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모아

"버티면 된다" 강선우 후보자, 침묵 전략으로 장관직 꿰차나

 여당이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갑질 의혹에 그간의 침묵을 깨고 적극적인 엄호 기조로 돌아서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강 후보자 임명 강행 의사를 밝힌 이후, 더불어민주당은 강 후보자에 대한 지원 사격에 나섰다.

 

이재명 대통령은 22일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보고서를 24일까지 재송부해달라고 국회에 요청했다. 이는 갑질 논란에도 불구하고 강 후보자를 임명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20일에도 이 대통령은 이진숙 전 교육부 장관 후보자의 지명은 철회하면서도 강 후보자의 임명은 절차대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대통령실의 임명 고수 입장 표명 이후, 민주당의 태도도 급격히 변화했다. 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CBS 라디오에 출연해 "일반적인 직장내 갑질과 보좌진과 의원 관계에서의 갑질은 성격이 좀 다르다"며 강 후보자를 옹호했다. 그는 "너무 가까운 사이이다 보니 가끔 사적인 심부름은 거리낌 없이 시키는 경우도 있다"며 "보좌진 중에는 그런 일을 하면서도 불만 없이 잘 해내는 보좌진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현정 원내대변인도 "강 후보자는 여가부 장관으로서의 전문성을 갖춘 인물"이라며 "제기된 갑질 의혹 중에 사실과 다른 것도 확인되고 있다"고 강 후보자를 지지했다. 또한 "전현직 보좌진 중에 친구 같았다거나 보람 있었다는 반대 진술도 나왔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민주당의 적극적 엄호 배경에는 확산되는 비판 여론에 더 이상 소극적으로 대응해서는 안 된다는 위기의식이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대통령실이 임명 강행 의사를 확고히 한 상황에서 낙마로 이어지면 인사 참패라는 공세의 빌미를 제공하고, 이 대통령의 정국 운영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이다.

 

여당의 지원 속에 강 후보자는 별다른 입장 표명 없이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14일 인사청문회 이후 연일 갑질 의혹이 제기되고 있지만, 강 후보자는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대통령의 임명 의사가 분명한 상황에서 당내 옹호 목소리까지 더해지니 버티기만 하면 된다는 계산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민주당의 정면 돌파가 민심 이반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특히 사회적 약자와 관련된 갑질 논란에 고개 숙이지 않는 태도가 국민 눈높이에서 반감을 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극우 논란이 불거진 강준욱 전 대통령실 국민통합비서관에 대해서는 강경하게 비판한 민주당의 태도와도 대비된다.

 

"화합하자"며 한복 제안했지만…'상복'으로 응답한 野, 정면충돌 예고

 이재명 정부의 첫 정기국회가 개회 첫날부터 전례 없는 대치 국면을 연출하며 향후 100일간의 격돌을 예고했다.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개회식은 입법 전쟁의 서막을 알리는 상징적인 장면으로 채워졌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우원식 국회의장의 제안에 따라 화합을 상징하는 한복을 입고 참석한 반면, 국민의힘 의원들은 전원 검은 정장과 넥타이의 상복 차림으로 본회의장에 들어서며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국민의힘 의원들의 가슴에는 '의회 민주주의'라고 적힌 근조 리본이 달려, 이들의 복장이 단순한 항의 표시를 넘어 현 정권에 대한 일종의 '사망 선고'임을 분명히 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의회민주주의를 말살하는 이재명 정권의 독재 정치에 맞서자는 심기일전의 취지"라고 설명하며, 이번 정기국회를 강력한 대여 투쟁의 장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이는 "격한 갈등 속에서도 화합과 통합의 의지를 보여주자"며 한복 착용을 제안했던 우 의장의 정치적 제안을 정면으로 걷어찬 행위로, 협상이나 타협의 여지를 시작부터 지워버린 셈이다.상복과 한복이라는 극단적인 드레스코드는 향후 100일간 펼쳐질 여야의 혈투를 예고하는 신호탄이었다. 민주당은 '내란 종식과 국가 정상화'를 기치로 내걸고 검찰개혁과 특검법 개정안 등 핵심 개혁 법안들을 강행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이를 '거대 야당과 이재명 정부의 독주'로 규정하고,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저지하겠다는 각오로 맞불을 놓고 있다.이처럼 얼어붙은 분위기 속에서 우 의장은 "갈등과 대립 속에서 할 일을 하는 게 정치"라며 "사회를 분열시키지 않는 국회 모습을 만들어야 한다"고 거듭 협치를 호소했다. 하지만 이미 서로를 향해 칼을 빼 든 여야의 모습 앞에서 그의 당부는 공허하게 들릴 뿐이었다. 입법, 예산, 인사청문회 등 모든 현안에서 한 치의 양보 없는 충돌이 불가피해 보이면서, 대한민국 국회는 개회와 동시에 '100일 전쟁'의 포성을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