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모아

금일이 금요일? 고2 10명 중 1명, 한글도 '외계어' 취급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문해력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가운데, 고등학교 2학년 학생 10명 중 1명꼴로 국어 실력이 기초 학력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어 기초 학력 미달 고등학생 비율은 최근 6년 연속 증가하며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해, 교육계에 비상이 걸렸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22일 발표한 ‘2024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에 따르면, 국어 과목에서 기초 학력에 미달한 고2 학생 비율은 2022년 8.0%에서 2023년 8.6%, 2024년 9.3%로 꾸준히 확대됐다. 이는 표집 집계가 시작된 2017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로,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단축 및 원격수업이 반복되면서 발생한 학습 결손이 누적된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지난해 고2 학생들은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에 중학교에 입학한 세대다.

 

중학교 3학년 역시 국어 과목 기초 학력 미달 비율이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해 중3 학생 10명 중 1명꼴인 10.1%가 국어 기초 학력에 미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2년 11.3%에서 2023년 9.1%로 잠시 낮아졌다가 다시 반등한 수치다.

 

현장 교사들의 증언 또한 학생들의 문해력 저하를 뒷받침한다. 지난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전국 초·중·고 교원 584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학생 문해력 실태 교원 인식 조사’ 결과, 교원 92%가 학생의 문해력이 과거에 비해 ‘저하됐다’고 답했다. 실제로 교실에서는 ‘금일’을 금요일로 착각하거나 ‘이부자리’를 별자리로 생각하는 등 기본적인 어휘와 문맥 이해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 종종 목격되는 것이 현실이다.

 


한편, 사회적으로 ‘이과’ 선호 현상이 늘어나는 가운데 이른바 ‘수포자(수학 포기자)’ 비율은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 대조를 이뤘다. 고2 학생 중 수학 과목에서 기초 학력에도 못 미친 학생 비율은 지난해 12.6%를 기록하며 전년인 2023년 16.6% 대비 크게 감소했다. 이는 2022년 15.0%보다도 낮은 비율이다. 교육부는 수학 학업성취도가 낮은 학생들에 대한 지도와 관심이 늘어난 것이 주효했다고 보고 있다. 다만 교육부는 국어 과목 기초 학력 저하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수준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지역 간 공부 격차는 여전히 해소되지 못했다. 중3의 경우 모든 과목에서 읍면 지역의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대도시보다 높았으며, 특히 수학에서는 그 차이가 더 크게 나타나 교육 불평등 문제가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이번 평가는 학생들의 학업 성취수준 추이를 파악하기 위해 매년 실시되며, 중3과 고2 전체 학생의 약 3%를 표본으로 추출해 국어, 수학, 영어 교과별 학업 성취 수준을 우수 학력, 보통 학력, 기초 학력, 기초학력 미달 등 4단계로 진단한다. 지난해 9월 실시된 이번 평가에는 전국 524개교 2만7606명의 중·고교생이 참여했다.

 

의사 수는 'OECD 꼴찌', 병원 방문은 '세계 1위'... 한국 의료 시스템의 모순

 보건복지부가 30일 발표한 'OECD 보건통계 2025' 분석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의료 인력과 의료 이용 간 심각한 불균형이 확인됐다. 의사와 간호사는 OECD 평균보다 현저히 적은 반면, 국민들의 의료 이용률과 의료 시설은 최상위권을 기록했다.2023년 기준 한국의 임상 의사 수(한의사 포함)는 인구 1000명당 2.7명으로 OECD 국가 중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적었다. 이는 OECD 평균인 3.9명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며, 의사 수가 가장 많은 오스트리아(5.5명)의 절반에 불과하다. 의학계열 졸업자 역시 인구 10만 명당 7.4명으로 OECD 평균(14.3명)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간호 인력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임상 간호인력(간호사, 간호조무사)은 인구 1000명당 9.5명으로 OECD 평균(9.7명)보다 약간 적지만, 전문 간호사만 놓고 보면 5.2명으로 OECD 평균(8.4명)을 크게 밑돌았다. 다만 간호대학 졸업자 수는 인구 10만 명당 46명으로 OECD 평균(35명)을 상회했다.반면 의료 시설과 장비는 OECD 국가 중 최상위권을 차지했다. 병원 병상 수는 인구 1000명당 12.6개로 OECD 국가 중 1위를 기록했으며, 이는 OECD 평균(4.2개)의 3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의료장비 보유 대수도 MRI는 인구 100만 명당 38.7대, CT는 45.3대로 OECD 평균(각각 21.2대, 31.1대)을 크게 웃돌았다. 최근 10년간 MRI 이용량은 연평균 13.2%, CT 이용량은 8.3%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국민 1인당 외래 진료 횟수는 연간 18회로 OECD 국가 중 단연 1위를 차지했다. 이는 OECD 평균(6.5회)의 약 2.8배에 달하는 수치다. 입원환자 1인당 평균 재원 일수도 17.5일로 일본(26.3일) 다음으로 길었으며, OECD 평균(8.1일)의 두 배 이상이었다.보건의료 지출을 나타내는 경상의료비는 GDP 대비 8.5%로 OECD 평균(9.1%)보다 낮았지만, 증가율은 연평균 7.8%로 OECD 평균(5.2%)보다 높았다. 급성기 치료를 위한 입원환자 1인당 평균 재원 일수는 7.2일로 OECD 평균(6.5일)보다 길었다.이러한 통계는 한국 의료체계의 구조적 불균형을 여실히 보여준다.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 인력은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인 반면, 병상 수와 의료장비, 진료 횟수는 최상위권을 기록하고 있어 의료 자원의 효율적 배분과 의료 인력 확충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