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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통수 사면’ 폭로되자, 국힘 내부서 ‘배신감’ 터져

 국민의힘 송언석 비대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대통령실에 국민의힘 전직 의원과 관련 인물들에 대한 특별사면·복권을 요청하는 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드러나면서 당내외에서 강한 비판이 일고 있다. 송 위원장이 강하게 비판해왔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광복절 사면과는 배치되는 행보를 보인 것이어서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4일 이데일리 보도에 따르면, 송언석 위원장은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에게 안상수 전 인천시장 부인 김 씨, 정찬민 전 의원, 홍문종 전 의원, 심학봉 전 의원 등 4명에 대한 사면·복권을 요청하는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냈다. 이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 비공식적 소통 과정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졌지만,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뒤에서 몰래 흥정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5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지도부가 조국 전 대표 사면을 공개적으로 강하게 비판하면서도 뒤에서는 이런 거래가 있었다는 점이 당 지도부의 권위와 신뢰를 크게 훼손했다”며 “매우 안타깝고 부적절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몇몇 인사들끼리의 논의인지, 송 위원장 혼자 결정한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면서 “억울한 피해자에 대한 사면은 타당하지만, 이번에 요청된 인사들은 그렇지 않아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실제로 송 위원장이 요청한 인물들은 대부분 실형 선고를 받고 선거권 제한까지 받은 중대 범죄자들이다. 안상수 전 시장의 배우자 김 씨는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홍보업체 대표에게 수억 원대 금품을 건넨 혐의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정찬민 전 의원은 용인시장 재임 시절 부동산 개발업자에게 뇌물을 요구하고 수억 원을 받은 혐의로 징역 7년을 확정받았다. 홍문종 전 의원은 사학재단 이사장 재직 당시 수십억 원의 교비를 횡령하고 뇌물을 받은 혐의로 징역 4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심학봉 전 의원 역시 불법 정치자금과 뇌물 혐의로 징역 4년 3개월 형이 확정돼 10년간 선거권이 박탈된 상태다.

 

 

 

국민의힘 내부의 비판은 윤희석 전 대변인도 가세하며 강도를 높였다. 윤 전 대변인은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국민 눈높이에 전혀 맞지 않는 사면 요청”이라며 “이런 식으로 정치인 사면복권 논의가 진행되는 것은 또 다른 기득권 확인”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조국 전 대표 사면을 반대하던 논리가 어떻게 되느냐”며 송 위원장의 행보에 대한 모순을 지적했다.

 

특히 송언석 위원장은 지난달 29일과 4일에도 공개석상에서 조국 전 대표 사면에 대해 강하게 반대 입장을 표명해왔다. 4일 아침에는 “파렴치한 권력형 범죄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광복절에 사면해 달라는 요구가 여당에서 쏟아지고 있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이런 발언과는 상반된 사면 요청 메시지가 같은 날 대통령실에 전달된 것이어서 자기모순 논란도 불거졌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인 주진우 의원은 5일 SNS를 통해 “조국 전 대표가 사면을 기대하며 이재명 대통령에게 줄을 섰고, 이화영 부지사는 북한에 거액을 송금해 유죄가 확정됐음에도 당당히 사면을 요구한다”며 “정치인 사면은 거부하고 민생 사면만 요구하자”고 주장하며 정치인 사면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표명했다.

 

대통령실 강유정 대변인은 5일 브리핑에서 “사회적 약자와 민생 관련 사면에 대해 1차 검증이 진행되고 있다”며 “정치인 사면에 관한 다양한 의견 수렴도 이루어지고 있지만 아직 최종 결정은 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측은 이번 사면 요청 건이 당 차원에서 공식 논의된 사안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곽규택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특사 과정마다 대통령실과 여야 간 의견 교환은 있었다”며 “이번도 그 정도 차원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송 위원장이 사면 요청한 인물들이 당 차원에서 선정한 것인지 묻자 “그런 건 아니다. 어떤 기준으로 선정된지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한편, 사면 요청 메시지가 공개되면서 당내에서 ‘뒤로 몰래 흥정한다’는 비판과 함께 ‘지도부의 신뢰 하락’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박정하 의원은 “앞에서는 사면을 반대하면서 뒤에서는 거래를 하는 모습은 국민에게 매우 부적절하게 비칠 것”이라며 “당 지도부가 스스로 권위와 신뢰를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이번 논란은 국민의힘이 정치인 사면 문제를 놓고 국민적 눈높이와 당 내부 의견 조율 사이에서 격론이 벌어지는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범죄 혐의가 명백하고 형이 확정된 정치인들에 대한 사면 요청이 국민 정서와 동떨어졌다는 지적이 크다. 정치권은 앞으로 사면 대상 선정과 논의 과정에 있어 투명성과 공정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질 전망이다.

 

결국 송언석 위원장의 메시지 공개는 국민의힘 지도부 내부 갈등과 당내 신뢰 문제, 그리고 정치권 사면 정책의 근본적 논쟁을 재점화시키는 계기가 됐다. 대통령실 역시 사회적 약자 중심 사면 원칙을 강조하며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는 가운데, 정치인 사면 여부는 향후 정치적 파장과 맞물려 더욱 뜨거운 쟁점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내 구명조끼 벗어주고' 갯벌에 수장된 해경…'살인적' 2인1조 원칙 무시가 부른 참사

 인천 옹진군 영흥도 갯벌에서 고립된 노인을 구조하던 중 실종됐던 해양경찰관 이재석(34) 경장이 결국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돼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11일 오전, 중부지방해양경찰청 특공대는 실종 수색 끝에 영흥면 꽃섬으로부터 1.4km 떨어진 해상에서 이 경장을 심정지 상태로 발견했다.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사망 판정을 받으며, 한 영웅의 비극적인 희생이 알려졌다.이 경장은 이날 오전 3시 30분경, 영흥도 갯벌에서 어패류를 채취하던 중 밀물에 고립되고 발까지 다쳐 거동이 어려워진 중국 국적의 70대 A씨가 있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다. 해경은 이 경장이 A씨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자신의 부력조끼를 벗어 건네준 뒤 함께 헤엄쳐 나오려다 거친 물살에 휩쓸려 실종된 것으로 보고 있다. A씨는 이 경장의 희생 덕분에 오전 4시 20분경 해경 헬기에 의해 구조되었으며, 발 부상과 저체온증에도 불구하고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사고 직전 촬영된 현장 영상에는 이 경장이 손전등과 통신 단말기를 든 채 자신의 부력조끼를 A씨에게 건네는 모습이 담겨 충격을 더했다. 그는 거친 물살 속에서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면서도 무전을 시도하고, 상공의 드론을 향해 양손으로 원을 만들어 보이는 등 마지막까지 구조 활동에 매진했던 것으로 파악된다.이번 비극에 대해 유족들은 분통을 터뜨리며 해경의 초기 대응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유족들은 "고립자 구조 시 '2인 1조' 원칙이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며 "동료들도 한 명만 출동하는 경우는 처음이라고 의아해했다"고 지적했다. 당시 당직자 두 명 중 이 경장 혼자 현장에 출동한 경위를 명명백백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하며, "시스템이나 매뉴얼상 절대 일어날 사고가 아니다. 제2의 이재석이 나오지 않도록 철저히 조사하고,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유족들의 한을 풀어달라"고 호소했다.인천해경에 따르면, 대조기를 맞아 바다를 순찰하던 드론 업체가 갯벌에 고립된 사람을 확인한 후 영흥파출소로 연락했고, 이 경사가 현장 확인차 단독 출동했다. 이 경사가 요구조자에게 구명조끼를 벗어준 지 9분 뒤, 드론 업체는 물이 많이 차 있다며 지원 인력 투입을 요청했고, 1분 뒤 영흥파출소 직원들이 현장으로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해경 관계자는 "처음에는 현장 확인차 1명만 나갔다"며 이 경사가 추가 지원을 요청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고(故) 이재석 경장은 해병대 만기 전역 후 오랜 수험 끝에 2021년 해양경찰 순경 공채로 입직한 모범적인 해양경찰관이었다. 해양경찰교육원장 표창과 업무 유공으로 중부지방해양경찰청장, 인천해양경찰서장 표창을 받는 등 뛰어난 직무 역량을 보여왔다. 한 달 전 경장으로 승진했으며, 지난 4일이 생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주꾸미 철 안전 관리 수요 급증으로 연가도 쓰지 않고 근무에 임했던 것으로 파악돼 더욱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해양경찰청은 이날 승진 심사위원회를 열어 이 경장의 계급을 경사로 1계급 특진 추서했다. 그의 빈소는 인천 동구의 한 장례식장에 마련되어 조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