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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터졌다" 강선우, 기습 사태로 대통령실 ‘패닉’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7월 23일 자진 사퇴를 발표하면서, 2주 넘게 이어진 야당의 공세와 인사청문회 정국이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됐다. 강 후보자의 사퇴는 사전에 조짐 없이 전격적으로 이뤄졌으며, 대통령실도 당일까지 관련 내용을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결정은 인사권자인 이재명 대통령에게 부담을 덜어주는 ‘결자해지’ 성격으로 풀이된다.

 

강 후보자는 이날 오후 2시 30분경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사퇴 의사를 전달했다. 대통령실은 그 직전까지도 강 후보자의 사퇴 가능성을 감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은 강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하기 위해 지난 22일 국회에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송부를 요청하며 사실상 임명을 공식화한 상태였다. 앞서 20일에는 이진숙 전 교육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지명을 철회하면서도 강 후보자에 대해서는 지명을 유지한 바 있다.

 

하지만 강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은 이어졌다. 과거 여성가족부 장관을 상대로 고압적 태도를 보였다는 증언이 추가로 제기되었고, 여론도 악화일로를 걸었다. 여론조사업체 조원씨앤아이가 스트레이트뉴스 의뢰로 19일부터 21일까지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0.2%가 강 후보자가 장관으로 ‘부적합하다’고 답했다. ‘적합하다’는 응답은 32.2%에 그쳤다.

 

대통령실 역시 내부적으로는 사태 장기화에 따른 부담을 인식하고 있었다. 특히 강 후보자와 관련한 논란이 전통적인 지지층인 더불어민주당 보좌진과 진보 진영의 실망으로 이어질 경우, 이재명 정부의 안정적인 국정 운영에 타격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하지만 이미 이진숙 후보자의 철회라는 조치를 취한 상황에서 강 후보자까지 교체하는 것은 대통령의 리더십에 혼선을 줄 수 있다는 판단도 존재했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강 후보자가 스스로 물러나면서 이러한 갈등은 일단락됐다. 그는 “기회를 주신 이재명 대통령께 죄송하다”며 “민주당에도 큰 부담을 드려 마음이 무겁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강유정 대변인에 따르면, 강 후보자의 사퇴는 대통령의 직접적 요구나 내부 협의 없이 자발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에서는 당과의 교감 속에 결단이 내려졌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강 후보자의 사퇴로 인해 현재 공석이 된 장관직은 교육부와 여성가족부 두 곳으로 늘었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야당이 강하게 낙마를 요구하던 두 후보자가 모두 사퇴함에 따라, 나머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임명을 신속히 진행할 명분을 확보하게 됐다. 이는 인수위원회 없이 출범한 정부가 조속히 내각을 정비하고 국정 과제를 추진할 동력을 확보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 사례는 현역 국회의원이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뒤 낙마한 전례 없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정치적 파장이 작지 않다. 여당과 대통령실의 ‘당정 일체’ 기조가 흔들릴 수 있으며, 향후 인재 영입과 검증 과정에도 부담이 작용할 수 있다. 실제로 강 후보자를 비롯해 최근 대통령실 고위직 인사 과정에서 잇단 논란이 발생하고 있다.

 

강준욱 전 대통령실 국민통합비서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언급을 옹호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커지자 지명 이틀 만에 자진 사퇴했다. 최동석 신임 인사혁신처장 역시 과거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공격성 발언이 재조명되며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이처럼 연이은 인사 잡음은 정부에 대한 국민 신뢰를 떨어뜨리고, 대통령의 리더십에도 손상을 줄 수 있다.

 

특히 우군 내부의 실망이 고조되면, 이는 향후 정권 운영의 불안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대통령실 강유정 대변인은 “인사 검증을 더욱 꼼꼼하고 엄밀하게 진행하고 있지만, 국민 눈높이에 맞는 인재를 찾기 위한 다양한 방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신속함과 함께 엄정함을 갖춘 검증 시스템으로 보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인사 검증 시스템 전반을 재점검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불과 몇 주 사이에 반복된 인사 실패는 새 정부 출범 초기의 추진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보다 체계적이고 엄정한 인사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강간범은 집유 6개월, 저항한 피해자는 10개월?" 61년 전 뒤바뀐 정의가 바로 잡히다

 부산지법 352호 법정에서 23일 오전, 이례적인 장면이 펼쳐졌다. 부산지검 정명원 공판부 부장검사가 피고인석에 앉은 79세 노인에게 고개를 숙이며 "성폭력 피해자로서 마땅히 보호받아야 했을 최말자님께 가늠할 수 없는 고통과 아픔을 드렸다. 깊이 사죄드린다"고 말했다.이 노인은 61년 전인 1964년, 18세 나이에 성폭행을 시도하는 남성의 혀를 깨물어 저항했다가 오히려 '가해자'로 몰려 중상해 혐의로 기소됐던 최말자씨다. 당시 검찰은 그녀의 정당방위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영장 제시도 없이 구속했다. 1965년 1월, 최씨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반면 성폭행을 시도했던 노모(당시 21세)씨는 강간미수 혐의는 다뤄지지 않고 특수주거침입과 특수협박 혐의만으로 재판을 받아 최씨보다 가벼운 징역 6개월의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성폭행 피해자가 가해자보다 더 무거운 형을 받는 부조리한 결과였다.56년이 지난 2020년, 최씨는 한국여성의전화 등 여성단체의 도움을 받아 용기를 내 재심을 청구했다. 오랜 법적 다툼 끝에 지난해 재심 절차가 시작됐고, 이날 첫 공판이 열렸다.공판부장이 직접 법정에 서는 일은 매우 드문 일이다. 더욱이 정 부장검사는 피고인을 '최말자님'이라고 존칭하며 검찰의 과오를 인정했다. 그는 "재심 개시 결정의 취지에 따라 검찰은 사실관계부터 법률 판단에 이르기까지 치우침 없이 재검토했다"고 밝히며, 5분가량의 짧은 발언 후 "최씨에게 무죄를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조용하던 법정은 순식간에 흐느끼는 울음소리와 박수소리로 가득 찼다. 무죄를 구형한 정 부장검사는 경북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사법연수원 35기로 2006년 검사 생활을 시작했으며, 지난해 공판분야 최초로 공인전문검사 1급인 '블랙벨트'에 선정된 바 있다.이날 최씨는 법정을 나서면서 홀가분한 표정으로 손을 치켜들며 "이겼습니다"를 세 번 외쳤다. 법정 밖에서는 그동안 최씨를 지지해온 연대자들과 포옹하는 감동적인 장면이 연출됐다.한국여성의전화는 검찰의 무죄 구형에 대해 "61년 만의 검찰의 사과는 너무 늦었고 당연하다"며 "지금이라도 당시 부정의를 바로 잡고자 하는 검찰의 구형은 최말자 님 뿐 아니라 수많은 성폭력 피해자가 사법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초석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이번 사건은 단순한 한 개인의 억울함을 넘어, 한국 사회의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인식과 사법 시스템의 변화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61년이라는 긴 세월이 흐른 후에야 이루어진 검찰의 사과와 무죄 구형은 늦었지만, 정의가 실현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