있다는 ‘블랙 먼데이’의 공포가 시장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환율 상승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으로는 끝이 보이지 않는 미국과의 관세협상 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불확실성이 지목된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500억 달러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규모의 대미 투자를 ‘선불’ 개념으로 요구하고 나선 것이 원화 가치에 치명타를 안겼다. 여기에 비상 상황에 대비한 안전판 역할을 할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마저 난항을 겪으면서 원화 약세 우려는 더욱 증폭되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다른 통화에 비해 유독 원화 가치의 하락 폭이 두드러지는 현상의 핵심에 바로 이 관세협상 리스크가 자리하고 있다고 분석하며, 역외 시장의 불안한 흐름이 연휴 이후 국내 시장에서 현실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경고하고 있다.최근 일본의 정치 지형 변화에 따라 급격히 가치가 떨어진 엔화 역시 원화 약세를 부추기는 또 다른 복병으로 떠올랐다. 국제 금융시장에서 원화와 엔화는 비슷한 흐름을 보이는 동조화 현상이 뚜렷한데, 대규모 양적완화를 공언한 다카이치 사나에가 차기 총리로 유력해지면서 엔·달러 환율이 7개월 만에 최고치인 152엔대까지 치솟았다. 이는 고스란히 원화 가치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6일간의 긴 연휴를 마치고 외환시장이 다시 열렸던 지난 설 직후의 아찔한 기억을 소환한다. 당시에도 연휴 기간 누적된 악재가 한꺼번에 반영되며 환율이 개장과 동시에 15원 가까이 폭등해 장중 1450원선을 위협하는 패닉 장세가 연출된 바 있다.설상가상으로 과거 환율 급등의 방파제 역할을 톡톡히 해왔던 ‘국민연금 환헤지’라는 비상 카드마저 자유롭게 사용하기 어려워진 상황이다. 그동안 외환당국은 환율이 과도하게 오를 때마다 국민연금이 보유한 해외자산의 환헤지 비율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시장에 달러를 공급하며 환율을 방어해왔다. 하지만 미국이 지난 6월 환율보고서에서 이를 직접 언급하고, 최근 한미 환율 합의문에도 ‘정부투자기관의 해외투자는 경쟁적 목적의 환율을 목표로 해선 안 된다’는 문구가 포함되는 등 미국의 감시망이 한층 촘촘해졌다. 사실상 환율 방어를 위한 당국의 손발이 묶인 셈이어서, 연휴 이후 닥쳐올 환율 급등 파고에 속수무책으로 노출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그 어느 때보다 고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