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10만 명 줄 서있습니다!" 영화 할인권 한 장에 벌어진 디지털 난민 사태

 문화체육관광부와 영화진흥위원회가 25일 오전 10시부터 영화관 입장권 6천원 할인권 배포를 시작하면서 전국적인 접속 대란이 발생했다. 총 450만 장의 할인권을 얻기 위해 이용자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씨네큐브 등 주요 멀티플렉스 영화관의 공식 누리집과 모바일 앱이 완전히 마비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날 오전부터 영화관 웹사이트들은 접속 지연이나 접속 불가 상태에 빠졌다. 일부 영화관 사이트에서는 놀랍게도 대기 인원이 10만 명을 넘어섰고, 예상 대기시간이 14시간 이상이라는 충격적인 안내 메시지가 표시됐다. 이는 할인권을 얻기 위해 전국의 영화 관람객들이 동시에 접속을 시도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모바일 앱 상황도 웹사이트와 다르지 않았다. 많은 이용자들이 앱 접속을 시도했지만 "시스템 오류로 현재 이용할 수 없습니다"라는 안내창만 반복해서 마주하게 됐다. 이로 인해 할인권 발급은 물론 일반 영화 예매조차 어려운 상황이 계속됐다.

 

이번에 배포되는 영화관 할인권은 여러 면에서 이용자들에게 매력적인 조건을 제시했다. 우선 총 450만 장이라는 대규모 물량이 준비됐고, 발급받은 할인권은 9월 2일까지 요일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주말이나 공휴일에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어 실질적인 혜택이 크다.

 


특히 이 할인권의 가장 큰 매력은 다른 할인 혜택과 중복 적용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매달 마지막 수요일에 진행되는 '문화가 있는 날' 할인(7천원)과 이번 할인권(6천원)을 함께 사용하면 영화를 단돈 1천원에 관람할 수 있다. 이러한 파격적인 혜택 때문에 많은 영화 팬들이 할인권 확보에 사활을 걸었다.

 

할인권은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주요 멀티플렉스 영화상영관의 공식 누리집과 앱에서만 발급받을 수 있어, 이들 사이트로 접속이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문체부와 영진위는 이번 할인권 배포를 통해 코로나19 이후 침체된 영화 산업에 활력을 불어넣고, 관객들의 영화관 방문을 촉진하려는 목적으로 이번 정책을 시행했다.

 

하지만 예상을 뛰어넘는 폭발적인 반응에 시스템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많은 이용자들이 불편을 겪었다. 일부 영화 팬들은 SNS를 통해 "아침부터 계속 시도했지만 결국 접속조차 못했다", "대기 시간이 14시간이라니 내일 아침에 받으라는 건가요?"라는 불만을 토로했다.

 

영화관 측은 시스템 안정화를 위해 긴급 대응에 나섰지만, 이용자가 한꺼번에 몰리는 상황에서 즉각적인 해결은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할인권 발급 기간이 남아있는 만큼, 접속 폭주가 다소 완화되는 시간대를 노려 재시도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일 것으로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다.

 

KT&G 뒤통수친 가짜 담배, 알고보니…中 브로커, K브랜드 9520건 선점 후 '대놓고 강탈'

 전 세계를 휩쓰는 K-컬처의 화려한 성공 이면에, 한국 기업들의 피눈물이 흐르고 있다. 단순히 제품을 베끼는 수준을 넘어, 이제는 브랜드 자체를 통째로 강탈해가는 '짝퉁'의 공습에 대한민국 경제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그 시작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터져 나왔다.올해 초, 국내 담배업계 1위 KT&G는 야심 차게 인도 시장 진출을 준비하던 중 황당한 상황에 직면했다. 현지 법인을 설립하려 보니, 이미 'KT&G 인디아(India)'라는 이름의 법인이 버젓이 활동하고 있었던 것이다. 심지어 이들은 KT&G 브랜드를 사칭해 가짜 담배를 만들어 유통하는 범죄 조직이었다. KT&G가 제보를 받고 델리 등 현장을 급습했을 때, 창고에서는 정교하게 위조된 가짜 담배 완제품이 2만 갑이나 발견되었다. 이는 K-브랜드를 노린 글로벌 위조 범죄의 심각성을 알리는 서막에 불과했다.과거 명품 브랜드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짝퉁' 시장의 칼날이 이제 K-브랜드를 정조준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최신 보고서는 그 충격적인 실태를 숫자로 증명한다. 2021년 한 해에만 한국 기업의 지식재산권을 침해한 위조상품으로 인한 피해 규모는 무려 11조 1000억 원(97억 달러)에 달했다. 이는 정상적인 정품 수출액의 1.5%가 고스란히 가짜 상품에 잠식당했음을 의미한다.피해가 가장 극심한 분야는 단연 'K-테크'를 상징하는 전기·전자·통신장비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이어폰, 충전기, 배터리 등은 위조품의 단골 표적이 된 지 오래이며, 이로 인한 피해액만 7조 원에 육박한다. 실제로 홍콩과 미국 세관에서는 삼성 로고를 박은 가짜 태블릿 PC가 대량으로 압류되는 등 피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 여기에 'K-뷰티', 'K-패션' 열풍을 타고 화장품과 의류 위조품까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며 피해를 키우고 있다.이러한 짝퉁의 범람은 단순히 기업의 매출 손실로 끝나지 않는다. OECD는 위조품으로 인해 국내 기업이 입은 국내외 매출 손실이 약 7조 원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이는 시가총액 16위 기업인 카카오의 1년 치 매출이 허공으로 사라진 것과 같은 엄청난 규모다. 국가 경제의 근간인 일자리 또한 위협받고 있다. 짝퉁 때문에 사라진 일자리는 약 1만 3800개로 추산되며, 이는 국민은행 전체 임직원 수와 맞먹는 충격적인 수치다. 여기에 1조 7000억 원이 넘는 세수 손실은 덤이다.소비자들의 안전 역시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원가 절감을 위해 인체에 유해한 성분을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탓이다. 미국 FDA는 가짜 화장품에서 수은이 검출된 사례를 경고했으며, 국내에서도 짝퉁 액세서리에서 안전 기준치의 930배가 넘는 납과 카드뮴이 검출되기도 했다.더 교활하고 악질적인 문제는, 이들이 단순히 물건만 베끼는 것을 넘어 브랜드 자체를 '선점'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중국의 상표 브로커들은 한국에서 인기를 끌 조짐이 보이는 브랜드를 자국에 먼저 상표로 등록해버린다. 이후 해당 한국 기업이 중국에 진출하려고 하면, 상표권을 무기로 거액의 합의금이나 사용료를 요구하는 식이다. '먼저 출원한 자에게 권리를 주는' 국제법의 허점을 악용하는 것이다.대표적인 사례가 빙수 프랜차이즈 '설빙'이다. 설빙은 중국 진출 과정에서 메뉴와 인테리어까지 똑같이 베낀 '설빙원소'가 이미 상표권을 등록하고 짝퉁 매장을 운영 중인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수년간의 소송 끝에 상표권 무효 판결을 받아냈지만, 막대한 소송 비용과 사업 기회 상실이라는 상처만 남긴 채 결국 중국 시장 진출을 포기해야 했다.더욱 암담한 현실은 이러한 피해가 자금과 법적 대응 능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해외 상표권 무단 선점 피해 기업의 81.8%가 중소기업이라는 통계는 'K-브랜드'의 밝은 미래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