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작품상은 '더 피트', '소년의 시간', '더 스튜디오'…스트리밍 전쟁 속 에미상 승자는?

 미국 방송계의 한 해를 총결산하는 최고 권위의 축제, 제77회 프라임타임 에미상 시상식이 스트리밍 플랫폼들의 치열한 각축전 속에서 막을 내렸다. 현지 시각 14일, 로스앤젤레스 피콕극장에서 열린 이번 시상식의 스포트라이트는 HBO, 넷플릭스, 그리고 애플TV+가 사이좋게 나눠 가졌다. 각 플랫폼을 대표하는 작품들이 최고 영예인 부문별 작품상을 휩쓸며, 바야흐로 본격적인 스트리밍 삼국지 시대가 도래했음을 선언했다.

 

시상식의 꽃이라 불리는 드라마 시리즈 부문 최우수 작품상의 영광은 HBO의 의학 드라마 '더 피트'에게 돌아갔다. 탄탄한 서사와 긴박감 넘치는 전개로 호평받아온 '더 피트'는 쟁쟁한 경쟁작들을 제치고 왕좌에 오르며 HBO의 저력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미니시리즈 부문에서는 넷플릭스가 내놓은 영국 드라마 '소년의 시간'이 최우수 작품상을 거머쥐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올해 에미상의 진정한 주인공은 단연 애플TV+의 코미디 시리즈 '더 스튜디오'였다. '더 스튜디오'는 코미디 부문 최우수 작품상을 포함, 앞서 열린 기술·스태프 시상 부문의 9개 상을 싹쓸이하며 총 13개의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이는 지난해 '더 베어'가 세웠던 한 시즌 11회 수상 기록을 가뿐히 뛰어넘는 대기록으로, 에미상 코미디 부문의 역사를 새로 쓰는 순간이었다.

 


'더 스튜디오'의 압도적인 성공 중심에는 배우 겸 감독 세스 로건이 있었다. 그는 이 작품의 연출, 제작, 각본을 도맡았을 뿐만 아니라 직접 주연 배우로 열연하며 작품을 이끌었다. 그 결과, 세스 로건은 공동 감독상, 남우주연상, 각본상에 이어 작품상(제작자 자격)까지 무려 4개의 주요 트로피를 한꺼번에 품에 안으며 2025년 에미상의 남자로 우뚝 섰다. 한 인물이 작품의 시작과 끝을 책임지며 최고의 성과까지 이끌어낸, 그야말로 '세스 로건의 밤'이었다.

 

한편, 미니시리즈 부문을 석권한 '소년의 시간' 역시 작품상을 포함해 총 6관왕에 오르며 넷플릭스의 체면을 세웠다. 이처럼 특정 플랫폼의 독주가 아닌,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작품들이 고르게 수상의 영예를 나누어 가지면서 할리우드 콘텐츠 시장의 경쟁이 더욱 다채롭고 치열해지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 시상식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류현진 10승보다 허무했던 '1이닝 2피홈런'…한화, LG에 우승컵 떠먹여 주다

 정규시즌 1위 결정전이라는 마지막 희망을 향해 달려가던 한화 이글스의 꿈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됐다. 시즌 마지막 맞대결로 펼쳐진 SSG 랜더스와의 경기에서 9회말까지 리드를 잡고도 충격적인 끝내기 역전패를 당하며 스스로 순위 경쟁의 마침표를 찍은 것이다. 만약 이날 승리하고 남은 최종전까지 잡았다면 LG 트윈스와 1위 자리를 놓고 단판 승부를 벌일 수 있었기에 그 아쉬움은 더욱 컸다. 7회초 대거 4점을 뽑아내며 5-2로 경기를 뒤집었을 때만 해도 한화의 시나리오는 완벽해 보였다. 하지만 야구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었다. 9회말, 승리를 지키기 위해 올라온 마무리 김서현이 2아웃을 잘 잡아놓고 거짓말처럼 투런 홈런 두 방을 연달아 허용하며 5-6으로 무너졌다. 인천 하늘에 울려 퍼진 SSG 팬들의 함성은 한화의 꿈이 산산조각 나는 소리이기도 했다.이 패배로 모든 것이 결정됐다. 한화의 추격이 멈추자마자 LG 트윈스는 남은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 지었다. 일찌감치 2위 자리를 확보해 플레이오프 직행 티켓을 손에 넣었던 한화에게 이제 3일 남은 KT와의 최종전은 순위와 무관한, 그야말로 '소화 시합'이 되어버렸다. 시즌 막판까지 이어졌던 1위 싸움의 팽팽한 긴장감은 허무하게 사라졌고, 이제 한화는 2주 뒤에 시작될 가을야구의 가장 높은 곳을 바라보며 전력을 재정비해야 하는 과제만을 남겨두게 됐다. 허탈한 패배의 상처를 씻고 포스트시즌을 위한 새로운 각오를 다져야 하는 시간이 온 것이다.팀의 운명이 결정되면서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의 마지막 등판 여부도 자연스럽게 정리됐다. 만약 1위 경쟁이 최종전까지 이어졌다면, 팀의 에이스인 류현진이 선발로 나서는 것이 유력했다. 그에게는 개인 통산 10승과 규정이닝 달성이라는 기록이 걸려 있었고, 팀으로서도 폰세, 와이스, 문동주에 이어 구단 역사상 최초로 한 시즌 4명의 두 자릿수 승리 투수를 배출하는 대기록을 세울 수 있는 기회였다. 하지만 순위가 확정된 지금, 굳이 2주 앞으로 다가온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에이스를 무리하게 등판시킬 이유는 완전히 사라졌다.결국 류현진의 10승 도전은 다음을 기약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 자신도 "나의 10승은 전혀,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며 개인 기록보다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이 더 중요함을 여러 차례 강조해왔다. 에이스의 말처럼, 이제 한화에게 정규시즌의 작은 기록들은 의미가 없어졌다. 더 큰 목표를 위해 잠시 숨을 고를 때다. 류현진이 빠진 최종전 마운드는 이제껏 기회를 얻지 못했던 젊은 투수들에게 자신을 증명할 소중한 기회의 장이 될 전망이다. 한화의 아쉬운 정규시즌 마지막 페이지는 그렇게 새로운 희망을 준비하며 넘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