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모아

주 1회 몰아서 운동해도 효과적... 치매·파킨슨병 위험도 크게 감소

 바쁜 일상 속에서 매일 운동할 시간을 내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희소식이 전해졌다. 최근 연구들에 따르면 주말에 몰아서 운동해도 일주일 내내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것과 비슷한 건강상 이점을 얻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하버드대 공중보건대 연구팀은 당뇨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주말에 집중적으로 운동하는 것이 사망 위험을 크게 낮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연구는 1997년부터 2018년까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실시한 국민 건강 인터뷰 조사에서 수집된 5만2000여 명의 당뇨병 환자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일주일에 권장되는 150분의 중강도 운동(빠르게 걷기, 자전거 타기, 활동적인 요가, 댄스 등)을 주말에 몰아서 하는 당뇨병 환자들은 운동을 전혀 하지 않는 환자들에 비해 모든 원인으로 인한 조기 사망 위험이 21% 낮았다. 특히 심장 질환으로 인한 사망 위험은 33%나 감소했다.

 

반면, 일주일에 3회 이상 짧게 나눠 운동하는 당뇨병 환자들은 운동을 하지 않는 환자들보다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17% 낮았고, 심장 관련 사망 위험은 19% 낮았다. 연구팀은 "주말에 몰아서 운동하는 것이 실제로 일주일에 세 번 이상 간격을 두고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 내과학회 저널 '내과학회보'에 게재되었다.

 


이와 유사한 연구 결과는 이전에도 있었다. 캐나다 퀸스대 연구팀은 18~64세 남녀 23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주말에 한 차례만 유산소 운동을 해도 매일 운동하는 것과 마찬가지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참가자들의 허리에 운동량을 측정하는 동작 탐지기를 부착하고, 일주일에 150분 이상의 유산소 운동을 하는 사람들을 주 5~7일 운동하는 집단과 주 1~4일 운동하는 집단으로 나누어 분석했다.

 

그 결과, 가끔씩 운동하는 그룹과 자주 운동하는 그룹 사이에는 당뇨병, 심장병, 뇌졸중의 위험 요인인 대사증후군 위험성에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 주목할 만한 것은 주말 운동이 뇌 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다. 중국 항저우사범대 연구팀이 영국 바이오뱅크의 약 7만5000명(평균 연령 62세)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주말에 몰아서 운동한 사람들은 운동을 거의 하지 않는 사람들에 비해 다양한 신경학적 질환의 위험이 크게 감소했다.

 

구체적으로, 치매 위험은 26%, 파킨슨병 위험은 45%, 우울증 위험은 40%, 불안증 위험은 37%, 뇌졸중 위험은 21%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주말에만 집중적으로 운동해도 뇌 건강에 상당한 보호 효과가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연구 결과들은 바쁜 현대인들에게 큰 위안이 될 수 있다. 매일 운동할 시간을 내기 어렵더라도 주말에 집중적으로 운동함으로써 건강상의 이점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은 더 많은 사람들이 운동을 생활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경이롭다” 빌 게이츠가 홀린 한국의 힘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이자 빌앤멜린다 게이츠재단 이사장인 빌 게이츠가 21일 하루 동안 한국 정치·경제·보건 주요 인사들을 연달아 만나며 숨 가쁜 일정을 소화했다. 3년 만에 이뤄진 이번 방한에서 그는 이재명 대통령, 우원식 국회의장, 김민석 국무총리를 차례로 예방하고, 국내 언론과 간담회를 갖는 등 광범위한 ‘광폭 행보’를 펼쳤다. 방한의 핵심 목적은 한국과의 글로벌 보건 협력 확대였지만, 여기에 더해 인공지능(AI), 소형모듈원자로(SMR) 같은 첨단 기술과 미래 에너지 분야에 대한 논의도 병행됐다. 특히 게이츠 이사장은 저소득 국가 백신 보급 프로젝트와 관련해 한국과의 협업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며, 구체적 성과로 이어질 수 있는 기대감을 높였다.이날 오전 게이츠 이사장은 서울 용산 대통령실을 방문해 이재명 대통령을 접견했다. 그는 한국의 백신, 진단기기, 솔루션 분야 기술을 높이 평가하며 “앞으로 20년 안에 전 세계 아동 사망자 수를 연간 200만명 이하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은 이 과정에서 핵심적 역할을 할 수 있다”며 “한국의 혁신적인 바이오 제품들이 경이로운 수준이며, 이를 통해 전 세계적 공공 보건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제백신연구소(IVI)와 함께 에스디바이오센서, SK, LG, 유바이오로직스 등 구체적인 국내 기업들을 직접 거론하며 성과를 칭찬하기도 했다. 특히 코로나19 백신과 진단기기의 성과를 언급하며 “저는 이 기업들의 제품을 직접 접할 기회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인류 전체를 위한 공공 활동에 경의를 표한다”며 “대한민국 정부도 협력할 방안을 최대한 모색하겠다”고 화답했다.오찬 자리에서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회동이 이어졌다. 양측은 글로벌 보건 협력 확대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했으며, 김 총리는 오는 가을 한국에서 열릴 세계 바이오 서밋 행사에 게이츠 이사장의 참석을 요청했다. 또한 게이츠재단 한국사무소 개소를 통해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협력 채널을 구축하자고 제안했다. 게이츠 이사장 역시 이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후 일정에서는 국회를 방문해 우원식 국회의장과 회담했다. 게이츠 이사장은 이 자리에서 한국의 공적개발원조(ODA) 수준을 국내총생산(GDP)의 0.7%까지 끌어올려야 한다며 국회의 협조를 요청했다. 그는 “글로벌 보건 개선을 위해서는 한국 같은 국가의 적극적인 재정적 참여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우 의장은 이에 대해 “대한민국 역시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다하고 있다”며 “국회도 초당적으로 ODA 확대를 지지하며 보건 협력을 위한 정책적 뒷받침을 이어가겠다”고 답했다. 게이츠 이사장은 같은 날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도 이 같은 메시지를 거듭 강조하며, 한국이 글로벌 보건 향상을 위한 예산 배정에 더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재차 당부했다.그는 또 최근 재단이 진행 중인 아프리카 언어 기반 AI 파일럿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해당 프로그램은 현지 주민들과 인공지능이 대화하며 건강 상태를 파악하고 개선하는 데 활용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신약 개발과 보급 과정에서도 큰 혁신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AI 기술을 국제 보건 분야에 접목하는 것이 앞으로 재단의 주요 사업 축 중 하나임을 밝힌 것이다.이번 방한을 계기로 국내 바이오 업계와 게이츠재단 간 협력 논의도 활발히 진행됐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이날 재단과 단독 미팅을 열고 차세대 예방 의약품 개발 및 글로벌 보건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 트레버 먼델 게이츠재단 글로벌 헬스 부문 대표,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사장이 참석해 심도 있는 의견을 나눴다. 또 국제보건기술연구기금(라이트재단) 역시 같은 날 게이츠재단과 간담회를 갖고 협력 방안을 모색했다. 간담회에는 바이오니아, 유바이오로직스, LG화학, 노을, 에스디바이오센서, SK바이오사이언스, 쿼드메디슨 등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7곳이 참여해 백신·치료제·진단기기 개발 현황을 공유하고 재단의 국제 보건 투자 방향과 접점을 찾았다.게이츠 이사장의 이번 행보는 한국의 기술력과 생산 능력을 세계 보건 증진에 적극 활용하려는 전략적 구상과 맞닿아 있다. 그는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재정적 기여 확대를 촉구하는 한편, 업계를 상대로는 실질적 협력 모델을 제시했다. AI와 SMR 같은 미래 기술 분야까지 논의의 범위를 확장한 점도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방한이 단발적 만남에 그치지 않고 향후 구체적 프로젝트로 이어질 경우, 한국이 글로벌 보건과 에너지 혁신에서 핵심 파트너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