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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수는 'OECD 꼴찌', 병원 방문은 '세계 1위'... 한국 의료 시스템의 모순

 보건복지부가 30일 발표한 'OECD 보건통계 2025' 분석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의료 인력과 의료 이용 간 심각한 불균형이 확인됐다. 의사와 간호사는 OECD 평균보다 현저히 적은 반면, 국민들의 의료 이용률과 의료 시설은 최상위권을 기록했다.

 

2023년 기준 한국의 임상 의사 수(한의사 포함)는 인구 1000명당 2.7명으로 OECD 국가 중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적었다. 이는 OECD 평균인 3.9명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며, 의사 수가 가장 많은 오스트리아(5.5명)의 절반에 불과하다. 의학계열 졸업자 역시 인구 10만 명당 7.4명으로 OECD 평균(14.3명)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간호 인력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임상 간호인력(간호사, 간호조무사)은 인구 1000명당 9.5명으로 OECD 평균(9.7명)보다 약간 적지만, 전문 간호사만 놓고 보면 5.2명으로 OECD 평균(8.4명)을 크게 밑돌았다. 다만 간호대학 졸업자 수는 인구 10만 명당 46명으로 OECD 평균(35명)을 상회했다.

 

반면 의료 시설과 장비는 OECD 국가 중 최상위권을 차지했다. 병원 병상 수는 인구 1000명당 12.6개로 OECD 국가 중 1위를 기록했으며, 이는 OECD 평균(4.2개)의 3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의료장비 보유 대수도 MRI는 인구 100만 명당 38.7대, CT는 45.3대로 OECD 평균(각각 21.2대, 31.1대)을 크게 웃돌았다. 최근 10년간 MRI 이용량은 연평균 13.2%, CT 이용량은 8.3%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국민 1인당 외래 진료 횟수는 연간 18회로 OECD 국가 중 단연 1위를 차지했다. 이는 OECD 평균(6.5회)의 약 2.8배에 달하는 수치다. 입원환자 1인당 평균 재원 일수도 17.5일로 일본(26.3일) 다음으로 길었으며, OECD 평균(8.1일)의 두 배 이상이었다.

 

보건의료 지출을 나타내는 경상의료비는 GDP 대비 8.5%로 OECD 평균(9.1%)보다 낮았지만, 증가율은 연평균 7.8%로 OECD 평균(5.2%)보다 높았다. 급성기 치료를 위한 입원환자 1인당 평균 재원 일수는 7.2일로 OECD 평균(6.5일)보다 길었다.

 

이러한 통계는 한국 의료체계의 구조적 불균형을 여실히 보여준다.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 인력은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인 반면, 병상 수와 의료장비, 진료 횟수는 최상위권을 기록하고 있어 의료 자원의 효율적 배분과 의료 인력 확충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일본은 '유료', 한국은 '무료'…넷플릭스 WBC 중계권 독점에 '민심 폭발'

 글로벌 OTT 공룡 넷플릭스가 일본 야구계에 거대한 폭탄을 투하했다. 2026년 열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의 일본 내 독점 중계권을 확보한 것이다. 이는 특정 국가대표팀의 경기를 넷플릭스가 독점하는 사상 초유의 사건으로, 안방에서 지상파 채널을 통해 '공짜'로 경기를 즐겨온 일본 야구팬들은 충격과 분노에 휩싸였다. 일부 언론은 이를 19세기 미국의 함대가 일본을 강제 개항시킨 '흑선(黒船)의 침략'에 비유하며 격한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사건의 발단은 지난달 26일, WBC를 주관하는 MLB 사무국이 홈페이지에 올린 공지였다. MLB는 "넷플릭스가 2026년 WBC의 새로운 '홈'이 된다"고 공식 발표하며, "넷플릭스는 일본 시청자들에게 처음으로 WBC 생중계를 제공하며, 야구계 최고 권위의 국제 대회에 대한 탁월한 접근성을 선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탁월한 접근성'이라는 포장과 달리, 이는 사실상 유료 구독자에게만 시청을 허락하겠다는 선언이었다.야구는 일본에서 단순한 스포츠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특히 '야구 천재' 오타니 쇼헤이의 등장은 WBC를 국민적 축제로 만들었다. 실제로 2023년 WBC 당시 오타니가 등판한 이탈리아와의 8강전은 평균 가구 시청률 48%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웠다. 일본 대표팀의 7경기는 모두 시청률 40%를 넘겼고, 인터넷 중계를 포함한 모든 매체의 시청률은 약 75%에 달했다. 전 국민의 4분의 3이 지켜본 '국민 행사'가 하루아침에 유료 구독 서비스의 독점 콘텐츠로 전락한 것이다.넷플릭스가 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손에 넣기 위해 1억 달러(약 1400억 원)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베팅했다는 보도까지 나오면서 일본 지상파 방송사들은 입찰 경쟁에서 속수무책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넷플릭스의 이런 파격적인 행보는 단순히 일본 내 구독자를 늘리려는 전략을 넘어, 광고 기반의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창출하려는 '파괴적인 변화'의 신호탄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일본 대중의 반발은 거세다. 2023년 WBC의 일본 경기 메인 스폰서였던 딥 주식회사마저 "많은 사람들이 WBC를 부담 없이 즐길 기회가 박탈될 가능성이 있다"며 공식적으로 우려를 표명하는 성명을 발표할 정도다.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면, 한국에서 넷플릭스가 WBC를 독점하는 일은 현행법상 불가능하다. 방송법에 명시된 '보편적 시청권' 조항 때문이다. 이 법은 올림픽, 월드컵, 그리고 WBC처럼 국민적 관심이 큰 스포츠 이벤트는 국민 대다수가 시청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WBC의 경우, 전체 가구의 75% 이상이 시청할 수 있는 방송 수단을 확보해야 하므로 OTT 단독 중계는 원천적으로 차단된다.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넷플릭스의 '일본 침공'이 결코 남의 일만은 아니라고 경고한다. 숙명여대 도준호 교수는 "OTT가 라이브 스포츠 중계권을 확보하는 것은 굉장히 전략적인 결정"이라며, "보편적 시청권 보장 목록에 포함되지 않은 '애매한 영역'의 대회들은 앞으로 OTT의 입찰 경쟁 무대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넷플릭스가 로컬 중계권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시작한 이상, 일본에서 시작된 '중계권 전쟁'이 언제 다른 나라, 다른 종목으로 번질지 모르는 일촉즉발의 상황이 시작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