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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어 추락이 만든 나비효과…예측불허 드래프트 속 '소신 지명' 빛난 한화, 미래를 선택했다

 2026 KBO 신인 드래프트 현장에 예상치 못한 파격과 소신이 공존했다. 강력한 투수 유망주들이 즐비해 '투수 왕국'으로 불리는 한화 이글스가 전체 3순위라는 높은 지명권을 투수가 아닌 야수에게 사용하는 과감한 결정을 내린 것이다. 그 주인공은 바로 '리틀 정수빈'으로 불리는 유신고의 천재 중견수 오재원(18)이었다. 1순위로 북일고의 파이어볼러 박준현이 예상대로 키움의 품에 안겼지만, 2순위 지명이 유력했던 경기항공고 양우진이 팔꿈치 부상으로 미끄러지면서 드래프트 현장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갯속으로 빠져들었다.

 

모두의 시선이 2순위 지명권을 가진 NC 다이노스로 쏠렸고, NC가 투수가 아닌 유신고 3루수 신재인을 호명하는 순간 장내는 술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술렁임은 곧이어 한화의 선택이 발표되자 더욱 폭발적인 반응으로 이어졌다. 투수진 보강이 아닌, 팀의 미래를 책임질 중견수를 선택하는 강수를 둔 것이다. 이는 문동주, 김서현, 정우주, 황준서 등 이미 리그 최상급으로 평가받는 젊은 투수 유망주들을 다수 확보한 한화이기에 가능한, '투수 왕국'의 자신감이 돋보이는 행보였다. 오랫동안 팀의 약점으로 지적받아 온 외야, 특히 중견수 포지션을 확실하게 보강하겠다는 구단의 명확한 의지가 담긴 선택이었다.

 


오재원은 1학년 때부터 야구 명문 유신고의 주전 자리를 꿰찬 천재 타자다. 지난해에는 유일한 2학년으로 U-18 청소년 대표팀에 승선했고, 올해는 주장을 맡아 팀을 이끌었다. 177cm, 76kg의 다부진 체격에 우투좌타인 그는 정교한 컨택 능력과 폭발적인 스피드, 그리고 넓은 수비 범위를 자랑하는 5툴 플레이어에 가까운 재능을 지녔다. 특히 3학년 들어서는 타율 0.442, 32도루, 장타율 0.653을 기록하며 타격에서도 한 단계 진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고교 통산 성적은 OPS 1.102에 달할 정도로 압도적이다.

 

자신의 이름이 불리자 오재원은 "이렇게 빨리 지명될 줄은 몰랐다"며 감격스러운 소감을 밝혔다. 그는 메이저리거 배지환을 롤모델로 꼽으며, LG 박해민과 유신고 선배인 두산 정수빈의 영상을 보며 배운다고 덧붙였다. 이는 그의 플레이 스타일이 어떤 방향을 지향하는지를 명확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어 그는 "인성부터 길러 좋은 선수가 되겠다. 한화 이글스를 위해 제 한 몸 바쳐서 노력하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히며 이글스 팬들의 마음에 강렬한 첫인상을 남겼다. 투수 왕국의 자신감 있는 선택과 천재 야수의 만남이 과연 어떤 시너지를 일으킬지, 한화 이글스의 미래를 향한 청사진이 더욱 선명해지는 순간이었다.

 

류현진 10승보다 허무했던 '1이닝 2피홈런'…한화, LG에 우승컵 떠먹여 주다

 정규시즌 1위 결정전이라는 마지막 희망을 향해 달려가던 한화 이글스의 꿈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됐다. 시즌 마지막 맞대결로 펼쳐진 SSG 랜더스와의 경기에서 9회말까지 리드를 잡고도 충격적인 끝내기 역전패를 당하며 스스로 순위 경쟁의 마침표를 찍은 것이다. 만약 이날 승리하고 남은 최종전까지 잡았다면 LG 트윈스와 1위 자리를 놓고 단판 승부를 벌일 수 있었기에 그 아쉬움은 더욱 컸다. 7회초 대거 4점을 뽑아내며 5-2로 경기를 뒤집었을 때만 해도 한화의 시나리오는 완벽해 보였다. 하지만 야구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었다. 9회말, 승리를 지키기 위해 올라온 마무리 김서현이 2아웃을 잘 잡아놓고 거짓말처럼 투런 홈런 두 방을 연달아 허용하며 5-6으로 무너졌다. 인천 하늘에 울려 퍼진 SSG 팬들의 함성은 한화의 꿈이 산산조각 나는 소리이기도 했다.이 패배로 모든 것이 결정됐다. 한화의 추격이 멈추자마자 LG 트윈스는 남은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 지었다. 일찌감치 2위 자리를 확보해 플레이오프 직행 티켓을 손에 넣었던 한화에게 이제 3일 남은 KT와의 최종전은 순위와 무관한, 그야말로 '소화 시합'이 되어버렸다. 시즌 막판까지 이어졌던 1위 싸움의 팽팽한 긴장감은 허무하게 사라졌고, 이제 한화는 2주 뒤에 시작될 가을야구의 가장 높은 곳을 바라보며 전력을 재정비해야 하는 과제만을 남겨두게 됐다. 허탈한 패배의 상처를 씻고 포스트시즌을 위한 새로운 각오를 다져야 하는 시간이 온 것이다.팀의 운명이 결정되면서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의 마지막 등판 여부도 자연스럽게 정리됐다. 만약 1위 경쟁이 최종전까지 이어졌다면, 팀의 에이스인 류현진이 선발로 나서는 것이 유력했다. 그에게는 개인 통산 10승과 규정이닝 달성이라는 기록이 걸려 있었고, 팀으로서도 폰세, 와이스, 문동주에 이어 구단 역사상 최초로 한 시즌 4명의 두 자릿수 승리 투수를 배출하는 대기록을 세울 수 있는 기회였다. 하지만 순위가 확정된 지금, 굳이 2주 앞으로 다가온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에이스를 무리하게 등판시킬 이유는 완전히 사라졌다.결국 류현진의 10승 도전은 다음을 기약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 자신도 "나의 10승은 전혀,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며 개인 기록보다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이 더 중요함을 여러 차례 강조해왔다. 에이스의 말처럼, 이제 한화에게 정규시즌의 작은 기록들은 의미가 없어졌다. 더 큰 목표를 위해 잠시 숨을 고를 때다. 류현진이 빠진 최종전 마운드는 이제껏 기회를 얻지 못했던 젊은 투수들에게 자신을 증명할 소중한 기회의 장이 될 전망이다. 한화의 아쉬운 정규시즌 마지막 페이지는 그렇게 새로운 희망을 준비하며 넘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