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모아

783만 명 다녀간 청와대, 이제 '대통령 전용'으로 변신 중

 이재명 대통령의 청와대 집무실 복귀가 현실화되면서, 지난 2022년 5월 10일 민간에 개방되었던 청와대가 8월 1일부터 일반 관람을 전면 중단한다. 윤석열 정부가 "국민에게 돌려주겠다"며 개방한 지 약 3년 2개월 만에 다시 빗장이 걸리는 셈이다. 청와대재단은 이번 조치가 "종합적인 보안·안전 점검과 시설물 보수"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며, 사실상 대통령 집무실 재사용을 위한 준비 작업임을 시사했다.

 

청와대는 노태우 대통령 시절인 1990년 관저 완공과 1991년 본관 준공으로 현재의 모습을 갖춘 이래, 대한민국 역사의 중요한 순간들을 함께 해온 공간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용산으로 집무실을 이전하며 청와대를 시민에게 개방했을 때, 이는 권위주의 청산과 국민과의 소통 강화를 상징하는 파격적인 행보로 평가받았다. 개방 이후 청와대는 약 783만 명의 관람객을 유치하며 새로운 문화유산이자 관광 명소로 각광받았다. 그러나 이제 그 기능이 다시 한번 변화의 기로에 서게 되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청와대 복귀 의사를 일관되게 밝혀왔다. 취임 직후에는 용산 대통령실에서 업무를 시작했으나, "청와대는 상징성과 문화적 가치가 있는 공간"이라며 그 활용 가치를 높이 평가해왔다. 특히 "용산 대통령실은 도청·경호 등 보안상 취약하고 아파트 숲에 둘러싸여 있다"는 점을 들어 청와대 복귀의 당위성을 주장해왔다. 이는 전 정부의 결정에 대한 정책적 재검토이자, 새로운 국정 운영 철학을 반영하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은 청와대 복귀 이후 중장기적으로 세종시로의 수도 이전을 추진하겠다는 구상도 밝혀, 향후 국가 균형 발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복귀를 위한 예산도 이미 확보되었다. 지난 6월 국무회의에서 청와대 복귀를 위한 예비비 259억 원이 의결되었는데, 이는 윤석열 정부의 용산 이전 비용 378억 원보다 119억 원(약 32%) 절감된 규모다. 문화체육관광부 최휘영 장관 역시 "대통령 집무실의 성공적인 복귀에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며, 청와대가 "국민과 함께 호흡하는 역할"을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발언은 청와대가 단순히 대통령의 집무 공간을 넘어, 특정 부분은 계속해서 국민에게 개방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단계적으로 진행되어 온 관람 제한은 8월 1일을 기해 전면 중단으로 이어졌다. 지난 7월 16일부터 실내 관람이 제한되고 외부 동선만 개방되었던 청와대는 이제 본관과 관저를 포함한 모든 구역의 출입이 통제된다. 청와대의 관람 재개 시점은 아직 불투명하다. 정부는 올해 말까지 보안 점검과 시설 개보수를 마친 뒤, 청와대 일부라도 개방하여 관람을 재개할지 여부를 결정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의 이번 변화는 단순한 물리적 공간의 이동을 넘어선다. 이는 대한민국의 정치적 상징성과 역사적 공간의 활용 방안에 대한 깊은 논의를 다시금 촉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과연 청와대가 대통령의 집무 공간으로서의 기능을 되찾으면서도, 동시에 국민과의 소통 창구이자 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어떻게 조화롭게 이어갈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여야, 방송 장악 놓고 정면충돌..野 반발 속 필리버스터 강행

 8월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방송문화진흥회법(방문진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한 차례 폐기됐던 법안이 다시 살아났다. 더불어민주당은 곧바로 한국교육방송공사법(EBS법) 개정안을 상정하며 방송3법 처리를 사실상 마무리 짓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반면 국민의힘은 표결에 불참하고 필리버스터로 맞서며 극렬한 대립 구도를 이어갔다.방문진법 개정안은 이날 오전 본회의에서 재석 의원 171명 중 찬성 169명, 반대 1명, 기권 1명으로 가결됐다. 국민의힘은 의도적으로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앞서 해당 개정안은 7월 임시국회 회기에서 상정됐으나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를 이어가며 표결이 미뤄졌고, 결국 8월 임시국회에서 다시 처리됐다.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 구성과 MBC 사장 선임 절차의 변화다. 우선 이사 수를 기존 9명에서 13명으로 늘리고, 국회 교섭단체 외에도 방송학회, 기자·PD 단체 등 방송 직능단체와 변호사 단체, MBC 시청자위원회, MBC 임직원 등이 추천권을 갖도록 했다. 이를 통해 특정 정파나 권력의 입김이 줄어들고 다양한 시각이 반영될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 민주당의 설명이다.MBC 사장 선임 과정 역시 강화됐다. 새로 신설되는 사장후보추천위원회가 후보를 추천하면, 이사회는 추천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이사 재적 5분의 3 이상 찬성으로 의결해야 한다. 후보추천위원회는 성별·연령·지역 등을 고려해 100명 이상으로 구성되도록 규정해 사장 인선 과정의 대표성과 투명성을 확보하도록 했다. 이는 그간 정권 교체 때마다 반복됐던 ‘낙하산 사장’ 논란을 막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방문진법 통과 직후 민주당은 곧바로 방송3법 중 마지막 남은 EBS법 개정안을 본회의에 상정했다. 국민의힘은 최형두 의원을 시작으로 필리버스터에 돌입했다. 국회법상 필리버스터는 회기 종료나 정해진 시점이 지나면 자동 종료된다. 이에 따라 이번 필리버스터는 22일 오전 자동으로 끝나며, 민주당은 즉시 본회의를 열어 EBS법 표결을 강행할 계획이다. 이 경우 윤석열 정부 시절 거부권으로 무산됐던 방송3법이 모두 통과하게 된다. 민주당은 이를 ‘언론개혁의 첫 단추’라고 규정하며 정치적 성과를 강조하고 있다. 한편 이날 본회의에서는 또 다른 굵직한 인사가 결정됐다. 더불어민주당 6선 추미애 의원이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에 선출된 것이다. 재석 173명 중 164표라는 압도적 지지를 받았지만, 국민의힘은 “법사위원장은 전통적으로 야당 몫”이라며 투표에 불참했다. 이번 인선은 이춘석 전 위원장이 보좌관 명의로 주식 차명거래와 미공개 정보 이용 의혹에 휘말리면서 민주당을 탈당하고 위원장직에서 물러난 데 따른 보궐 성격이다.추미애 신임 법사위원장은 선출 직후 소감을 통해 “국민의 명령으로 주어진 사법개혁 과제를 더는 미루지 않겠다”며 강한 의지를 밝혔다. 그는 “법사위원장으로서 권력기관 개혁에 최선을 다하고 사법 정의 실현을 위해 국회가 할 일을 반드시 해내겠다”고 강조했다. 과거 법무부 장관을 지낸 경험이 있는 만큼 추 위원장이 법사위 운영에서 어떤 강도를 보일지 주목된다.이번 국회 본회의는 민주당 주도로 주요 입법과 인사가 일사천리로 처리된 자리였다. 민주당은 방송3법 완성을 통한 언론개혁을, 국민의힘은 “정권 장악을 위한 방송 장악 시도”라며 강하게 반발하는 대립 구도가 다시금 선명해졌다. 향후 EBS법까지 최종 통과될 경우 방송 공영성 확보라는 명분과 정치적 논란이 동시에 불거질 전망이다.여야의 대립 속에서 방송3법 처리 과정은 단순히 제도 개선을 넘어 정치권의 힘겨루기, 특히 총선을 앞둔 주도권 경쟁과 맞닿아 있다. 민주당이 언론개혁 성과를 내세울 경우 국민의힘은 거부권과 헌법소원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저지하겠다는 방침이다. 방송 공영성 강화를 둘러싼 사회적 논의가 여야의 격한 정치 공방에 가려지지 않고 실질적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