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39.3℃ 폭염에 병원은 에어컨도 없어... 독일 '열지옥'에 시민들 속수무책

 7월 2일 독일 라인란트팔츠주 안더나흐시에서 39.3℃라는 기록적인 폭염이 발생했다. 이는 올해 최고 기온일 뿐만 아니라 독일 기상 관측 이래 7월 초 최고 기온으로 기록됐다. 독일 전역에서 37℃ 이상의 고온이 이어지며 폭염 피해가 속출했다.

 

더위와 강한 햇볕으로 응급실 환자가 급증했으나, 독일의 병원과 노인 요양원 대부분은 냉방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취약계층 보호를 위한 투자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학교들은 단축수업을 실시하거나 살수차를 동원해 아이들에게 물을 뿌리는 임시방편으로 대응했다.

 

교통 분야에서도 폭염으로 인한 피해가 심각했다. 낡은 기차와 철도 설비가 고온으로 기술적 문제를 일으켜 많은 철도 연결편이 취소되거나 지연됐다. 한 철교 위에서는 에어컨이 고장 난 기차에 48명의 승객이 갇혔다가 구조되는 사고가 발생했고, 이 중 청소년 2명은 병원으로 이송됐다.

 

독일 동부 지역에서는 약 2000헥타르의 숲이 산불로 피해를 입었다. 특히 작센주와 브란덴부르크 접경지역의 산불은 폭발물이 남아있을 수 있는 옛 군사 훈련장으로 번져 위기가 고조됐다. 200명 이상의 인력이 투입됐으나 7월 7일까지도 완전 진화되지 못했다. 소방 당국은 전략을 변경해 즉각적인 완전 진화가 아닌 산불 방향 관리에 집중했다.

 

이번 폭염은 스페인과 프랑스 등 남유럽에서 시작해 독일까지 확산됐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에서는 최고기온이 46℃까지 올라 사망자가 발생했고, 프랑스와 스위스의 일부 원전은 하천 수온 상승으로 냉각 문제가 생겨 가동을 중단했다. 지중해 수온도 이미 평년 8월 수준에 도달했다.

 


이러한 기후위기 속에서 새로 출범한 메르츠 정부의 기후 보호정책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는 과거 풍력발전을 '과도기적 기술'이라 비판하며 기후정책에 소극적 태도를 보일 것으로 예상됐으나, 실제로는 기존 정책마저 후퇴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가장 큰 논란은 전기세 인하 공약의 후퇴다. 메르츠 내각은 연정 합의를 통해 전기세를 유럽 최저 수준으로 낮추겠다고 약속했으나, 재정 상황을 이유로 이를 미루고 대신 혜택을 보는 이들이 적은 가스요금 인하안과 산업·농업용 전기요금 인하안을 발표했다. 또한 재생에너지 확대 없이 새로운 가스발전소 건설 계획을 발표해 탄소중립을 위한 에너지 전환이 후퇴한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녹색당의 브리타 하셀만 의원은 정부가 선거공약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비판하며, 이미 헌법 개정을 통해 마련된 특별기금으로 공약 이행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비판이 거세지자 메르츠 총리는 "국가 재정이 허락한다면" 모두를 위한 전기요금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기민당 일부에서 독일의 탄소중립 목표 시기를 늦춰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현행 기후보호법은 2045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해야 한다고 규정하지만, 작센주 총리인 미하엘 크레치머는 2050년에 탄소중립을 이루어도 충분하며 경제성장을 위해 재생에너지 발전 속도를 늦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기후정책 후퇴는 유럽연합 전체의 탄소 배출 목표에도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노조엔 날개, 기업엔 올가미..기업들, ‘더 센 상법’에 초비상

 기업들이 연일 국회를 통과하는 규제 법안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부는 투자 확대와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주문하고 있지만, 정치권은 노동권 강화와 소액주주 보호를 명분으로 기업 경영을 제한하는 법안을 연이어 처리하고 있어 현장의 혼란과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 24일 국회를 통과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에 이어 25일에는 ‘2차 상법 개정안’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기업계는 충격에 빠진 상태다.25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된 상법 개정안은 자산 규모 2조원 이상의 기업을 대상으로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고,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3%까지만 인정하는 분리선출 감사위원을 기존 1명에서 2명으로 늘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재석 의원 182명 가운데 180명이 찬성하며 여당의 압도적 찬성 속에 가결됐다. 개혁신당 의원 두 명이 기권표를 던졌으며, 국민의힘은 “경제 내란법”이라며 본회의에 불참했다. 앞서 지난달 1차 상법 개정안으로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까지 확대한 데 이어 추가적인 기업 규제책이 통과된 것이다.재계는 경영권 침해와 소송 남발을 가장 큰 우려로 꼽고 있다.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소액주주 보호를 명분으로 외국계 행동주의 펀드나 기업 사냥꾼들이 국내 기업 경영에 깊숙이 개입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차등의결권이나 포이즌필과 같은 경영권 방어 장치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기업들은 해외 자본의 공격에 노출될 위험이 커졌다. 이는 단순히 법적 분쟁을 넘어 국내 기업의 장기 투자 전략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노동계와 관련한 변화도 기업들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하루 전 국회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사용자 개념을 확대하고 노동쟁의 범위를 넓혔으며, 파업 노동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조선·철강업계에서는 노조의 불법 행위에 기업이 대응하기 어려워지고, 손실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기업의 손배 청구가 제한되면 불법 파업에도 사실상 면죄부가 주어진 셈”이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반도체 업계 역시 걱정이 크다. 글로벌 경쟁 심화 속 기술 인재 확보에 매달려야 하는 시점에 줄을 잇는 교섭 요구가 이어질 경우 생산 차질과 투자 위축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삼성전자 협력사 노조가 최근 통상임금 지급과 임금 체불 문제를 두고 삼성전자를 직접 상대로 요구에 나선 사례는 대기업 노조 투쟁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정치권의 행보는 정부 기조와도 충돌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주요 그룹 총수들을 잇따라 만나 투자 확대와 대미 협력을 주문해 왔다. 지난 6월 6대 경제단체·기업인 간담회에서는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기업의 공격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국회가 통과시키는 법안들은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커진다. 한 중견기업 관계자는 “미국의 고율 관세와 글로벌 경기 둔화로 이미 투자 보류 여부를 고민 중인데, 주주소송과 파업 리스크까지 떠안으라면 신규 투자를 감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대기업들도 같은 입장이다. 한 대기업 임원은 “노동자의 권리 보장은 존중해야 하지만, 상법 개정과 같은 제도 변화가 기업 경영권을 위협하는 상황에서는 대규모 투자를 주저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투자 확대 압박과 규제 강화가 동시에 이어지는 현 상황이 기업인들에게는 딜레마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이런 가운데 재계 총수들은 미국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 경제사절단 일정에 참여하기 위해 출국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비롯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이 사절단 명단에 포함됐다. 허태수 GS그룹 회장, 구자은 LS그룹 회장,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최수연 네이버 대표 등도 동행했다. 이번 방미 일정은 한미 간 경제 협력 확대와 대미 투자 논의가 핵심 의제지만, 국내에 남은 규제 환경은 총수들에게 결코 가볍지 않은 숙제로 남았다.재계는 현재 상황을 “투자 확대를 요구하면서도 발목을 잡는 이중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정부는 경제 활성화를 위해 기업 역할을 강조하지만, 정치권의 규제 입법이 이어지면 국내 기업 환경은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이는 투자 감소, 고용 축소, 해외 이전 가속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기업들은 정치권이 단기적인 노동·주주 권리 강화에만 몰두하지 말고, 글로벌 경쟁 속에서 한국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 마련에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