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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이 '불' 붙이자 해트트릭 폭발…LAFC 새 역사 쓴 부앙가, "손케 듀오? 이제 '흥부' 시대"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가 또 한 번 손흥민의 이름 아래 들썩였다. 과거 토트넘 홋스퍼에서 해리 케인과 함께 '손케 듀오'로 유럽을 호령했던 그가, 이제는 LAFC의 동료 드니 부앙가와 함께 '흥부 듀오'라는 새로운 신화를 써 내려가고 있다. 두 선수가 뿜어내는 파괴적인 시너지는 단순한 승리를 넘어, 미국 축구계에 새로운 역사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그 서막은 지난 14일(한국시간)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의 리바이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산호세 어스퀘이크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올랐다. 이날 경기장에는 무려 5만 978명의 관중이 들어차며 산호세 구단 역대 최다 관중 기록을 갈아치웠다. '손흥민 효과'가 만들어낸 장관이었다. 그리고 손흥민은 그를 보기 위해 모인 수많은 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경기 시작을 알리는 휘슬이 울린 지 단 53초 만이었다.

 

좌측면을 허문 아르템 스몰야코프의 낮은 크로스가 문전으로 향하자, 최전방에 포진해 있던 손흥민은 침착하게 오른발로 공의 방향을 바꿔놓으며 골망을 갈랐다. 이 득점은 LAFC 구단 역사상 세 번째로 빠른 골로 기록되며, 그의 미국 무대 연착륙을 알리는 축포가 되었다.

 

손흥민이 쏘아 올린 신호탄은 '흥부 듀오'의 파괴적인 공격력에 불을 붙였다. 그 불길을 이어받은 것은 부앙가였다. 손흥민의 선제골로 기세가 오른 LAFC는 전반 9분과 12분, 부앙가가 연달아 골을 터뜨리며 순식간에 3-0으로 달아났다. 부앙가는 상대 수비 라인을 완벽히 무너뜨리는 움직임과 골 결정력을 과시하며 전반 초반에만 멀티골을 완성, 경기의 향방을 결정지었다.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후반 막판인 42분, 부앙가는 또다시 골망을 흔들며 해트트릭을 완성했다. 이 세 번째 골로 그는 LAFC 소속 통산 93골을 기록, 클럽의 전설 카를로스 벨라와 함께 구단 최다 득점자 반열에 오르는 위업을 달성했다. 손흥민이 시작하고 부앙가가 마무리한 이날의 4-2 완승은 두 선수의 파트너십이 얼마나 위력적인지를 증명하는 무대였다.

 

미국 현지 언론은 경악에 가까운 찬사를 쏟아냈다. 스포츠 전문 매체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는 부앙가가 벨라의 기록과 타이를 이룬 것을 조명하며 "그는 이제 MLS 역사에 길이 남을 공격수"라고 극찬했다. 동시에 손흥민의 영향력에 대해서는 "과거 펠레의 뉴욕 코스모스나 최근 메시의 인터 마이애미 사례를 제외하면 미국 축구에서 보기 드문 현상"이라며 그의 존재감이 클럽을 넘어 리그 전체의 위상을 바꾸고 있다고 평가했다.

 

스티브 체룬돌로 LAFC 감독 역시 "손흥민은 언제나 빠르고 강력하며 위협적이다. 부앙가 또한 의심의 여지가 없는 선수"라며 "두 선수가 함께 뛸 때 상대 수비를 무너뜨리는 힘이 커진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번 승리로 LAFC는 서부 콘퍼런스 5위 자리를 지키며 4위 시애틀과의 승점 차를 1점으로 좁혔다. 포스트시즌 홈 어드밴티지가 주어지는 4위권 진입을 눈앞에 둔 것이다. '손케 듀오'의 영광을 재현하며 미국 무대를 뒤흔들고 있는 '흥부 듀오'. 그들의 발끝에서 LAFC와 MLS의 새로운 역사가 쓰이고 있다.

 

류현진 10승보다 허무했던 '1이닝 2피홈런'…한화, LG에 우승컵 떠먹여 주다

 정규시즌 1위 결정전이라는 마지막 희망을 향해 달려가던 한화 이글스의 꿈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됐다. 시즌 마지막 맞대결로 펼쳐진 SSG 랜더스와의 경기에서 9회말까지 리드를 잡고도 충격적인 끝내기 역전패를 당하며 스스로 순위 경쟁의 마침표를 찍은 것이다. 만약 이날 승리하고 남은 최종전까지 잡았다면 LG 트윈스와 1위 자리를 놓고 단판 승부를 벌일 수 있었기에 그 아쉬움은 더욱 컸다. 7회초 대거 4점을 뽑아내며 5-2로 경기를 뒤집었을 때만 해도 한화의 시나리오는 완벽해 보였다. 하지만 야구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었다. 9회말, 승리를 지키기 위해 올라온 마무리 김서현이 2아웃을 잘 잡아놓고 거짓말처럼 투런 홈런 두 방을 연달아 허용하며 5-6으로 무너졌다. 인천 하늘에 울려 퍼진 SSG 팬들의 함성은 한화의 꿈이 산산조각 나는 소리이기도 했다.이 패배로 모든 것이 결정됐다. 한화의 추격이 멈추자마자 LG 트윈스는 남은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 지었다. 일찌감치 2위 자리를 확보해 플레이오프 직행 티켓을 손에 넣었던 한화에게 이제 3일 남은 KT와의 최종전은 순위와 무관한, 그야말로 '소화 시합'이 되어버렸다. 시즌 막판까지 이어졌던 1위 싸움의 팽팽한 긴장감은 허무하게 사라졌고, 이제 한화는 2주 뒤에 시작될 가을야구의 가장 높은 곳을 바라보며 전력을 재정비해야 하는 과제만을 남겨두게 됐다. 허탈한 패배의 상처를 씻고 포스트시즌을 위한 새로운 각오를 다져야 하는 시간이 온 것이다.팀의 운명이 결정되면서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의 마지막 등판 여부도 자연스럽게 정리됐다. 만약 1위 경쟁이 최종전까지 이어졌다면, 팀의 에이스인 류현진이 선발로 나서는 것이 유력했다. 그에게는 개인 통산 10승과 규정이닝 달성이라는 기록이 걸려 있었고, 팀으로서도 폰세, 와이스, 문동주에 이어 구단 역사상 최초로 한 시즌 4명의 두 자릿수 승리 투수를 배출하는 대기록을 세울 수 있는 기회였다. 하지만 순위가 확정된 지금, 굳이 2주 앞으로 다가온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에이스를 무리하게 등판시킬 이유는 완전히 사라졌다.결국 류현진의 10승 도전은 다음을 기약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 자신도 "나의 10승은 전혀,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며 개인 기록보다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이 더 중요함을 여러 차례 강조해왔다. 에이스의 말처럼, 이제 한화에게 정규시즌의 작은 기록들은 의미가 없어졌다. 더 큰 목표를 위해 잠시 숨을 고를 때다. 류현진이 빠진 최종전 마운드는 이제껏 기회를 얻지 못했던 젊은 투수들에게 자신을 증명할 소중한 기회의 장이 될 전망이다. 한화의 아쉬운 정규시즌 마지막 페이지는 그렇게 새로운 희망을 준비하며 넘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