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93%가 최고점 준 게임의 정체... 밀어주고 끌어줘야만 살아남는다!

 협동 등산 게임 '피크(PEAK)'가 글로벌 시장에서 500만 장 판매를 돌파하며 한국 인디게임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등산과 암벽등반을 소재로 한 게임은 과거에도 있었지만, 이처럼 국내외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끈 사례는 피크가 최초다. 특히 세계 최대 게임 플랫폼인 스팀에서는 무려 5만여 명의 이용자 중 93%가 최고 평가인 '매우 긍정적' 리뷰를 남겼다.

 

피크는 국내 소규모 인디게임 개발사인 랜드폴 게임즈와 어그로 크랩의 개발진 단 7명이 힘을 합쳐 탄생시킨 작품이다. 이들은 대형 게임사의 막대한 자본과 인력 없이도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게임성과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세계 게이머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게임의 핵심 매력은 단연 '협동'에 있다. 혼자서는 결코 정상에 오를 수 없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어, 다른 플레이어와 함께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때로는 동료의 무거운 짐을 대신 들어주기도 해야 하고, 누군가 독버섯을 먹어 건강에 이상이 생기면 약을 건네주는 등 실제 등산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들이 게임에 녹아들어 있다.

 

피크의 또 다른 강점은 지속적인 신선함이다. 매일 새벽 2시를 기준으로 24시간마다 등정해야 하는 산이 바뀌어, 플레이어들은 매일 새로운 등반 경험을 할 수 있다. 이러한 시스템 덕분에 게임의 인기가 일시적인 유행에 그치지 않고 꾸준히 이어지고 있으며, 지난 7월 14일에는 동시접속자 수가 9만 7,000명을 기록하는 놀라운 성과를 달성했다.

 


개발사는 세계적인 인기에 부응하기 위해 지난 7월 11일 한국어를 포함한 11개 언어를 추가하는 대규모 업데이트를 진행했다. 이는 더 많은 국가의 게이머들이 언어 장벽 없이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로, 향후에도 추가 언어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피크의 성공은 단순히 한 게임의 흥행을 넘어 한국 인디게임 시장의 가능성을 전 세계에 알린 중요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대형 게임사들의 AAA급 타이틀이 주목받는 글로벌 시장에서, 소규모 개발팀이 만든 창의적인 게임이 수백만 명의 플레이어를 사로잡은 것은 국내 게임 산업의 다양성과 경쟁력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성과다.

 

업계 전문가들은 "피크의 성공 비결은 복잡한 그래픽이나 화려한 효과가 아닌, 게임의 본질인 '함께 즐기는 재미'에 충실했기 때문"이라며 "이는 향후 국내 인디게임 개발자들에게 중요한 방향성을 제시한 사례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일본은 '유료', 한국은 '무료'…넷플릭스 WBC 중계권 독점에 '민심 폭발'

 글로벌 OTT 공룡 넷플릭스가 일본 야구계에 거대한 폭탄을 투하했다. 2026년 열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의 일본 내 독점 중계권을 확보한 것이다. 이는 특정 국가대표팀의 경기를 넷플릭스가 독점하는 사상 초유의 사건으로, 안방에서 지상파 채널을 통해 '공짜'로 경기를 즐겨온 일본 야구팬들은 충격과 분노에 휩싸였다. 일부 언론은 이를 19세기 미국의 함대가 일본을 강제 개항시킨 '흑선(黒船)의 침략'에 비유하며 격한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사건의 발단은 지난달 26일, WBC를 주관하는 MLB 사무국이 홈페이지에 올린 공지였다. MLB는 "넷플릭스가 2026년 WBC의 새로운 '홈'이 된다"고 공식 발표하며, "넷플릭스는 일본 시청자들에게 처음으로 WBC 생중계를 제공하며, 야구계 최고 권위의 국제 대회에 대한 탁월한 접근성을 선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탁월한 접근성'이라는 포장과 달리, 이는 사실상 유료 구독자에게만 시청을 허락하겠다는 선언이었다.야구는 일본에서 단순한 스포츠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특히 '야구 천재' 오타니 쇼헤이의 등장은 WBC를 국민적 축제로 만들었다. 실제로 2023년 WBC 당시 오타니가 등판한 이탈리아와의 8강전은 평균 가구 시청률 48%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웠다. 일본 대표팀의 7경기는 모두 시청률 40%를 넘겼고, 인터넷 중계를 포함한 모든 매체의 시청률은 약 75%에 달했다. 전 국민의 4분의 3이 지켜본 '국민 행사'가 하루아침에 유료 구독 서비스의 독점 콘텐츠로 전락한 것이다.넷플릭스가 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손에 넣기 위해 1억 달러(약 1400억 원)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베팅했다는 보도까지 나오면서 일본 지상파 방송사들은 입찰 경쟁에서 속수무책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넷플릭스의 이런 파격적인 행보는 단순히 일본 내 구독자를 늘리려는 전략을 넘어, 광고 기반의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창출하려는 '파괴적인 변화'의 신호탄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일본 대중의 반발은 거세다. 2023년 WBC의 일본 경기 메인 스폰서였던 딥 주식회사마저 "많은 사람들이 WBC를 부담 없이 즐길 기회가 박탈될 가능성이 있다"며 공식적으로 우려를 표명하는 성명을 발표할 정도다.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면, 한국에서 넷플릭스가 WBC를 독점하는 일은 현행법상 불가능하다. 방송법에 명시된 '보편적 시청권' 조항 때문이다. 이 법은 올림픽, 월드컵, 그리고 WBC처럼 국민적 관심이 큰 스포츠 이벤트는 국민 대다수가 시청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WBC의 경우, 전체 가구의 75% 이상이 시청할 수 있는 방송 수단을 확보해야 하므로 OTT 단독 중계는 원천적으로 차단된다.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넷플릭스의 '일본 침공'이 결코 남의 일만은 아니라고 경고한다. 숙명여대 도준호 교수는 "OTT가 라이브 스포츠 중계권을 확보하는 것은 굉장히 전략적인 결정"이라며, "보편적 시청권 보장 목록에 포함되지 않은 '애매한 영역'의 대회들은 앞으로 OTT의 입찰 경쟁 무대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넷플릭스가 로컬 중계권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시작한 이상, 일본에서 시작된 '중계권 전쟁'이 언제 다른 나라, 다른 종목으로 번질지 모르는 일촉즉발의 상황이 시작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