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전문가가 폭로한 염소고기 프랜차이즈의 '새빨간 거짓말'

 초복을 앞둔 서울의 염소고기 프랜차이즈 매장들이 성업 중이지만, 원산지 표시와 관련해 소비자들이 제대로 정보를 얻지 못하는 실정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 '염소'를 영업표지로 내건 프랜차이즈업체는 13개사에 달하며, 이 중 A사는 가맹점 13곳, 직영점 2곳으로 최다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염소고기 프랜차이즈 매장을 방문해보니, 점심시간에는 20-30대 젊은층을 포함한 손님들로 가득 찼다. 그러나 원산지 표시는 매장 내 계산대 옆에 걸려 있어 찾기 어려웠고, 식탁 위 키오스크에서는 원산지 정보가 단 1초 남짓 노출되어 소비자들이 확인하기 어려웠다. 원산지 표시판을 확인한 결과, 탕·전골·수육·무침은 '호주산·국산 섞음', 편육은 '호주산'으로 표시되어 있었다.

 

매장 관계자는 "국산 염소고기는 지방이 너무 많아 손질이 까다롭고 고기양이 적다"며, "가격도 호주산이 3분의 1 정도로 저렴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 5년간 외국산 염소고기 중 호주산이 매년 96~100%를 차지하고 있으며,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호주산 염소고기 수입량은 2020년 1084톤에서 2024년 8331톤으로 4년 새 7배 넘게 증가했다.

 

서울 서초구의 또 다른 프랜차이즈 B사 매장에서는 '진짜 흑염소'라는 문구와 함께 메뉴판에 몽골의 초원과 전통가옥 '게르' 사진이 삽입되어 있었다. 본사 측은 "몽골산 흑염소를 사용한다"고 밝혔으며, "몽골산은 원육 형태로 수입이 허가되지 않아 현지의 HACCP과 할랄 인증을 받은 시설에서 가공 후 부위별로 위생 포장되어 직수입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몽골산 염소고기의 정확한 유통량은 확인하기 어렵다. 세계관세기구의 국제표준 품목번호로 조회해도 2020~2024년 몽골산 염소고기 관련 식자재 수입량이 확인되지 않았다. 식약처 고시에 따르면 몽골산 산양육은 수입이 불가능하고 식육가공품 형태로만 들여올 수 있는데, 검역본부 자료에 따르면 몽골산 '산양육가공품' 검역량은 2024년 260kg, 올 1~6월 776kg에 불과했다.

 

현행 원산지 표시제도에는 허점이 있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 따르면 음식점에서 원재료 원산지를 혼합해 사용할 경우, 혼합 비율이 높은 순서대로 원산지를 표시하면 된다. 이는 외국산이 99%, 국산이 1%여도 '혼합'으로 표시하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의미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업체들이 내건 '진짜 흑염소'가 국산 재래 흑염소와 다른 종이라는 점이다.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관계자는 "국내에서 유통 중인 수입 염소고기는 대부분 외래종 '보어'로, 우리 재래 흑염소와는 품종이 다르다"며, "'보어'종은 털색이 달라 '흑염소'라고 표현하면 틀린 말"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 국내 염소 사육농가는 허탈감을 느끼고 있다. 박우도 한국염소협회장은 "올초 1kg당 2만원대였던 염소 생축 가격이 최근엔 1만원 아래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정만교 충남 부여축협 조합장은 "축협 차원에서 염소 경매시장도 운영하고, 농협하나로마트를 통해 국산 염소고기를 판매 중이지만 한계가 있다"며, "물밀 듯 들어오는 저가 외국산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품종개량, 도축시설 확충, 등록제 활성화 등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마트 진열대 점령한 '메이드 인 코리아' 아열대과일, 그 속사정은?

 이제 마트에서 ‘국산’ 바나나를 보고 놀라는 사람은 드물다. 한때 이국적인 이미지의 대명사였던 애플망고, 패션프루트(백향과) 같은 아열대과일들이 당당히 ‘국산’ 딱지를 달고 우리 식탁에 오르고 있다. 기후 변화가 가져온 농업 지형의 변화 속에서 국내 농가들이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며 일궈낸 값진 성과다.농촌진흥청의 최신 통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에서 아열대작물을 재배하는 농가는 5876곳이며, 총 재배 면적은 2907헥타르에 이른다. 이는 국내 농업이 미래를 대비하여 품목 다변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이다. 그러나 이러한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낙관적인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전년 대비 재배 면적이 398헥타르 감소했는데, 이는 겨울철 난방비 상승과 안정적인 판로 확보의 어려움 등 농가들이 직면한 복합적인 문제들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재배 면적이 398㏊ 감소했는데, 이는 겨울철 난방비 부담과 안정적인 판로 확보의 어려움 등 농가들이 직면한 현실적인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현재 가장 넓은 면적에서 재배되는 아열대 과수는 무화과(792.5㏊)이며, 망고(138.0㏊), 석류(98.6㏊), 비파(78.5㏊), 패션프루트(24.3㏊), 바나나(23.7㏊)가 그 뒤를 잇는다. 채소·특작 분야에서는 차(1566.6㏊)가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며, 여주(68.5㏊), 강황(24.7㏊), 얌빈(10.5㏊), 공심채(9.8㏊), 커피(8.0㏊) 등 이색 작물들도 꾸준히 재배되고 있다.지역별 재배 현황을 살펴보면, 전남이 1833헥타르(3484농가)로 전체 재배 면적의 63%를 차지하며 압도적인 1위 산지임을 알 수 있다. 이는 무화과, 석류, 비파, 차나무와 같이 해당 지역에서 오랫동안 재배되어 온 작물들이 아열대작물 범주에 포함되어 집계된 결과가 크게 작용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최근 각광받는 망고, 파파야, 바나나 같은 신규 아열대작물들은 제주, 전북, 경남 등 주로 남부 지역에 걸쳐 비교적 균형 있게 분포되어 있어, 특정 지역에 집중되지 않고 확산되는 경향을 보인다.이번 조사는 총 23개 아열대작목을 대상으로 이루어졌으며, 조사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전남 장성에서는 3.1㏊ 규모의 레몬 재배단지가 조성되어 지난해부터 출하되고 있다. 국내 아열대작물 재배는 기후 변화에 대한 농업의 유연한 대응이자, 소비자들에게는 신선하고 안전한 국산 농산물을 접할 기회를 제공하는 중요한 시도다. 농가들의 노력이 결실을 맺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과 유통망 확충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